▲ 삼성물산은 '클린게이트'를 통해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을 막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완연한 봄철에 진입하면서 그동안 미세먼지를 씻어주던 반가운 냉풍(?)인 북서풍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단기적으로 미세먼지가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세먼지를 피하려는 노력은 공기청정기 등 가전분야는 물론 주택시장도 뒤지지 않는다.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거니와, 창문을 닫아두어도 미세먼지가 실내로 침투한다는 흉흉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기가 불가능한 날이 잦아지면서 주택 내부 공기질 개선의 필요성은 더더욱 대두되고 있다.

모바일 환경의 급격한 성장, 기술의 발전 등으로 생활의 모든 니즈(Needs)가 실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하고 있다. 집에 체류하는 시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호흡기 안전’을 챙기겠다는 발상이다. 건설사 부속 연구소는 주택 내 공기질 개선을 연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가구 내 구획별 공기청정이 가능한 주택 모델들을 선보이는 식이다.

▲ 미세먼지 차단 아파트로 현대건설이 내세운 'H클린현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들 건설사는 각 가구는 물론 아파트 공동현관에서도 관련 설비를 갖추고 미세먼지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동별로 실내 정원을 꾸며 거주자가 안심할 수 있는 녹지 주택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종로구 운니동에 문을 연 래미안 갤러리 ‘주거 트렌드 체험관’에서 이를 만나볼 수 있다. ‘클린게이트’로 명명된 공동현관에 거주자가 들어서면 그날그날 미세먼지 농도에 맞춘 강도의 바람이 분사돼 옷 등에 붙은 먼지·세균을 털어준다. 개별가구 현관에 설치된 ‘에어드레서’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떨어진 먼지는 천장의 공기청정시스템이 오염도를 감지 후 신발장 아래 공간으로 흡입돼 청결을 유지한다.

실내 공간에선 거실에 설치된 IoT 거울형 스마트월로 환기시스템 제어가 가능하다. 요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렌지후드가 주방에 설치돼 있고, 연동된 스마트스피커 ‘IoT 홈큐브’를 통해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다.

서초구 양재동 ‘현대 힐스테이트 갤러리’ 역시 같은 발상의 상품을 내놓았다. 공동현관에선 ‘에어샤워룸’이 설치돼 강한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털어낸다. 일반 현관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인 ‘H클린현관’을 통해 집에 들어서기 전에 모든 청결 준비를 마칠 수도 있다. 비치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외투 등에 묻어있는 미세먼지를 제거한 뒤 빌트인 청소기가 떨어진 먼지를 처리한다. 외투와 신발 등을 위한 가전제품 또한 현관에 자리해 실내의 청결 관리가 한결 용이해진다.

실내 공간은 초미세먼지까지 제거가 가능한 ‘헤파필터’가 설치돼 더 촘촘한 공기질 관리를 담당한다. 해당 설비는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주방, 각 침실의 환기장비와 연계해 먼지 확산을 차단한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5단계에 걸쳐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시스템인 5ZCS(5 Zones Clean-Air System)를 4월 분양단지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GS건설은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인 ‘Sys Clien(시스클라인)’을 개발하고 3월 말 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천정형을 적용해 밀폐식 공기청정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환기가 필요 없는’ 실내가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설명이다.

입지에서도 ‘필(必)’ 환경을 챙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숲세권’이 대표적이다. 분양을 앞둔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저마다 끼고 있는 산과 공원, 개천 등 녹지 환경에 대한 언급을 필수로 여긴다.

▲ 상암월드컵파크3단지의 시세 변동 추이. 출처=KB부동산.

이런 환경에서 주목받는 것은 ‘도시숲’이다. 해당 단지가 어떤 산, 어떤 공원을 품고 있는지가 단지 분양가나 생활여건에도 영향을 준다는 발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18년 4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많은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숲이 미세먼지의 확산을 막아 주변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주변 완충녹지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2013~2017년 도시숲 조성 후 조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는 53.7㎍/㎥로, 산업단지의 59.9㎍/㎥과 비교해 약 1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 후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50㎍/㎥ 이상인 ‘나쁨’ 단계를 나타낸 날도 산업단지의 경우 109일, 주거지역은 75일로 약 31% 낮아졌다.

산이나 숲 등 도시숲이 조성된 지역의 농도도 타지역보다 낮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7년 7월~2018년 3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역별로 용산구가 가장 높은 48μg로 나타났고, 광진구가 26μg, 강북구가 29μg로 낮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서초구가 62μg로 가장 높았고, 중구와 광진구가 각각 45μg로 가장 낮았다. 서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광진구는 관내에 아차산, 용마산이 있고 한강이 앞에 흐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어떤 환경을 끼고 있느냐에 따라 단지별 시세 차이도 나타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매봉산과 난지천공원을 면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전용면적 84㎡B 평균매매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들 녹지와 거리를 둔 ‘상암월드컵파크9단지’ 전용면적 84㎡는 평균 7억5500만원으로 나타나면서 3단지보다 약 9000만원 낮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