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와 뉴저지주를 가르는 경계에 있는 록클랜드 카운티(Rockland County)는 최근 군(County)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인구 32만명의 뉴욕주에서 소득이 6번째로 높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교외지역인 록클랜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는 바로 홍역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홍역을 퇴치했다고 선포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 이곳저곳에서 홍역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미국 내에서 349건의 홍역이 발생했고 올해는 3월까지 총 314건의 홍역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32만명의 록클랜드 카운티의 현재까지 알려진 홍역 감염자 숫자가 153명에 달한다.

홍역이 급속히 확산되자 록클랜드 카운티는 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학교를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에서 있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이들 미성년자가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것이 발견될 경우 이들의 부모도 연관되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부모들은 500달러의 벌금이나 최고 6개월의 징역형도 부과될 수 있다.

록클랜드 카운티가 홍역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부터 약 6000여명의 백신 미접종 학생들을 학교 출석에서 제외하고, 거의 1만7000여명 분량의 홍역 백신을 보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역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발생한 홍역 감염자 숫자가 153명인데 이 중 48명이 올해 발생한 감염자다.

특히 록클랜드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급진정통파 유대인들 가운데 홍역 감염자가 주로 나타나면서, 유대인들의 율법교사인 랍비까지 동원돼 홍역 백신의 중요성을 설파했으나 변화가 감지되지 않자 공공장소 출입금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홍역 백신 미접종 학생들에 대한 학교 출석 금지는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됐다.

특히 뉴욕 연방지방법원에서는 홍역 백신 미 접종 학생 42명의 부모들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등교를 허락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법원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와 무관하게 백신 미접종 학생들의 등교 금지 명령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록클랜드 카운티도 홍역 백신 미접종 미성년자의 공공장소 출입금지에 대해서 종교적 이유일지라도 예외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록클랜드 지역에 홍역이 크게 퍼지는 것은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홍역 백신 접종율이 72.9%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시설과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진 홍역이 미국에서 크게 퍼지는 것은, 백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접종율이 낮기 때문이다.

보통 홍역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95% 정도의 백신 접종율이 요구되는데, 록클랜드 카운티처럼 접종율 70%대의 곳에서는 홍역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역은 전염성이 높아서 백신 미접종자가 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의 위험이 있으며, 감염자가 머무른 공간에서도 2시간 가까이 감염 위험성이 있어서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 홍역감염자가 있을 경우 미접종자들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다.

미성년자인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백신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진 부모들이 자녀의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서 어린이들이 건강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백신을 반대하는 부모들의 모임에서는 백신이 각종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철저히 믿으면서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반대한다.

백신 반대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작용은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발표됐던 연구로 당시 의료계를 발칵 뒤집은 결과였으나 나중에 통계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가짜 연구였음에도 여전히 신봉하는 이들이 많다.

또 비타민 유통판매업체들을 끼고서 백신보다 비타민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하는 백신 반대파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트위터로 백신주사로 자폐율이 높아진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격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