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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무소불위(無所不爲)를 깬 스튜어드쉽코드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주총서 첫 연임안 부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의 의결에 의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주주권을 발동한 첫 사례이자, 주주권 행사로 국내 기업 총수가 물러난 최초의 사례가 된 것이다.

한국 대기업 특히 대형 그룹사 오너들은 지금까지 사실상 무소불위(無所不爲) 그 자체였다. 단순한 선출권력을 훨씬 능가하는 오래된 힘을 자랑해 왔다. 불거지는 논란에 휘말려 가끔은 언론이나 경찰, 검찰, 국세청 등과 같은 영향력자들에게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쌓아 놓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경영권과 지배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만 갔다. 사회적 지탄이나 심각한 법적 처벌을 받았던 많은 기업 오너들은 아직도 현직에 남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지켜내 왔다. 그 과정에서 내부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주주의 경영진 견제력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룹사들을 떠 받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은 지금까지 그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단순 협력자 또는 방관자였다.

기업법을 놓고 볼 때 이 현상은 상당히 기형적인 것이 틀림 없었다. 그룹사 오너의 보유 주식 취약성과 특유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이들의 무소불위(無所不爲)는 현실을 너머 신화(myth)의 수준에서 기형적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단순하게 기업 경영의 리더십 부재를 넘어 일부 오너의 일탈행위까지 내부에서 용인되고 일정한 통과의례에 따라 잊혀져 가곤 했다.

이런 비정상적 기업들 보다 먼저 변화가 발생한 곳은 정치권이었다. 몇 년 전 현직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잃어 탄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이 국가의 주주로서 주권을 ‘실제로’ 발휘하는 세상이 왔다. 이때 기업들은 실질적 주주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빨리 받아 들였어야 했다.

지금까지 언론은 무서워했지만, 여론은 제대로 무서워하지 않았던 습관을 재빨리 버려야 했다. 언론과 주요 영향력자들을 관리하면 되던 위기관리 관성을 제때 바꾸어야 했다. 실제 풀 뿌리 여론이 움직여 언론을 흔들고, 영향력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현재의 변화된 다이나믹스에 좀더 익숙해 질 필요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전 무소불위의 오너들 스스로가 그에 따라 바뀌어야 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뉴시스

이번 대한항공 주주들의 결정은 대항항공을 변화시키겠다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의미가 있다. 원래부터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일 뿐이었다. 그 변화된 인식으로 ‘수탁자책임 원칙’을 상기한 그들은 기존의 협력자 또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라는 주인의 요구에 응했다. 그들의 주인인 국민의 평가에 따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면 변화 당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그들은 이번 주총을 통해 증명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향후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현재 오너의 경영권이 언제든 실질적으로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전제의 변화를 인식 해야 한다. 기업 경영진 모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시대가 사라졌다는 정확한 인식의 출발이 필요하다. 위기 시 최악의 상황 설정에 있어 그 폭이 훨씬 넓어져 버렸다는 의미다.

둘째, 진짜 여론 관리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언론 관리에서 벗어나 여론에 대한 광범위 한 관리와 상시적 눈치봄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여론을 자극할 만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은 기업 스스로 극도로 자제하고,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등 개인 및 조직의 민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셋째, 국민이 곧 주주라는 연결 개념으로 사회와 회사를 바라보아야 하겠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회색지대에서 이루어 졌던 위기관리 차원의 배임적 위기관리 활동을 재고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법인인 기업과 오너 그리고 대표를 분리해서 보는 시각의 정상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넷째, 오너 스스로 투명하고, 법을 성실히 따르는 원칙을 더욱 중시해야 하겠다. 오너 스스로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가 되어야지, 자신이 문제(problem)가 되면 더 이상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겠다. 오너 스스로 경영권은 국민이 허락한 신성한 의무라는 겸허함이 필요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은 국민과 사회 발전에 따라 함께 성장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경영권의 변화 그 자체가 문제라 보기 보다는 그런 변화를 자초 한 이전의 무소불위 (無所不爲) 신화가 문제였다는 시각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번과 같은 변화의 바람은 비단 대한항공 하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바람이 일상화되어 간다면, 투명하고 법을 성실하게 지키는 경영진은 누구든 존경 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는 기업 경영진은 더욱 승승장구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들의 경영권은 주주가치 극대화와 함께 영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주주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무소불위(無所不爲)가 된다는 의미다.

변화하지 않은 기업과 경영진은 국민에 의해 변화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아주 엄중한 패러다임 변화를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경영진은 정확히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이 더 나은 위기관리인지에 대해 근본을 고민하며, 기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적시에 실행하는 근면한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스튜어드쉽코드 시대의 위기관리는 그래야만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9.03.27  14: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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