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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포비아, 생활 경제를 바꾸다 ⑥] 다시 떠오른 ‘환경경제학’환경과 경제 행위의 긴밀한 상관관계
   
▲ 초미세먼지 '나쁨' 단계였던 지난 3월 28일 서울시내. 출처= 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인지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3년부터다. 당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 인구가 연 110만명에 이른 중국이 자체적으로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중국의 기상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오존’이나 ‘황사(黃砂)’ 정도를 인지했던 우리나라도 2013년 이후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물론 “미세먼지는 우리가 측정하기 전부터도 있었다”는 식으로 지금 미세먼지를 대하는 반응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육안으로 보이는 뿌연 하늘은 분명 이전에 우리가 보던 현상과는 다른 충격이 있었다. 이후 미세먼지는 경제 순환의 근본인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다시 떠오른 ‘환경경제학’

‘환경경제학(Environmental Economics, 環境經濟學)’은 1970년대에 대두된 경제학적 관점으로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자연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이론이다. 환경경제학의 의의는 환경의 생태학적 가치를 경제학에 통합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과학 분야 전반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그 이전까지 경제 활동에 환경의 고려가 적었던 사고방식의 변화를 일으켰다. 미세먼지는 개발을 목표로 한 경제활동의 결과가 다시 사람들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여러 가지 미치게 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최근 서울·경기지방 등 수도권에 6일 연속으로 발령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미세먼지의 흡입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의 변화들이 있었다. 이에 방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전에 없던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환경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 아주 전형적인 현상이었다.

“집 밖을 나오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경제 활동 인구의 행동반경을 제한했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의 흡입을 가능한 피하기 위해 실외에서 소비하는 행동들을 점차 줄여갔고, 이에 따라 어떤 업종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어떤 업종은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종의 수혜를 입은 업종 중에는 대표적으로 온라인 쇼핑 업계가 있다. 소비자들이 미세먼지를 피해 집 밖을 나와 소비하지 않는다면 집 안에서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예상은 실제 현상으로 구현됐다. 통계청의 ‘2019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조70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18년 1월에 기록된 9조763억원보다 약 17.9%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역대 최대치의 기록이었다. 이러한 추이를 이끈 쇼핑 품목은 ‘식품(전년 대비 거래액 42.8%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통계청

같은 맥락에서 정반대의 결과를 맞이한 업계는 바로 외식업계다. 온라인 쇼핑 업계처럼 수치로 파악되는 지표의 변화는 없었지만, 전국 각 도시 번화가의 유동 인구의 감소는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이에 주요 미디어들은 미세먼지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의 현황들을 조명했다.

공기정화정치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번화가의 식당이나 시장은 미세먼지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수호(36) 씨는 “정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에 외부에서 약속을 잡지 않는다”면서 “가능하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밖에 있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박 모(61) 사장은 “3월에 접어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제 서서히 냉면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이대로라면 지난해보다 매출이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모(47)씨는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손님이 계속 없다면 앞으로 점포 운영이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 연일 기승인 미세먼지에 방진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출처= 뉴시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브랜드나 입점 요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세먼지로 국내 외식업계 매출은 평균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에서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뜻밖의 특수를 누린 곳도 있다. 바로 배달대행업계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 3월 1일에서 3일 주말 사이 음식 주문량은 약 334만건을 기록하며 직전의 일주일보다 약 24만건(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요’ 배달 주문량은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았던 2월 첫 주말에 비해 3월 첫 주말의 주문량이 약 2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도 감지됐다. 대형마트 이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4월이 아닌 3월에 미세먼지 가전과 함께하는 에어컨 할인 기획 행사장을 구성했다. 통상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4월부터 에어컨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변화다. 이마트는 지난 3월 7일부터 20일까지 2주 동안 전국 약 120개 점포에 ‘공기청정 에어컨’ 특설 행사장을 마련하고 공기청정 에어컨, 미세먼지 가전 할인행사를 열었다.

경제 전방위 영향, 사회적 비용 증가

미세먼지는 국민건강에 대한 악영향,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여러 가지 측면으로 분명 악재다. 우선 국민건강에 대한 영향은 당연히 악영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대응 건강 및 질병영향 연구기획 보고서’(2017)에서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기관지염 입원환자가 23.1%, 만성폐쇄성 폐질환 외래환자가 10.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초미세먼지(PM 2.5)가 10㎍/㎥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소매점 판매액은 2%P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대기오염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2060년 한국의 경제손실비율은 0.63%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종의 ‘더스트포비아(미세먼지 공포)’로 인해 소비자, 공급자 경제 주체들은 경제 적 행동의 패턴을 점점 바꾸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환경경제학적 측면의 변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각 산업의 경제주체들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요인이지만 환경의 변화라는 ‘불가항력적 요인’에 대응한 변화 추구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19.04.04  15: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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