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냠양주 왕숙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질 조사 지점도. 출처=국토교통부.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주택시장의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추세와 관계없이 3기 신도시 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더구나 지난해 발표된 12만 가구 외에 약 11만 가구의 2차 공급안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어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는 주거수준이 올라가면서 질 높은 주택이 공급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보상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분양가도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로 공급될 계획인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지구, 과천 과천지구 등에 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 결정내용을 공개하고 이르면 이달 중 해당 평가의 초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의 내용에는 평가대상지역과 대안설정, 평가항목범위 설정 등 향후 신도시로 건설하는데 있어 이용계획 구상이 담겼다. 해당 평가는 사업을 이행하는데 있어 환경과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수행된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총 888만㎡의 남양주 왕숙지구는 행정계획을 수립했을 때 수도권 내 주택수급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신규개발지와 연접하고 광역교통과 도심 접근성이 양호해 개발압력이 증가하는 지역이란 게 이유다. 또한 계획수립 시 각종 보호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적고, 공사로 생기는 절·성토로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현 지형을 고려한 단지고와 저감대책을 수립해 훼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당초 수립된 토지이용 구상안에 대해 국토부 측은 왕숙천을 중심으로 한 보행·녹지 네트워크 구축, 동서축 공원녹지축 구성과 함께 산업단지, 주거용지 이격 등을 수요·공급 측면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 하남 교산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결과로 문화특화단지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출처=국토교통부.

649만㎡ 규모로 조성되는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특히 문화재 측면에서 중점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국토환경성등급평가결과, 문화재보호구역과 임야 등 1·2등급지가 약 60.3%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평가등급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감안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 문화재보호구역, 임야 등을 보호하는 공원·녹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토부 측은 역사·문화특화단지 조성과 함께 기존 교통망을 활용한 물류·유통의 자족성을 키울 것을 제안했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의 10% 이상에 속하는 훼손지 복구계획이 수립되면 가처분 용지가 축소되면서 사업성이 낮아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3기 신도시 계획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도시 공급의 본래 목적인 주택시장 안정은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3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매매가격의 경우 –0.08%, 전세가격은 –0.10% 하락했다. 특히 3월 둘째 주와 마찬가지로 –0.10% 하락한 서울의 하락세는 연속 19주째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정원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와 함께 기존의 대출규제·세제강화 등 각종 하방요인이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지역 전체의 평균을 구성하는 단지별로 움직임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9.13 대책 이후 크게 하락해 온 일부 단지들은 하락세가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거나 급매물이 누적된 단지의 하락세가 전체 평균을 낮추고 있다고 감정원은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도시 공급 계획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왕숙지구와 교산지구 등 이해당사자들은 ‘서울 집값을 잡는데 왜 경기도 등 주변지역이 희생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교산지구에 속하는 춘궁동 W공인중개사는 “신도시 건설의 편익은 서울에서 전입해 온 사람들이 누리겠지만, 기존 하남 주민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금에 쫓겨날 것”이라면서 “기존에 창고 임대업을 하고 있거나, 나처럼 공인중개업을 하는 사람들은 일순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M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은 연일 하락한다는데 신도시를 계속 공급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정권의 기한이 마무리되면 신도시 계획 또한 좌초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신도시 개발 계획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 하남 교산지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해당 부지의 사업성 여부도 계획 진행의 열쇠 중 하나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자잘한 소규모 분양이 이어지고 있고, 서울집값 하락의 영향으로 신도시 부지 역시 제한된 영향을 받기 때문에 2~3년 후 이곳의 미래가치가 어떨지 아직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공공택지 개발을 꺼릴 이유는 없다”면서도 “시기상 조금 이른 감이 있어, 수요자들이 대기 수요로 넘어가는 바람에 분양보다는 전세로 머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층이 적극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이라는 제한된 재화에 공급이 집중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근교로 분산시키는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2기 신도시의 교통정책과 입주 안정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의 입지에 대해선 “과천과 계양은 특히 괜찮은 입지이지만, 남양주의 경우 북쪽의 양주신도시가 자리 잡지 못 한 상황에서 과잉공급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남양주 J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도 하락하고 있는 영향으로 관심이 시들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곳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적어 거래 문의는 아예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악조건이 남아있는 한 편으로 양도세 문제가 겹치면서 주민들의 보상비 상향과 양도세 감면 요구는 고조되고 있다.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시, 하남시, 인천시 계양구, 과천시 등은 주민들의 토지거래에 대한 양도세를 50% 이상 감면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전달한 상태다. 보상비가 현재 시세의 토지가격만큼 주어지더라도 양도세를 감안하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약 70%선일 것이라는 게 중개업자들의 중론이었다. 또한 부지 주변에 다른 토지를 구매할 때 취득·등록세를 추가로 내야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주민들에겐 손해다. 실제 하남시 등은 주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양도세에 관한 불만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주택시장이 안정됐다는 평가 역시 아직 이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장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9.13 등 일련의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고, 안정세가 확고하지도 않다”고 분석한 뒤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시장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에 비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후보자의 발언을 보건대 지금과 같은 규제일변도의 시장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 정권들이 임기 후반 들어 하락하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도시 공급 역시 같은 맥락선상에 놓여있다. 수도권에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수요 분산과 함께 급등 지역 가격 하락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측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현재 추세와 관계없이 신도시 계획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면서 “충분한 주택 공급은 지난해 장관의 발표대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기조”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올해 기존 4군데의 지구지정을 해야 준비과정에 차질이 없기 때문에 절차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 등을 할 계획”이라면서 “양도세 관련 문제 역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가 당초 계획한 30만가구 가운데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 밝힌 11만 가구에 대해서 관계자는 “작게 여러 군데를 할지, 크게 한두 군데를 지정할지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면서 공급 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신도시 계획과 관련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해 생기는 환경 문제 등을 검토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주민 공람 중인 것처럼 현재로선 신도시 계획은 일정대로 적극 추진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부 임기 종료 후 신도시 공급계획 좌초설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임기가 만료되는 3년 후가 되면 이미 보상은 전부 끝날 단계이기 때문에 뒤로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고, 당장 집값 잡겠다고 부양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 겸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순간 기존 주택에 대한 희망수요가 대기수요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면서 신도시 공급책의 효용성을 평가했다. 서진형 교수는 신도시 계획과 맞물려 현재 거래 잠김현상의 배경인 여러 세제·대출규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공개된 4곳 부지와 함께 추가 공급되는 곳 역시 기존 신도시들보다 입지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호응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교수는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율은 103.3%로 100%를 넘었지만 1인가구 등 모든 가구가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보급 자체보다는 질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운을 뗀 뒤 “소득수준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 주거에 요구되는 수준 또한 올라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질 좋고 저렴한 분양가의 주택들이 연간 30만가구는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서진형 교수는 “신도시 계획이 좌초될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지구지정과 택지개발, 보상 등의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할 토지보상가 역시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을 모두 부담할 수 없어 민간 분양에 일정부분이 할애돼야 하는데, 보상가만큼 공급가 역시 높아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질은 좋지만 공급가는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