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현국사 화재로 통신 네트워크 망 관리에 헛점을 보인 KT가 26일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또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 황창규 KT 회장이 참석하는 국회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6일 오전 강남 서초구 일대에 KT 망이 다운되며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 모뎀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서비스를 다시 여는 과정에서 막혔던 고객 트래픽이 과다하게 쏠려 벌어진 일이다.

냉정히 말해 망 자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며, 서비스 중단과 운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트래픽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댐을 막은 후 수리공사를 하고 다시 댐 문을 열자 막혔던 물들이 대거 쏟아져 홍수가 벌어진 격이다. 강남과 서초 일대에 트래픽이 많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

심각한 대목은 자영업자의 피해다. 일반 소비자도 문제지만 당장 영업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카드결제기를 가동하지 못해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KT가 강남 서초에서 망 장애를 일으킨 당일은 KT가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5G의 비전을 밝힌 날이라 더 아이러니하다. KT는 초능력 5G 시대를 연다며 국내 기자들에게 KT의 5G 전략을 공개했으나, 같은날 강남서초에서는 기본적인 망 운영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끊김없는 서비스가 5G의 비전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 아픈 실책이다.

업계에서는 강남서초에서 벌어진 KT 참사를 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KT는 아현국사 화재 후 통신재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통신시설에 대한 상세점검을 완료했으며, 점검 결과 및 정부 통신재난방지 강화대책을 반영한 ‘KT 통신재난 대응계획’을 수립했다고 21일 밝힌 바 있다. KT는 향후 3년에 걸쳐 총 4800억 원을 투입해 통신구 감시 및 소방시설 보강, 통신국사 전송로 이원화, 수전시설 이원화, 통신주 및 맨홀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현국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도 완료했다. KT가 지난 아현국사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보상 지원금 체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상생협력지원금’을 ‘상생보상협의체’에서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KT는 지원금 체제를 만들며 중소벤처기업부ㆍ통계청ㆍ한국은행 등 다양한 정부기관의 자료를 통해 확인 가능한 일소득ㆍ현금계산 비중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상생보상협의체에서는 서비스 장애복구 기간의 차이를 고려해 4개 구간으로 나누고 1~2일은 40만원, 3~4일은 80만원, 5~6일은 100만원, 7일 이상은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KT가 아현국사 화재의 아픔을 딛고 진정한 5G 초능력 시대를 야심차게 준비한 가운데, 강남서초 지역에서 날아온 비보는 앞으로의 행보에 큰 장애가 될 전망이다. 망 관리 측면에서 KT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내려갈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의 기간 인프라는 탄탄하다"면서 "서초강남 사태는 일부의 문제일 뿐, KT의 5G 로드맵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