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물로 남아 있는 창동역사. 출처=분양계약자 총협의회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창동민자역사(법정관리인 이현태) 분양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회생절차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수금액을 못박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금액을 늘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3월 26일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창동역사 분양 피해자들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결정했다.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은 감액할 수 없는 채권을 의미한다. 채무자 회사의 향후 수익 등을 감안해 감면 등 조정이 가능한 회생채권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창동역사 입장에서는 공익채무가 된 셈이다.

파산법조계에서는 종래 분양 피해자들이 창동역사에 가지는 계약금 등 분양 피해대금을 두고 공익채권인지 회생채권인지 법리적 다툼이 있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결정 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채권은 공익채권이다.

파산법조계에서는 분양 피해자들의 채권이 분양 당시 발생한 채권으로 개시 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이라는 견해와 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분양계약 해제권을 행사해 발생한 채권으로 공익채권이라는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했다. 회생법원도 이들의 채권에 대해 재판부 내에서 의견이 나뉘는 등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회생법원의 이번 결정은 전대규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 판사로 부임하면서 최종 법적 판단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보상되지 않은 분양 피해자들의 사정을 법원이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동역사의 채권시부인표에 따르면 분양 피해자들이 회생법원에 신고한 피해금액은 지연보상금을 포함해 약 2892억원이고 관리인이 이 가운데 인정한 채권은 약 900억원이다. 법원이 분양 피해자들의 채권을 공익채권으로 인정하면서 이들의 피해금 900억원은 회생절차에서 감면이 원칙적으로 어렵게 됐다.

 

◇ 분양 피해자 “현대산업개발, 인수금액 늘려라”

창동역사 스토킹 호스 인수전에서 조건부 인수자로 내정된 현대산업개발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법원의 결정으로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

창동역사 M&A를 위한 투자계약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인수대금은 총 538억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대금 538억원 가운데 50%인 269억원은 신주를 인수하고 나머지 50%는 화사채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인수가 최종 확정된다면 분양 피해자들의 분양 피해금 900억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인수대금인 538억억원 한도에서만 회수되는 셈이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은 분양 피해금액의 80%에 해당하는 분양 피해자들의 ‘부제소 합의’를 조건으로 내건 상황이다. 부제소 합의는 향후 인수완료 후 우발적 분쟁에 대해 인수자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일체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말한다.

문제는 분양 피해자들의 채권이 회생채권이라면 채권의 감액이 가능하지만 법원이 공익채권으로 판단한 이상 이들의 채권금액은 회생절차에서 감액이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 인수를 위해서는 인수대금의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불확정한 권리가 확정되면서 분양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전액 보상받겠다는 입장이다.

분양 피해자협회 관계자는 “분양 피해채권이 회생채권인지 공익채권인지 불확정했을 때는 현대산업개발의 투자조건에 합의가 강제되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소한 지연배상금은 포기하더라도 회생절차에서 원금 100%를 받은 조건에 부제소 합의를 하려는 목소리가 협회안에서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현태 창동역사 법정관리인은 지난 3월 20일 분양 피해자들을 상대로 도봉구 구민회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약 150명이 모였다. 분양 피해자들 총 900여명이다.

법원은 현대산업 개발의 부제소합의 요청 건에 대해 분양 피해자들에게 4월 5일까지 의견 회신을 요구했다.

창동역사의 회생절차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의 김남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가 약 400명의 분양 피해자들을 이끌고 법률대리에 나서고 있다. 이외 법무법인 포럼(조보현 변호사), 법무법인 랜드마크(안완진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조용준 변호사 외 4명), 주수창 변호사, 법무법인 훈민, 법무법인 경기(구본분 변호사)가 창동역사의 회생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창동역사의 M&A 매각주관사는 삼일 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업계 “현대산업개발, 소탐대실 할라”

인수여건이 달라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것인지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M&A투자 계약은 ‘조건부’ 투자”라며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위약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동역사의 M&A를 포기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아쉬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회생절차 M&A에서 손을 떼면 창동역사의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파산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서울 동북권의 교통 중심지. 출처=도봉구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의 인수금액을 증액해야 할 상황이지만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는 창동역사의 인수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택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복합개발사업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창동역사 민자 사업은 사업성이 높은 GTX-C노선에 포진된 복합개발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GTX-C노선은 금정~과천~양재~삼성~청량리~광운대~창동~의정부를 연결하는 총 45.8㎞ 구간으로 2024년 개통을 목표로 2020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창동역, 광운대역, 청량리역, 과천역 역세권으로 삼성역에서 10~2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디벨로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만큼 복합개발사업의 가시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의 본격적인 복합개발사업 시작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 창동 역사 개발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의 사업시기는 2020년 상반기다. 올 10월 실시계획인가 이후 2020년 3월에 사업계획이 승인되면 상반기에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토지는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하고 있어 이미 용지매입을 마쳤다. 대지면적은 4만5092평이며 2500~3000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만 1조6306억원에 상업용지는 5702평, 상업시설이 약 5만평 규모로 들어서게 된다.

또한 창동역사는 서울시가 창동일대에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고 동북권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수가 확정된 이후의 공사 진행은 매끄러울 것이란 전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발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GTX-C라인에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 창동 역사 개발 등이 포진해 있다”라면서 “디벨로퍼 전환의 가늠자가 될 복합개발 사업의 본격적인 사업이 포진도 있는 만큼 GTX-C라인의 발주 소식이 현대산업의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 서울아레나 조감도. 출처=서울시

특히 창동역사민자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서울 아레나사업이다. 서울시는 창동·상계 지역을 수도권 동북부 중심지이자 8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화·경제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계획 하에 서울 아레나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아레나 사업은 아레나 공연장(최대 2만석), 음악 및 공연산업 비즈니스 콤플렉스, 호텔·커뮤니티 생활문화·리테일 공간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4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주변 부지 개발도 한창이다.

도봉구 관계자는 “38만㎡ 규모로 통합 개발되는 창동 아레나 건립으로 300개 문화기업과 1만3000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라면서 “연간 총 생산 6000여억원, 총 부가가치로만 해도 2400억원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 아레나 부지와 창동차량기지 사이의 중랑천을 따라 이어지는 동부간선도로 1.3㎞ 구간 지하화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 대한 실시설계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 짓고 내년 하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인프라가 예정대로 구축될 경우 서울 아레나 사업의 경제파급효과는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10년 전 창동민자역사 사업이 진행될 무렵과는 사업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현대산업개발의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동역사의 사정변경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증액 가능한 금액은 약 400억원으로 총 900억원이 들어가게 된다. 첫 인수금액으로 제시한 500억원과 비교할 경우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금액 관련해서는 검토 중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고려하고 있다”면서 “시행사인 창동역사 측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동민자역사의 공사는 공사시행협약서에 따라 2008년에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 이후 주주가 무단으로 회사를 보증인으로 세우고 분양대금을 횡령했다. 이 일로 임직원이 구속되고 약 900명의 분양 피해자가 발생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창동역사는 2010년 27.6%의 공정률에서 공사가 멈춘 채 현재까지 흉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