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프랑스 벨리지에 위치한 PSA 푸조시트로엥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부품 전시회.


현대모비스의 진가가 나타나고 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북미 빅3’로 불리는 GM, 크라이슬러, 포드는 물론 유럽과 북미에 이어 일본까지 위풍당당한 세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체질개선을 통해 첨단기술로 무장하면서 이처럼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로부터 행복한 ‘러브콜’을 잇따라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힘'에 대해 조망해본다.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차량과 모바일·IT기술 접목이 확대되며 영역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전장 부문의 전략 수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장부품 부문에서만 지능형 시스템, 친환경 기술, IT컨버전스 부품을 3대 축으로 지난해보다 20% 증가된 2조5000억원의 매출 계획을 수립했다.

보쉬, 덴소, 컨티넨탈 등 기존 글로벌 강자들의 신흥시장 확대 및 핵심 성장부문 집중 투자로 힘겨운 경쟁이 예상되지만 현대모비스만의 기술 차별화를 부각시키면서 영업활동을 편다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작년 한해 BMW, 다임러, 폴크스바겐, GM 등에 전장 및 핵심부품을 공급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메카트로닉스 부품개발 끝없는 열정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 빅3 완성차업체로부터 2억6000만달러(약 3000억 원) 상당의 멀티미디어 부품을 수주했다. 현대모비스는 GM에 라디오 및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멀티미디어 전장 부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완성차 생산에 맞춘 부품공급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GM에 공급하는 부품은 흔히 ICS(Integrated Center Stack)라고 통칭되는 ‘중앙 통합 스위치’로 차체 내부의 멀티미디어 제품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자동차의 핵심 키워드로 성장하고 있는 전장부품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 2009년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이후 멀티미디어 및 메카트로닉스 부품을 속속 개발하며 국내 전장부품 기술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부품 수주는 이러한 투자가 해외에서 결실을 맺은 첫 사례다. 이준형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은 “현대오토넷 합병 이후 멀티미디어 부품을 해외 완성차업체에 처음으로 수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멀티미디어 제품뿐 아니라 메카트로닉스 제품에 대해 다양한 해외판로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모비스 전자시험동.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 ‘현대모비스 미시건공장(MNA-MI)’을 준공, 크라이슬러그룹의 생산공장에서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두랑고’ 차종에 프런트섀시 모듈과 리어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9년 9월 크라이슬러그룹과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크라이슬러 생산 공장에서 약 21km 떨어진 위치에 약81만ft²(약 2만3000평)의 대지와 약17만ft²(약 4800평) 규모의 건물을 임대해 신규 생산라인과 사무동을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대단위 모듈뿐 아니라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 중 반드시 필요한 핵심부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수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크라이슬러그룹으로부터 스티어링 칼럼을 수주한 이래 폴크스바겐 및 BMW, GM 등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조향(스티어링 칼럼), 제동(ABS·ESC 등 브레이크 시스템), 안전(에어백), 조명(램프) 등에 관련된 핵심부품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수출지역 포트폴리오 다양화 본격 행보
현대모비스는 적극적인 해외전시회로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에서 대대적인 부품기술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 그 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월, 프랑스 벨리지에 위치한 PSA 푸조시트로엥 기술연구소에서 구매 및 기술개발 인력 17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친환경 기술, 멀티미디어 제품 및 제동, 조향, 램프부품의 구조 및 기능에 관한 ‘PSA Tech Show’를 개최했다. PSA푸조시트로엥은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다.

이처럼 현대모비스가 유럽 메이저업체를 대상으로 부품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미국, 중국, 인도 등에 비해 비교적 국내 부품업체들의 진출이 취약했던 유럽 부품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출지역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한편 국내 부품업체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국내 부품업체들을 대하는 유럽 메이커들의 달라진 태도다. 2000년 초만 해도 국내 부품업체들에게 유럽지역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차량들이 국제 IQS(초기품질지수 : Initial Quality Study) 및 VDS(내구품질지수 : Vehicle Dependability Study)조사에서 상위권을 휩쓸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품질 및 국제경쟁력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친 현대모비스 등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해외 부품기술 전시회 및 해외 완성차 VIP급 인사초청을 통해 작년 중반부터 다임러에 3500만달러 상당의 오디오와 9500만달러 상당의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 : Intelligent Battery Sensor), 폴크스바겐에 2000만달러 상당의 램프, BMW에 8000만달러 상당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RCL : Rear Combination Lamp Assembly) 수주계약을 성사시켰다.

전시회를 주관한 이준형 부사장은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부품전시회 및 수주 상담을 전개해 유럽 및 미국·중국의 완성차에 현대모비스의 핵심 부품이 장착되는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 공략 성공 땐 국내 첫 ‘북미 빅3’ 납품 신기원
현대모비스는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로의 수출 품목 확대 및 모듈단위 수출을 도모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미국차 포드를 대상으로 부품기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북미시장 공략의 행보도 넓혀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전경.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포드 기술연구소에서 연구 및 구매, 기술개발 인력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동-램프 및 멀티미디어 제품 기능 설명에 관한 ‘Ford Tech Fair’를 개최했다. 단일 회사 부품전시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4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명해온 포드사는 제동장치의 핵심부품인 캘리퍼(Caliper) 및 부스터(Booster) 그리고 현대모비스가 작년부터 삼성LED와 공동개발 중인 자동차 램프용 LED제품에 각별한 관심을 관심을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이 개선된 제품 및 신소재 사용을 통해 내구성이 크게 향상된 제품 등을 선보이며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핵심부품 설계 및 제조기술 노하우를 접목시킨 ‘Full LED 헤드램프’도 선보였다.

현재 상용화된 LED 헤드램프는 렉서스 및 아우디의 고급사양 차종이 유일할 정도로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이 기술을 조만간 양산화해 현대차의 신형 에쿠스에 장착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와 GM에 이미 각각 컴플리트 섀시 모듈과 제동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전시회 개최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북미 빅3 전체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품질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현대모비스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서 2억달러 상당의 헤드램프와 스바루자동차에서 3300만달러 상당의 리어램프 등 총 2억3300만달러(한화 약 2560여억원)를 수주했다. 이 물량은 김천공장에서 생산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현대모비스의 일본 수주는 이번이 처음으로 수주금액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단일품목으로 일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다.

폐쇄시장 日서도 LED 헤드램프 첫 수주
이번 수주로 현대모비스는 국내는 물론 유럽(BMW, 폭스바겐)과 미국(크라이슬러)에 이어 일본 완성차 업체까지 램프를 공급할 수 있게 돼, 모듈에 이어 램프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공개입찰에서 일본 최고의 글로벌 램프회사들을 제쳐 현대모비스의 램프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에 뛰어든지 4년만에 거둔 쾌거다.

또한 이번 수주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해외 수주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완성차업체에 먼저 공급해 기술과 품질에서 시장의 충분한 검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서만 해외 완성차업체의 수주가 가능했으나, 현대모비스의 LED 헤드램프는 아직 국내에서 적용된 차종이 없는 상태에서 해외 수주에 성공한 특이한 케이스다.

현대모비스의 기술과 품질에 대한 해외 완성차업체의 신뢰가 그만큼 크게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곧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 증가로 이어져, 해외 수출 확대 및 방식 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본부 이준형 부사장은 “작년에 미쓰비시를 방문해 ‘Mobis Tech Fair’를 열고, 미쓰비시가 현대모비스 연구소와 공장을 방문, 기술과 품질, 생산능력 등에 대해 호평했다”면서 “올해 수출 목표 15억2000만달러를 달성하는 한편 현재 매출 대비 10%에 그치는 해외수출 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외 완성차 수출 비중 매출 20%까지 겨냥
현대모비스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이 전자화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기술의 진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R&D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기존의 기계시스템 부문에 첨단 전자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차선유지, 자동주차, 충돌회피, 차간거리 제어기술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향후 전개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부품 기술도 선점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기존의 오디오,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등 멀티미디어 전자장치 부문에서도 다양한 미래 소비자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접목해, 정보와 오락기능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해외영업 마케팅 활동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올 한해 해외 완성차업체로 8억8000만달러 규모의 모듈 및 핵심부품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작년과 비교해 무려 60%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로의 수출 품목 확대 및 모듈 단위 수출을 도모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50% 가량 늘어난 총 3200억원을 R&D 예산으로 책정하는 한편, 연구인력 또한 20% 늘어난 15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현대모비스의 중장기 전략 바탕에는 제조중심의 부가가치 창출구조에서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현재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완성차 메이커로의 수출 비중도 오는 2020년 20%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글로벌 톱5’ 비전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초일류 10대 핵심부품 신개발 지능형 미래 자동차시장 선점”

현대모비스는 자사의 역량을 평가해 글로벌 일류상품으로 육성할 10대 제품을 선정했다. 선정기준으로 세계 톱 수준의 업체 대비 우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 국내외 완성차업체의 신차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대응능력 등을 주로 고려했다.

글로벌 일류상품 육성 대상으로 선정된 10개 제품은 제동장치(3개), 조향장치, 에어백, 레이더, 친환경차 부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ED 헤드램프, 보디 관련(이상 각 1개) 등이다.

지금까지의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친환경, 지능형 시장 동향에 부응하는 신제품을 개발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Mobis Tech Fair’와 같은 전시회 개최와 해외 바이어의 연구소 및 공장 견학을 적극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전기 구동 모터, 인터버 등의 전기차 핵심부품 역시 출력밀도를 현재 수준 대비 3배 가까이 향상시키는 등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국내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차의 구동모터, 인버터 및 컨버터가 통합된 파워제어기, 배터리 패키지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일류상품 육성 전략을 통해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의 선도자로 도약하여 글로벌 톱5의 비전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일류 상품 육성 전략으로 기술과 품질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여 양적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연구소장 이봉환 부사장은 “현대모비스는 10여 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제동 및 조향장치, 에어백, 전장품, 헤드램프 등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며 세계 수준에 근접한 기술역량을 확보했다”면서 “현대모비스를 대표할 수 있는 글로벌 일류 상품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을 선도하는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2012년 완공 목표로 전장연구소를 신규 건설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작년 대비 30% 이상 연구개발 투자를 높였으며, 이를 2015년까지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능력을 크게 끌어 올리는 한편, 모듈 및 기계 기술에 전장 기술을 접목해 친환경·지능형의 미래형 자동차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