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보험연구원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미국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아동 수가 10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보험연구원의 정인영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의 무보험 아동 수는 2016년에 비해 약 27만6000명 늘어난 390만명이다. 전체 아동 중 차지하는 비중은 5%이며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정인영 연구원은 “경기가 개선되고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트럼프행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 이민자의 영주권 취득을 위한 공공의료복지혜택 포기 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미국의 직장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아동 비율은 2016년 46.7%에서 2017년 47.5%로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환자보호, 부담적정보험법을 실질적으로 무효화시키기 위해 공공의료보험인 Medicaid의 보장을 축소하고 연방 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인 CHIP(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의 기금 승인을 지연시키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무보험 아동 증가를 유발하는 중이다.

반이민정책에 따라 합법적인 이민자가 Medicaid 등 공적 부조(Public Charge)를 받은 경우 영주권을 얻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Medicaid에 지원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그 결과 무보험 아동의 56.8%는 Medicaid와 CHIP 가입 자격이 있지만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보험 아동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저소득계층, 소수 민족, 학령기에서 그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무보험 아동 비율은 연방빈곤선(Federal Poverty Level, FPL)의 100% 미만에서 6.8%, 100~137%에서 7.0%, 138~199%에서 7.0%, 200~299%에서 6.3%, 300% 이상에서 2.8%로 나타났다. 연방빈곤선이란 연방정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에서 정한 저소득층의 소득 상한으로 2019년 기준 1인 가구 1만2490달러, 4인 가구 2만5750달러다.

인종·민족에 따라서는 아메리칸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 아동의 12.6%, 히스패닉 7.8%, 백인 4.9%, 흑인 4.6%, 아시안 4.1% 순으로 무보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학령기(6~18세) 아동의 무보험 비율이 5.4%로 6세 미만 아동(4.2%)에 비해 높았다.

지역적으로는 Medicaid 보장대상을 확대(Expansion)하지 않은 주에 거주하는 아동의 무보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Medicaid 확대란 ACA(Affordable Care Act)의 가장 주된 내용 중 하나로, Medicaid의 적용범위를 기존의 극빈층에서 연방빈곤선의 138%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 주는 자발적으로 확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2018년 말 기준 37개 주가 확대에 참여했다. 14개 주는 참여하지 않았다.

2017년 Medicaid의 보장대상을 확대한 주의 무보험 아동 비율은 3.7%, 확대하지 않은 주는 7.0%다. 2016년 대비 Medicaid를 확대한 주에서 0.2%포인트, 확대하지 않은 주에서 0.6%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에 보험을 상실한 아동의 75%는 Medicaid를 확대하지 않은 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무보험 아동의 21%는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플로리다(8%), 캘리포니아(8%), 조지아(5%) 순으로 조사됐다.

정인영 연구원은 “미국 북동부 지역은 아동 보험가입률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상대적으로 히스패닉 또는 아메리칸 인디언, 알래스카 원주민의 어린이 비중이 높은 주에서는 아동 무보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