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여신심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헬스케어, 관광, 콘텐츠 등 유망서비스산업에 6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앞으로 3년간 대출 10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괄담보제도도 도입한다. 기업이 특허권과 생산설비, 재고자산 등을 모두 담보로 해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산업 혁신을 위해 총 72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해 7만개 주력산업·서비스기업의 사업재편 지원 및 일자리 17만개를 창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정부부처는 21일 서울 기업은행 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혁신금융 비전선포식 행사를 열고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기업금융을 주제로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것은 2008년 금융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은행 여신시스템을 전면 혁신하겠다"면서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꿈,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은 아직도 높다"며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금융의 패러다임을 가계금융과 부동산 담보 중심에서 미래 성장성·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을 위해 대출과 자본시장, 정책자금 분야별로 맞춤형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대출 측면에서는 혁신·중소기업에 향후 3년간 100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28.6조원은 공급한 이후 2020년 30.3조원, 2021년 38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 기업여신 시스템 구축. 출처=금융위원회

 

또 헬스케어, 여가활동 수요 확대 등 새로운 소비트렌드에 대응한 신서비스 분야의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유망서비스 산업에 5년간 6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관광, 헬스케어, 콘텐츠, 물류 등 4대 유망서비스산업을 우선 지원한다. 향후 업종별 서비스 산업 혁신방안 등과 연계해 지원 업종도 늘릴 방침이다.

▲ 혁신금융 구축. 출처=금융위원회

 

◆일괄담보제 도입.. 우수한 기술력→신용등급 ↑

정부는 올해를 일괄담보제도를 정착시키는 첫해로 선포했다.

일괄담보제는 특허권과 생산설비,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서로 다른 담보물을 개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포괄해 한 번에 담보물을 평가·취득·처분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동산담보법 개정에 나선다.

동산·지식재산권 등의 가치평가와 매각이 쉽워지도록 금융권 공동 데이터베이스(DB)를 마련하는 등 동산담보 평가와 회수지원 시스템도 마련한다.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2020년까지 기업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한다. 이는 기술력을 갖출 경우 신용등급도 높아질 수 있도록 여신심사모형을 개편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신용정보원이 970만개 기술과 특허정보 등을 토대로 신용정보원에 기업다중분석 DB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는 기업의 자산과 기술력, 영업력 등 미래 성장성까지 종합 평가하는 '통합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이 완료되면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은 대출 승인을 넘어 더 많은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쓸 수 있게 된다.

7만개 주력산업과 서비스 기업에는 72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해 1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추진한다. 3년간 2천여개 기업의 산업재편 및 연구개발(R&D) 지원에 12조원을 공급해 신규 일자리 4만개를 만들 계획이다.

최대 15년까지 쓸 수 있는 초장기 자금(산업구조 고도화 프로그램)을 3년간 10조원 규모로 지원한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자금소진이 예상보다 빠르면 2조5천억원 정도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승인 기업의 사업재편 과정에 필요한 설비증설·운영, 인수·합병(M&A), 연구개발 등를 위해 사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이 산업 혁신을 더 잘 이해하고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금융 제도뿐만 아니라 관행, 인프라, 금융감독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