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 합산 매출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가 합병하면서 물류 분야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합병 후 외형 확대로 물류산업 경쟁력이 강화됐지만 당장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확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흡수합병에 따른 수시평가 결과 A 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롯데지주가 연대보증을 한 회사채 신용등급은 AA+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물류수요가 풍부한 그룹 내 계열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유지할 전망”이라면서 “그룹 유통 계열사들의 물류기능 통합 또는 그룹의 국내외 계열사 취급물량 확대 등을 통해 사업기반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영업수익성은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17년 이후 택배 부문에서 업체간 경쟁심화와 단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CM 부문도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형 성장이 정체 되면서 수익성이 부진하다. 글로벌 부문은 영업이익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교역량 변화와 현대상선향 물량 감소 등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

▲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사업부문별 손익. 출처=한국신용평가

2017년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78억원, 2018년 3분기 누적 기준 –30억원이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연결기준으로 1%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 사업부문별 손익은 2018년 3분기 기준 택배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79억원, 영업이익률은 –3.7%, SCM사업부문은 영업이익 –41억원, 영업이익률 역시 –2.4% 이다. 글로벌사업부문은 65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총합은 –155억원으로 영업이익률 역시 –1.2% 이다.

롯데로지스틱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 232억원, 2015년 423억원, 2016년 344억원, 2017년 252억원, 2018년 3분기 기준 12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5%~1.5% 내외이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을 나타나는 것으로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 의한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제대로 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은 향후 재무상태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로지스틱스의 벤더사업 중단은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 롯데로지스틱스 사업부문별 매출액. 출처=dart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말 연간 700억원 내외의 매출총이익을 창출하던 벤더사업을 중단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크게 2가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나는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 등을 상대로 벤더(상품판매)서비스와 롯데쇼핑·롯데닷컴·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등을 대상으로 물류서비스(용역수익) 사업이다. 특히 벤더서비스는 2018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이 1조2905억원으로 용역수익 사업 4622억원 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덩치가 크다.

3분기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 때 벤더부문 매출 총이익은 620억원, 물류부분은 362억원으로 매출총이익 982억원의 62%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합병을 계기로 물류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벤더사업은 지난해 연말 계약 종료로 사업부문이 폐지가 된다. 물론 매출총이익률을 물류부문과 비교했을 경우 물류부문 5.3%, 벤더부문 3.3%로 물류부문의 경쟁력이 높지만 매출액의 70%를 담당하는 사업의 중단은 당장의 실적부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강 수석애널리스트는 “안정적으로 창출하던 벤더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이익창출기반이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합병에 따른 또 다른 리스크는 대규모 투자부담이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단순합산 기준 부채비율은 200%, 차입금의존도는 26%로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8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EBITDA 지표는 8.8배,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6.64배다.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상향 기준 중 하나인 순차입금/EBITDA 4미만을 훌쩍 넘어섰다. 등급 상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물류센터 신축 등으로 CAPEX를 확대 계획은 영업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재무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가 있다.

2018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79억원으로 CAPEX 투자 부문이 포함된 유형자산 취득으로 인해 106억원이 지출됐다. 같은 분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EBITDA)가 7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벌어들인 돈 대비 지출이 47%가 넘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합산했을 경우에는 이 같은 부담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 롯데글로벌로지스 현금흐름표. 출처=dart

3분기 합산된 EBITDA는 323억원으로 유형자산 취득 지출인 106억원은 전체 벌어들인 돈의 32%에 불과하다.

문제는 올해부터 CAPEX 투자가 연단위로 1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1월 중부권 메가 허브 터미널 구축을 위한 투자 계획을 알렸다. 2022년 1월까지 총 2973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연간 1000억원이 소요된다. 롯데로지스틱스 역시 물류 통합센터와 자동화 설비 구축 등으로 2021년까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투자 지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EBITDA 상승 요인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만약 지난해 3분기 기준 단순합산된 EBITDA 수준를 유지할 경우 투자지출은 롯데글로벌로지스만 고려 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 대비 3배에 가깝다.

강 수석애널리스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택배 부문의 단가 인상을 통한 수익성 회복 여부가 모니터링 필요하지만 당장 투자지출을 커버할 만큼의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