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일했을까. 여러 번 회사를 옮겨 다녔기에, 특별히 직장인 사춘기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의문이 바로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이다.

직장의 유효기간이 다 지났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그만뒀다. 이른바 실증 난 연인을 뻥 차 버리듯 말이다. 배울 만큼 배웠고, 경험할 만큼 했으니,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생각이 짧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호기심은 더 이상 발동하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호기심’ 없이는 일이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직스쿨을 만들기 직전에는 좀 특별했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했으며, 당시의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말하기가 애매했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여러 직무를 경험했지만,그것이 어떤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고로 나는 특별하지 않으니, 아직 홀로 설 수 있을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멍하니 몇 개월을 보냈다. 몇몇 사업 아이템을 꺼내서 당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리저리 퍼즐을 맞춰 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고, 규모 이상의 자본금 없이는 택도 없었다.

이미 4번이나 망한 사람에게 과연 투자 혹은 그와 유사한 형태로 자본금 조달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렇다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에는 무언가 어울리지 않았다. 뭣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하릴없이 시작한 글쓰기는 정말 할 일이 되었다. 돈을 주건 주지 않던 상관없이 열심히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직스쿨’을 만들었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해 결론을 낸 것이다.

그 결론은 일을 단순히 ‘돈벌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가치가 있을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돈을 벌지 말라가 아니라, 무조건 돈을 좇기 보다는 기왕이면 내가 가진 성격이나 습성에 맞도록, 내 관심사 또는 취향에 적합한 곳으로 가서 오래도록 특정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직스쿨을 만든 이유이다. 직장 또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고민을 가진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나름의 전문성을 갖춰 오래도록 그 일을 하는 것을 바라고, 실제로 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금의 일 또는 직장을 해석하는 직장인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다녔던 조직, 그 안에서 만났던 이들, 그리고 고민 사연이랍시고 들고 와서 자신의 가야할 실제 길을 물어봤던 대다수가 그 반대의 선택을 했다.

얼마나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그걸 따졌고, 그 결과로 당장은 잘 먹고 잘 살수 있게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지속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실제로 다음의 길을 찾지 못해 2, 3년이 지나 다시 찾아온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이전의 고민을 가지고 와서 호소한다. 실제 이직을 원해서 옮겼지만, 다시 또 그 상태가 되었다고 말이다. 과거의 나처럼 유효기간의 만료를 경험했고, 이제 이별하고 싶은데, 적당한 안착지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꼭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 또는 사명’을 가지라고 권고한다. 회사는 그냥 옮길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실증 나서….” 라는 이유로도 말이다.

다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설령 이력서가 너덜너덜해질 만큼 갖고 있는 경력이 엉망이 되어도 말이다. 자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 이유가 자신의 철학으로부터 나왔다고 하면 그만이다.

모든 비즈니스 또는 직장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나만 잘하면 그만이다. 나를 계속 일하게 만드는 환경에 가는 것도, 구축도 온전히 내 몫이기에 그에 적합한 철학과 사명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만큼 철학과 사명은 나를 계속해서 일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기부여는 철저하게 Self 또는 Selfish이기 때문에, 평생을 두고 포기하지 못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타인은 그저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코칭 할 때도 꼭 개인이 가진 가치관을 통해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는 ‘동기-스스로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어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

무언가를 지속하게 하는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외부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내부에서 충분히 통해야만 제대로 된 가치로 남아있을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단순 돈 벌이라고 의식하면, 모든 기준 및 척도가 ‘돈’이 된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이면 가치가 있는 것이고, 돈을 나 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라면, 더욱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반대 급부를 가지고 있다. 그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갖고 있고, 그걸 실제 얼마나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에 골머리를 앓는 것도 이점 때문이다.

조직에 필요한 일을 해줄 사람을 찾고, 그것이 특정 기능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부분은 딱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뽑을 수 있는 조건일 뿐이지, 뽑아야 하는 조건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조직원 및 그들이 걸어온 길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졌는지, 이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현재 우선순위에 있어서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 지원자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면, 당장은 큰 문제가 될 수 없지만, 나중에 중책을 맡거나, 중요한 일을 하게 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일정 부분 거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두가 철학을 중심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도, 그들이 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투명해지지 않을까?! 모두가 하나의 목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이걸 통해 어쩌면 잠시마나 ‘공동체 의식’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모두들 각자가 하는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다. 빠르게 도달하려고 할수록 어쩌면 도달 이후에 지속될 수 있는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래 일하고 싶은 만큼 아끼고, 일에 대한 목적과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 그리고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일을 하는 직장인, 그리고 자신의 일을 갖고자 하는 직장인이 할 생각과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