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최근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택사업을 통한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광역도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률과 입주율이 하락하면서 이에 따른 현금흐름 리스크가 커지자 일부 중견건설사들의 재무상태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2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수도권과 광역시 평균 분양률은 90%로 높은 수준으로 보였다. 반면 광역도 지역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율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평균 서울 88%, 인천·경기 83%, 광역시 79%를 기록했다. 광역도는 이보다 낮은 71%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율과 입주율이 건설사 리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주택사업의 선분양이다. 선분양은 초기 계약시점에 분양대금의 10%가 유입된 후 6회에 걸쳐 60%의 중도금이 들어오며 입주시점에 잔금의 30%가 유입된다. 순차적으로 유입되는 분양대금은 사업초기 토지비 확보를 위해 사용했던 차입금과 사업지 재원 등으로 쓰인다.

건설사는 이 과정에서 현금흐름 위험에 노출된다. 사업초기 토지비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지만 사업초기 분양대금 유입이 미미해 부족한 자금을 PF차입 등에 의존하는 탓이다. 사업초반에는 PF차입금이 전체 사업비의 40%가까이 차지하지만 사업이 마무리가 될 때쯤에는 20% 미만으로 낮춰지게 된다.

다만 이 같은 리스크는 주택사업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주택사업은 도급사업과 기성불 도급사업, 정비사업, 자체사업으로 나뉘게 된다.

도급사업은 시행사가 사업주체로 자금을 조달하며 건설사는 도급계약에 따라 시공을 하는 구조다. 단, 사업구조에 따라서 도급사업에서 건설사가 노출되는 익스포저가 총사업비까지 확대될 수가 있다. 예컨대 건설사가 시행사에게 사업비를 대여해주고 PF보증을 할 경우에는 자체사업 수준으로 익스포저가 확대된다. 다만 최근에는 금융기관이 직접 신용공여에 나서면서 책임준공의무에 따른 공사비와 사업비 대여만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공에만 집중을 한다면 도급사업은 일반적으로 책임준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익스포저는 공사비에 한정된다. 만약 전체 사업비 중 건설사 공사비가 39%, 사업비 22%, 토지비 39% 수준으로 구성돼있다면 도급사업은 공사비인 39% 부분에 대해서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

▲ 주택사업 유형별 익스포저. 출처=한국기업평가

기성불 도급사업은 신탁사(시행사)가 공사비를 기성률 즉 공정률에 따라서 1~2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때 차입금이 미상환되면 일부 공사비가 미회수 될 수 있지만 도급사업에 비해 기성불 도급에서는 건설사가 노출되는 익스포저가 매우 적은 수준이다. 기성불 도급사업에서는 전체 사업비를 차입형 신탁사가 금융기관의 차입확대를 통해서 먼저 조달하기 때문이다.

차입형신탁은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신탁사에 신탁하고 신탁사는 사업비와 공사비를 조달한다. 금융기관에서 총 사업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차입을 받는데 이때 주택사업은 채산성이 우수해야 가능하다. 기성불 도급에서 건설사의 익스포저는 전체 사업의 39%인 공사비 전체가 아닌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의 추가보증과 대여 위험도 역시 낮다.

정비사업은 조합에서 토지를 우선 확보해 사업진행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는 낮은 수준이다. 건설사가 노출되는 익스포저는 공사비와 사업비로 국한되지만 이마저도 조합원의 분양대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일반분양률이 낮다고 해도 회수가 가능하다. 건설사 입장에서 정비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분양의 의존도가 낮고 조합원이 분양에 참여해 분담금을 내고 있는 만큼 분양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조합비중이 6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분양은 40%대로 낮아진다. 일반분양대금 의존도 역시 도급사업이 95% 라면 정비사업은 44%에 불과하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일반분양률이 0%에도 조합원의 분양대금 유입으로 공사비와 사업비의 일부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정비사업 익스포저는 공사비 39% 중 78% 비중에 해당하는 30%(총사업비 기준)이며 건설사 사업비가 전체 공사비의 22%를 차지할 경우 건설사가 조합에 사업비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업비의 63% 비중인 14%(총사업비 기준)가 된다.

자체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만큼 건설사의 익스포저 역시 가장 높다. 사업주체인 건설사가 시행사 역할을 하며 총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구조다. 공사비부터 토지비, 사업비 전부가 건설사 익스포저로 리스크가 가장 높지만 그만큼 사업성과가 좋으면 시행이익 확보가 가능하다.

▲분양률에 따른 익스포저 변화.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처럼 사업유형마다 건설사가 부담하게 되는 익스포저가 다르듯이 분양률과 입주율에 따라서도 각 사업별 익스포저도 다르다.

만약 분양률이 85%이고 입주율이 100%인 사업은 기성불 도급 익스포저 0%, 정비사업 2%, 도급사업 6%, 자체사업은 10% 이지만 분양률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입주율이 50%로 하락하게 될 경우 자체사업은 익스포저가 27%로 17%포인트가 오른다. 도급사업 역시 19%로 13%포인트가 늘어나며 정비사업 9%, 기성불 도급사업 1%로 익스포저가 늘어난다. 이는 입주율이 하락할 경우 잔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일수록 건설사의 자금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만약 분양률이 50%일 경우 입주율이 100%일 때와 입주율이 50%일 때 익스포저의 상승폭은 자체사업이 35%포인트, 도급사업 24%포인트, 정비사업 15%포인트로 나타났다.

입주율의 차이가 동일해도 초기 분양률 수치가 다를 경우 분양률이 낮을수록 건설사의 익스포저 상승폭이 높게 나타난다.

이같은 맥락에서 신용등급 BBB급인 건설사들은 자체사업 비중이 높으며 도급사업의 질적 구성도 PF보증 제공 등 상대적으로 열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A급 이상의 건설사들은 자체사업이 12%, 도급사업이 57%, 정비사업이 31%인 반면 BBB급 이하 건설사들은 자체사업이 35%, 도급사업 35%, 정비사업이 30%이다.

특히 지역별 분양률과 입주율이 다른 상황에서 A급 이상 건설사들의 자체사업이 비수도권에는 5% 구성에 그친 반면 BBB급 이하 건설사는 무려 자체사업 35%중 65% 비중에 해당하는 23% 물량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A급 이상 건설사의 비수도권 사업물량은 전체의 29%에 불과하지만 BBB급 이하 건설사는 60%가 비수도권에서 사업이 진행중이다. 주택사업의 잠재위험 수준도가 이미 높은 상황이란 점이다.

▲ 중흥건설이 진행중인 주택사업 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잠재위험 수준도가 높은 건설사 중의 한 곳이 바로 중흥건설이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BBB, 안정적’ 신용등급을 받았다.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을 진행 중이며 계열공사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정비사업공사와 자체사업을 진행하며 사업구조 변화가 진행중이다.

지난 2014년 중흥건설은 계열 매출 비중이 95%에 달했지만 2017년 59%까지 하락했다. 자체사업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2018년 4월말 기준 중흥건설시 진행하는 주택사업은 총 1만1113가구로 평균 99.8%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비중이 18%로 낮은 수준이며 지방물량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기업평가가 미입주 및 입주지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한 위험지역(울산, 경상, 충청, 화성, 평택, 안성, 오산)의 비중이 12%를 차지하고 있어 건설사의 리스크 익스포저가 높다. 발주형태는 자체사업이 13%, 계열시행이 44%, 정비사업이 36%, 뉴스테이 5%, 민간도급이 1% 이다.

▲ 중흥건설 위험지역 주택사업 현황.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성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주택사업의 분양성과가 우수한 수준을 나타내도 주택시장 내 공급증가로 인한 입주지연이 발생한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위험지역 사업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과 미입주, 입주지연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아이에스동서 사업부문별 매출구성 및 건설부문 매출구성. 출처=한국기업평가

아이에스동서 역시 자체사업이 건설부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익스포저가 높다. 아이에스동서는 2016년 이후 건설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자체사업이 매출 대부분인 만큼 부동산 경기 시황에 다른 실적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용지 확보로 인한 재무부담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성일 책임연구원은 “자체사업 대부분이 지난해 완공됐고 예정사업의 분양시기나 규모를 감안할 때 올해 매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최근 수주를 확대한 정비사업의 경우 인허가 등으로 착공시기가 가변적이고 대규모 자체사업인 고양 덕은지구는 올 하반기 이후 사업부지 8개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분양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이에스동서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IS동서는 고양 덕은, 대구 청솔 등 신규 자체사업을 위한 용지 매입과 배당금 지급으로 지난 2016년 이후 영업현금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 유보로 이어지지가 못했다.

2014년도 2015년 500억원대 였던 영업현금흐름은 2016년 들어서면서 2000억원대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운전자본투자 역시 증대되면서 순현금흐름은 2016년 –571억원, 2017년 -807억원, 2018년 9월 기준 –286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이 감소할 경우 이익 창출은 쉽지가 않다.

이 책임연구원은 “확장적 투자정책으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와 급격한 주택경기 하향에 따른 사업가변성 확대, 순차입금 대비 EBITDA가 7배 초과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