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화와 인공지능은 아프리카가 다른 산업국가를 따라잡을 것인지 아니면 훨씬 더 뒤처지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출처= developmentconnection.ne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산업화된 나라에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은 이미 일자리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파괴적인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에도 그 나라의 근로자들이 다른 산업화 국가를 따라잡도록 도울 것인지 아니면 훨씬 더 뒤처지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아프리카개발은행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5에서 2035년까지 아프리카의 노동 가능 인구는 약 4억 50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이들 중 4분의 1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고 나머지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 없다면,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가오는 젊은 노동자들의 물결을 감당할 엄청난 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주요 원천은 마땅히 디지털 경제일 것이다. 2016년 세계 디지털경제 규모는 11조 5000억 달러(1경 3천조원)로 전세계 GDP의 15.5%를 차지하고 있지만, 10년도 안 돼 25%에 달해 전통적 경제의 성장을 크게 앞설 전망이다.

아프리카에서 디지털 경제가 번창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디지털 ID를 보유하며,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전자 상거래에 접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런 생태계가 조성되면 다음으로는 전염병 예방을 위한 면역 앱에서부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요리하는 만큼만 돈을 내는(pay-as-you-cook) 가스 스토브 등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사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아프리카에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수 백만 명의사람들이 전통적인 은행망을 건너 뛰고 휴대전화를 사용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소규모 농가들도 중간 상인을 배제하고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얼마를 내놓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아프리카의 열악한 교통과 도로를 피해 드론으로 르완다에서 혈액을 공수 받아 귀중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선진 디지털 시장과 비교할 때, 아프리카는 아직도 디지털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곳이다. 12억 이상의 인구가 있는 아프리카에는 유니콘, 즉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단 세 개밖에 없다. 반면 인구 6600만 명의 영국에는 16개의 유니콘이 있다.  

전세계 인터넷 미연결국 25개국 중 20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가정은 22%에 불과하고, 24%의 사람들만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디지털 ID나 모바일 지갑을 가지고 중요한 서비스와 전자 상거래에 접근한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성인의 41%만이 금융기관의 공식 계좌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디지털 경제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와 세계의 개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다행히 최근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African Union Summit)에서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디지털 변혁을 진전시키고 모든 개인, 기업, 정부를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리적 인프라, 전자정부 및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농업에서 보건분야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범용 디지털 ID 시스템, 핀테크, 디지털 국경 왕래에 대한 규제를 조정함으로써 아프리카는 12억 명의 잠재적 소비자로 구성된 디지털 단일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런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전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의 매력적인 성장 시장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에 대한 투자로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생기는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에 준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아프리카로서는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 못지않은 엄청나게 큰 작업이다. 세계는 아프리카 연합의 야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돈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세계은행은 지금부터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디지털 혁신에 250억 달러(28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민간부문에서도 최소한 같은 규모의 자금이 동원될 것이다.

극심한 빈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리카에게 이 같은 기술 변혁은 이 전쟁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디지털 어젠다는 성장 어젠다이자, 일자리 어젠다이며, 동시에 안정 어젠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정점에 서 있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본 기사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겸 총재 직무대행이 CNN에 기고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