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상위권 제약바이오기업 유한양행이 올해에도 기술수출 등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을 성과로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한양행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EGFR T790M 돌연변이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마일스톤 포함 총 1조4000억 규모로 기술수출(License Out)한 유한양행이 내달 초 주요 학회 중 하나인 ‘미국종양학회(AACR2019)’에서 새로운 후보물질의 비임상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1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를 위한 2가지 약물표적에 작용하는 합성신약 후보물질 2종을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금 약 88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이는 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 수준에서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으로 유한양행이 이번 AACR을 계기로 연구개발(R&D) 역량을 내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ACR2019서 공개할 새 신약 후보물질 무엇?

유한양행이 AACR2019에서 공개할 신약 후보물질은 2종으로 ‘YH25248’은 Treg를 타겟으로 둔 경구용 PI3K delta 선택적 저해제로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는 기전을 나타내고, ‘YH29143’은 새로운 TIGIT 항체로 면역세포인 T세포 활성을 높이고 Treg 세포를 억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유한양행이 AACR2019에서 발표할 신약 후보물질. 출처=유한양행

YH25248은 연구용 쥐 실험에서 종양성장을 억제하는 항암 효과와 유방암‧대장암 종양 모델에서 PD-1 항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이 소렌토와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기업 이뮨온시아가 PD-L1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YH25248과 병용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YH25248과 유사한 약물로는 길리어드가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 받은 ‘자이델릭’이 있다. 중국 상하이 잉리 파마슈티컬스가 ‘YY20394’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2016년 유방암 전임상모델에서 PD-L1과의 병용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 유한양행이 AACR2019에서 발표할 신약 후보물질 관련 내용. 출처=유한양행

YH29143은 TIGIT 항체로 TIGIT는 T세포 수용체 중 하나다. 면역 T세포의 조절과 기억 T세포, NK세포에 분포됐다. TIGIT는 종양의 T세포와 NK세포의 반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구용 쥐 실험에서 CD8+ T세포/Treg 세포 비율이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업계 전문가는 “유한양행은 대상 후보물질과 관련, PD-1을 폼해 다른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를 시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YH29143은 나스닥 상장사 온코메드가 TIGIT 항체와 관련, 임상 1a/b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18년 11월 1상 용량 증가 초기 결과를 발표했다. 전이성 암환자 18명을 대상으로 투여했을 때 독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티이오에스(iTeos)도 TIGIT 항체를 개발 중이다. 이는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유한양행이 개발하고 있는 YH25248과 임상 단계 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글로벌 파이프라인 세 가지 보유

유한양행은 병원을 포함해 약 18개 바이오벤처 등에 투자하고 있다. 자체 제품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도 다양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R&D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이 투자한 주요 바이오벤처 중 하나인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레이저티닙은 2015년 8월 전임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수출됐다. 이 기업은 AACR에서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SKI-G-801’의 새로운 적응증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뮨온시아는 면역관문 억제제 ‘IMC-001’의 국내 임상 1상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는 2018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용량 상승 시험으로 전이성/국소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에서 진행됐다.

이뮨온시아 파이프라인은 IMC-001을 비롯, 면역항암제로 구성됐다. 이 기업은 유한양행이 최근 전세계 제약바이오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병용투여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주요 투자사 중 하나다.

▲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유한양행은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춘 파이프라인 세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합성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은 올해 상반기 임상 2b상 발표가 예정됐다. 해당 약물은 연세암병원에서 임상 중이다.

연구결과, 세포주 모델에서 레이저티닙은 T790M 돌연변이 세포주의 성장을 선택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억제했다. 마우스 모델 연구에서는 동등한 생물학적 농도에서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암세포 사멸을 유도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레이저티닙을 통해 기존 EGFR 돌연변이 억제제에 대한 내성으로 치료의 선택폭이 좁았던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옵션이 생겼다고 할 수 있으며, 뇌전이 환자에는 큰 희망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레이저티닙이 대규모 임상인 2b상에서도 타그리소 대비 의미 있는 장점을 나타낸다면 가치를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오병용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 조건부 시판허가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한양행에 상당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파인바이오파마에 마일스톤 포함 총 244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퇴행성디스크치료제 ‘YH14618’도 주요 파이프라인이다. 이는 올해 임상 2상에 재진입할 예정으로 글로벌 시장 약 11조원을 목표로 둔 혁신신약(First-in-class) 파이프라인을 다시 보유하게 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다. 길리어드는 혁신신약으로 기대하던 ‘GS4997’의 임상 3상을 실패했다. 길리어드는 이미 세 건의 기술이전으로 NASH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지만, 유한양행의 비임상 물질이 NASH 치료제의 신규기전으로 충분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NASH 치료제 비임상은 올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도물질이 도출되면 유한양행은 추가 마일스톤을 받는 등 R&D 비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