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가 심장병 고위험성이나 심장병이 없는 노인들에게 아스피린을 처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출처= Medscap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만약 여러분이 비록 장년을 지나 노년에 돌입했어도 아직 건강한 상태라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오래 동안 하루 한 알 상비약으로 여겨져 온 아스피린에 의지하지 마시라.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와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장병 고위험성이나 심장병이 없는 노인들에게 아스피린은 더 이상 예방책으로 권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출혈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진통제인 아스피린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연구결과에 따라 첫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사용이 계속 증가해 왔다.

그러나 미국심장학회는, 비록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70세 이상 노인이나 출혈 위험이 높은 성인의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투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 지침은 이전에 심장 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이번 가이드라인 작성 과정에서 공동의장을 맡은 존스 홉킨스 의대의 로저 블루멘탈 박사는 "앞으로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에겐 매우 신중하게 아스피린을 처방해야 할 것"이라면서 "아스피린을 권장할 게 아니라, 생활습관을 최적화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사들은 내출혈의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에 한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특정 고위험군 노인 환자에게만 아스피린 처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지침은 특정 연령대의 환자에게는 아스피린 같은 반혈전 처방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의 예방의학 최고책임자인 에두아르도 산체스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스피린은 사용하더라도 매우 적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협회의 예방의 최고 책임자인 에두아르도 산체스 박사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심장학회와 심장협회는 이번에 발표된 권고안은 심장병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1차 예방’ 지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스피린은 소위 ‘2차 예방’, 즉 이미 동맥 내 플라크 형성과 관련된 심혈관 질환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심장 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여전히 권장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경우, 아스피린 복용이 사후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 가이드라인도,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와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의 고위험군 환자에겐, 내출혈 위험이 커지지 않는 한 아스피린 처방을 고려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아스피린의 출혈 위험을 지적한 최근의 연구들에 이어 나온 것이다.

지난해 10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이 게재한, 1만 9000명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소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추지 못했고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눈속임 약을 써서 환자가 진짜 약으로 믿고 좋은 반응을 나타내는 효과)도 없었으며, 오히려 주요 출혈의 위험만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주 댈러스(Dallas)에 있는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의 예방 심장학 프로그램 연구소장 아미트 케라 박사는 "심장학회의 새 연구들은 1차적 예방의 측면에서 아스피린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며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심장병 전문의인 케빈 캠벨 박사도,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고혈압, 당뇨, 특히 콜레스테롤과 같은 위험 요소의 치료에 이전 보다 훨씬 더 잘 대처하고 있다”며 “이런 요인에 대한 대처가 크게 개선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짐에 따라, 과거에 주 예방책으로 권장되었던 아스피린의 효과가 부정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아스피린 제조업체인 바이엘 AG의 미국 소비자 의약사업부 책임자인 제네 반 덴 엔드 박사는 아스피린은 본래 심혈관 질환의 2차 예방에 대해 승인된 약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아스피린 복용 중단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심혈관 의학회장인 스티븐 닛센 박사는 "심장질환을 진단받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스피린 보다) 더 검증된 전략이 있다"며 규칙적인 운동, 체중 증가 억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의 규칙적 감시, 건강 범위를 벗어난 경우 적절한 약의 복용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