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오렌지라이프가 금리상승 시점에 업계 평균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적용해 저축성보험 물량을 끌어올렸다. 체질개선보다는 매각 전 실적을 최대한 확대한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조8430억원으로 2017년 결산 1조2210억원 대비 51% 확대했다. 반면 상장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은 같은 기간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가 일제히 축소됐다.

▲ 출처=각사 결산보고서

지난해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당시 오렌지라이프는 방카슈랑스 판매망을 활용해 저축성보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왔다. 특히 지난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공시이율 인상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기준금리 등 주요 금리변동에 따라 시차를 두고 적용되는데, 오렌지라이프는 금리 인상 시점에 업계 평균 이상으로 공시이율을 높여 매각 전 저축성보험 실적을 올렸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지난해 신계약 실적 지표인 초년도 보험료 흐름을 볼 때 오렌지라이프는 3분기 시점에 저축성보험을 가장 많이 팔았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상표권 만료로 ING생명에서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했고,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한금융지주에게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시기에 오렌지라이프는 매각이전 최대한 실적을 올려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했던 모습이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5300억원에 달한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보다 일시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유리한 상품인 만큼 오렌지라이프가 매각 이전에 공시이율을 높여 실적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평균은 2.76%로 업계 평균 공시이율 2.60%보다 높았고 특히 지난해 3월, 8월, 9월 공시이율은 각각 2.79%를 기록해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 오렌지라이프, ‘저축성APE 50% 육박’ 올해 저축성 일시납 감소하면 실적 급감

▲ 출처=오렌지라이프

오렌지라이프가 올해 저축성보험 신계약 증가로 저축성 연납화보험료(APE)가 3400억원으로 전체 상품 APE의 47%를 기록했다. 올해 저축성보험 비중은 전년 대비 6%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까지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약속한 만큼 순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했는데, 지난해 사명변경(ING생명→오렌지라이프)으로 전속설계사의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전속설계사의 초회보험료는 1390억원으로 2017년 2600억원 대비 46.6% 급감했고 1년 단위로 환산한 전속채널 연납화보험료(APE)는 610억원(16.5) 축소됐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순이익의 50%를 배당하기로 주주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실적을 최대한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속설계사 실적 위축으로 방카슈랑스를 활용해 저축성보험 물량을 단기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쟁사들이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체질개선하는 것처럼 오렌지라이프도 올해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업계 평균 이하로 낮춰 보장성보험으로 판매 수요를 높여야 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된 이후 실적이 악화될 수 있어 빠르게 보장성보험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렌지라이프는 향후 신한금융지주의 관리 속에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오렌지라이프 측은 “지난해 시중금리 하락 속에 방카슈랑스 채널인 저축성상품은 판매가 확대됐다”며 “2019년은 일시납 상품판매를 축소해 방카슈랑스 비중을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저축성물량 많은 오렌지라이프, 신한생명과 합병할 경우 어떻게 되나?

올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 승인을 받은 오렌지라이프는 현재 신한생명과 합병과정만 남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이 기업 문화와 상품의 특성이 다른 만큼 당분간 각자도생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지주사 내에 중복된 업무를 하는 것보다 통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신한생명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상장사인 오렌지라이프를 상장 폐지한 후 신한생명이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주당 4만7400원으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했는데 향후 오렌지라이프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해 추가로 40.85%를 매입해야 한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현재 주식의 공개매수 가격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저축성보험 일시납 규모 감소로 실적이 감소해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공개매수 매입단가가 줄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렌지라이프는 50%에 육박하는 저축성물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 발표에서 저축성보험의 일시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올해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고배당이 끝난 만큼 오렌지라이프는 저축성 물량을 확대해야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보장성으로 체질개선을 빠른 속도로 진행한 농협생명이 지난해 적자전환했고 동양생명 역시 1년새 순이익이 1352억원(71%) 축소된 것으로 볼 때 오렌지라이프도 보장성으로 체질개선할 경우 실적감소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의 실적보다 자본건전성에 집중하는 만큼 오렌지라이프도 향후 보장성 위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한생명은 타 기업보다 선제적으로 보장성보험으로 체질개선했다. 신한생명은 지난 2013년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시스템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고 최근 3~4년 사이 보장성으로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특히 신한생명은 저축성 물량 감소로 2017년 당기순이익이 1206억원으로 2016년 1505억원 대비 20% 줄었지만 현재까지 단기실적보다는 유지율을 높이는 완전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합병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저축성보험 물량 감소가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남은 지분의 공개매수 단가에도 영향 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