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소비자를 잡기 위해 중국에 커피 제국을 건설한 스타벅스가 배달을 앞세운 중국 토종 복병을 만났다.   출처= Payment 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타벅스는 중국의 소비자들이 호화로운 카페를 가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하고 중국에 커피 제국을 건설했다.

그런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복병을 만났다. 중국 토종의 떠오르는 신생기업 루이싱 커피(瑞幸咖啡, Luckin coffee)가 몇 분 안에 커피가 배달되기를 원하는 젊은 고객들을 차지하며 거세게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갑작스런 부상은 스타벅스와 심지어는 맥도널드까지도 열광적인 중국 고객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한 배달 시스템 구축 경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베이징 우다오커우(五道口) 인근에 사는 24살의 손톱관리사 뤄페이는 올해 초부터 루이싱에서커피를 주문 배달해 먹기 시작했다. 지난 달 어느 한 주간 동안 매일 루이싱으로부터 헤이즐넛 라떼를 배달시켰는데, 그 때마다 20분 내에 커피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번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고객을 감동시키더군요.”

이 같은 커피 배달 전쟁은,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회사에게 (서방 국가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배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경쟁자들이 얼마나 빨리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도 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도시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빨리 음식과 상품을 배송해 주는 주문 서비스에 익숙해졌다. 어떤 도시에서는 너무나 많은 주문이 밀려들면서, 사무실과 아파트 건물들은 배달물을 받아주고 엘리베이터가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로봇까지 배치했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20년 동안 영업을 해 왔지만 그동안 주로 부유층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오면서, 고객들이 여유롭게 비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런 매장 수천 개를 열었다. 그러나 스타벅스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전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배달하는 것은 거의 비공식적인 일이었지만, 2018년 9월부터 알리바바 그룹 홀딩(Alibaba Group Holding Ltd.)이 보유하고 있는 음식 배달 플랫폼 이러머(Ele.me)와 제휴해 150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때까지 (배달 경험이 없던) 이 커피 거인은, 열광적인 중국 고객들에게 커피를 배달하는 동안 음료가 엎질러지거나 식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뚜껑과 포장을 개발하는데 거의 2년을 보냈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으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루이싱은 처음부터 셀프 서비스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회사 싱크넘(Thinknum)에 따르면, 루이싱은 2017년 10월 설립 이후 10억 달러를 조달했고, 스타벅스의 코 앞에 배달이나 픽업 위주의 매장 2000개를 열었다.

루이싱의 전략 및 재무 책임자 레이너트 샤클은 "우리는 스타벅스의 상권 분석 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매장은 수요가 많은 곳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루이싱은 현재 월가의 몇몇 은행에서 약 2억 달러를 대출받기 위해 협의 중에 있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에 뉴욕에서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회사가 30억 달러로 평가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치열한 배달 경쟁으로 지난 해 3분기 스타벅스의 중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2% 감소했다.   출처= Skift Table

스타벅스의 케빈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 외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 전략을 홍보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고객들의 행동이 변화하고 있고, 시장 상황이 진화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월 투자자들에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 스타벅스와 루이싱 모두 중국 주요 도시에서 30분 이내에 배달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부터 상하이에서 커피 배달을 시작한 맥도날드도 일부 매장에서 28분 배달 전쟁에 가세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중국에서 운영하는 3700개 매장 외에 올해 60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루이싱도 올해 2500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어서 연말이 되면 총 매장 수가 4500개에 이를 것이다. 두 회사 모두 배달 서비스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해 매장을 찾는(매장을 찾는 것이 회사에는 더 이익이다) 고객도 더 많아 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커피 맛을 여전히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두 회사의 확장은 큰 도박이다. 투자자문회사 샌포드 씨 번스타인(Sanford C. Bernstein & Co)의 연구원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00잔 이상인 것에 비해, 아직 중국은 5~6잔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분석가들은 미국에서의 음식 배달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고객들에게 커피를 배달하는 것은 대부분 이익을 갉아먹는 헛된 노력이라고 말한다.

스타벅스와 루이싱은 커피를 배달하는 데 얼마가 드는지, 그들이 그 서비스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커피는, 처음부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가격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해 온 루이싱보다 값이 더 비싸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 16온스(450g)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배달하는 데 스타벅스는 37위안(6250원)을 받지만 루이싱은 27위안(4560원)을 받는다.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에는 스타벅스의 배달 대행사인 이러머의 몫인 9위안(1500원)의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고, 루이싱의 커피 가격에는 루이싱의 배달 파트너인 SF 익스프레스(SF Express)의 수수료 6위안(1000원)이 포함되어 있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데이비드 다이 애널리스트는 배달 회사들이 스타벅스와 루이싱에 청구하는배달 수수료는 주문 1건 당 평균 7위안이라고 말한다.

▲ 루이싱은 처음부터 가격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출처= Red Pulse

지난 해 7월에 끝난 3분기에 스타벅스의 중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이 2% 감소하면서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물론 매출 감소 이유 중 하나는 치열한 배달 경쟁 때문이었다. 이후 4분기와 올 1분기 동안 매출은 개선되었지만, 성장은 루이싱이 시장을 잠식하기 전보다 크게 느려졌다.

스타벅스는 배송과 관련된 비용 때문에 올해 중국에서의 수익률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전국 매장의 약 90%까지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 회계연도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약 25억달러(2조 8천억원)가 중국 매출이라고 샌포드 씨 번스타인은 추정했다.

루이싱은 아직 비상장회사여서 매출액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베이징 같은 복잡한 대도시에서 커피를 스쿠터로 배달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배달 운전자들은 시간에 맞춰 고객에게 커피를 배달하기 위해 꽉 막힌 도로와 건물 사이를 곡예사처럼 돌진한다.

스타벅스는 배달 커피 포장은 커피가 변질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특수 용기에 커피가 흘러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수 밀봉 뚜껑이 달려 있다. 매장에서는 커피 위에 카라멜 시럽을 뿌려 제공되는 카라멜 마키아토는 보다 내구성이 강한 카라멜 향 용기가 사용된다.

25세의 직장인 동렝은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해 매일 아침 베이징 스타벅스에서 들러 비싼 카푸치노를 마신다.

그러나 오후에는 루이싱에서 보다 싼 피로회복 음료를 배달시켜 먹는다.

"루이싱이 스타벅스보다 훨씬 싸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