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카드업계는 13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현대·기아차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으로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 13일 오후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당국에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을 철저히 감독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승현기자

최근 현대·기아차는 몇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삼성·신한·롯데카드는 11일과 12일 현대·기아차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계약이 종료된 직후 위 3사는 현대·기아차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3일 신한카드와 현대·기아차의 협상이 타결됐으며, 롯데카드와 삼성카드는 아직 현대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와의 카드수수료 인상에 실패하면서, 카드업계의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평가가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사무금융노동종합(사무금융노조)는 수수료 개편을 주도하면서도 갈등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금융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허권 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카드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초대형 재벌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인상은 불가하다는 현실을 수차례 주장했다”면서 “이에 금융당국은 초대형 재벌 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사무금융노조는 대형가맹점 수수료 갑질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대형가맹점 갑질 방지를 법으로 명시했음에도 이번 현대차 가맹점 해지 통보는 방치했다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백기를 들고 마지막까지 버티던 업계 1위 신한카드와 삼성·롯데카드까지 제안을 받아들일 동안 금융당국은 오히려 협상을 종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당국의 개편안에 따라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맞서고 있는 동안 금융당국은 법과 원칙을 거론하면서도 물밑으로는 현 수준에서 원활히 협상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카드업계는 이번 현대·기아차 수수료 협상실패가 다른 대형가맹점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유통업계와 수수료에 관련한 문제를 겪어왔다”면서 “이번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은 단순히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닌 여러 업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사무금융노조는 ▲ 금융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할 것 ▲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 등 대기업에 마케팅 혜택을 많이 본 가맹점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한다는 원칙을 인정, 수수료 인상을 적극 수용할 것 ▲정책적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하한선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