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올해들어 1분기 발행시장은 흥행가도다. 낮은 발행금리와 금리변동성으로 기업들은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에 우량등급의 기업부터 비우량기업들까지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저리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투자자들의 자금도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발행시장은 오버부킹 행렬이 이어졌다. 투자자들의 발길은 고수익채권으로 향했다. 금리가 높은 A급 채권, 우량물 중에서는 장기채권으로 관심이 쏠렸다.

실적 공시 등으로 남은 3월동안 발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분기 발행시장도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연초 자금 집행 재기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없어 1분기 보다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월, 낮은 금리 · 금리변동성에 넘쳐나는 투자 수요

올해 1월 발행시장은 풍부한 투자수요를 바탕으로 수요예측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A급 업체들의 발행도 크게 늘었다. 10년 이상 초장기물 회사채 발행도 많았다. 회사채 발행은 수요예측을 기록한 이후 1월 기준 약 4조5000억원으로 수요예측과 발행 금액이 가장 많았다.

▲ 1월 기준 약 4조5000억원으로 수요예측과 발행 금액이 가장 많았다. 출처= 현대차증권

통상 1월 발행은 연말부터 빠르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2월 발행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금리 레벨에 낮아 낮은 금리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2월 구정 연휴 전후로 수요예측이 어려운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과거 연초에 ‘연초효과’를 노린 회사채 발행이 많이 진행되면서 연초에 만기 물량이 집중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많은 물량에도 발행시장 내 투자심리는 매우 좋았다. 낮은 금리 변동성에 따라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캐리를 찾아 발행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1월 기준으로 경쟁률은 4.3배로 수요예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단기물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풍부한 투자수요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증액에도 불구하고 개별금리 대비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A급 업체들의 발행도 크게 늘었다. 과거 A급 기업들의 수요예측은 1월에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A급 기업들이 AA급 기업들의 수요예측 결과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이후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10개 정도의 A급 기업이 수요예측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크레딧 이벤트 감소로 A급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A급 업체들의 자신감이 많이 높아졌고 AA급에 비해 금리가 높은 A급에 대한 대기 투자수요가 풍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BB급에서도 2개 기업이 수요예측이 있었다.

▲ 올해 1월에는 이례적으로 A급 업체들의 발행도 크게 늘었다. 출처= 현대차증권

풍부한 고금리 투자수요에 A급 수요예측 결과도 좋았다. 특히 대림코퍼레이션(A0)의 수요예측에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왔다. 500억원 수요예측에 총 유효수요는 8810억원이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과 유사한 등급 추이를 보이는데 대림코퍼레이션이 긍정적인 등급전망을 받아 시장에 나옴으로써 투자심리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10년 이상 초장기물 회사채 발행도 늘었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 회사채 초장기물 투자수요가 감소하면서 10년물 발행이 크게 줄었다. AAA0급 이하에서는 10년물 발행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에 케이티(AAA)는 20년물을, CJ제일제당(AA0), 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AA-), LG유플러스(AA0), GS칼텍스(AA+), 롯데쇼핑(AA+)은 10년물을 발행했다. 발행기업도 늘어나고 발행기업의 등급 레벨도 AA-급까지 낮아졌다. 낮은 금리레벨도 연기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초장기물을 담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자산 듀레이션 확대 마무리, 해외 투자 감소 등에 따라 회사채 초장기물 투자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월, A급 이하 회사채도 언더발행

2월에도 발행시장은 강세를 이어갔다. 2월초 구정 연후 탓에 수요예측 물량은 1월 4조5700억원에서 2월 3조7400억원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효경쟁률은 1월 4.3배에서 2월 4.5배로 높아졌다. 낮은 금리 변동성으로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캐리를 찾아 발행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발행시장 내 투자수요를 견조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2월에도 발행시장은 강세를 이어갔다. 2월초 구정 연후 탓에 수요예측 물량은 1월 4조5700억원에서 2월 3조7400억원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출처= 현대차증권

2월 수요예측을 실시한 A급 이하 회사채는 모두 개별민평 대비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A급 이하 채권은 기존 개별민평금리 레벨이 등급민평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더라도 AA급에 비해 높은 절대금리를 바탕으로 금리를 더 낮춰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에 등급민평 대비 개별민평 금리가 높은 채권은 더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특히 태영건설(A-)과 한화건설(BBB+)는 각각 –96bp, -50bp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과거 건설사 리스크 반영으로 개별민평이 등급민평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투자모멘텀이 높아진 결과 발행금리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채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회사채 장기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절대금리 수준을 맞춰줄 수 있는 10년 이상 회사채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장기물의 결정금리 또한 타 트렌치 대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다만 투자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투자안정성이 보장되는 AA급을 중심으로 회사채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3월, 건설사 강세

1분기 발행시장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비우량물 위주의 수요예측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LG화학과 우리은행 후순위채를 제외하고는 모두 A급 이하 업체에서 수요예측이 이뤄졌다. 비우량물 위주의 수요예측임에도 크레딧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비우량물의 고금리 메리트를 바탕으로 언더발행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의 강세가 돋보이는 상황이다. 태영건설(A-), 한화건설(BBB+)의 큰 폭의 언더발행에 이어 지난주 롯데건설(A0)도 금리를 큰폭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또 5년물 발행도 성공했다.

모두 긍정적 등급전망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주택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긍정적 등급전망이 재무지표 저하 우려를 상쇄시킨 것이다. 이에 높은 절대금리가 부각되면서 많은 캐리 투자수요를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 (이달 8일 기준 금리 및 스프레드 변동표)비우량물 위주의 수요예측임에도 크레딧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비우량물의 고금리 메리트를 바탕으로 언더발행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현대차증권

두산인프라코어(BBB0)도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아직 수요예측 결과가 공시되지는 않았으나 2년물 500억원 수요예측 결과 105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88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최근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 두산중공업, 두산의 등급하향 압력 증가에도 타 계열사와 달리 등급전망에 변경이 없었다. 실절이 양호했던 점이 수요예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남은 3월 중 등급변동이나 발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말까지 기업의 실적 공시가 나오고 4월과 5월은 신용평가사의 정기평정 기간이기 때문이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발행시장은 전반적으로 잘됐다”면서 “이는 낮은 금리와 낮은 금리변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금리가 낮다 보니 금리가 높은 A급채권, 우량물 중에서는 장기채권들의 수요가 많았다”면서 “2분도 발행시장이 강세를 이어가지만 자금집행 재기에 따른 효과가 없기 때문에 1분기 보다는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