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한국 중소‧벤처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종양학회(AACR2019)에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공개할 것으로 예정돼 주목된다. 큐리언트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큐리언트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항암 치료제 후보물질과 신약의 연구 결과 확인된 효능과 안전성, 작용 기전을 발표하는 제110회 ‘미국종양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asearch)’ 초록에서는 약진하고 있는 한국 중견‧벤처 제약바이오기업이 주목된다. 기업별 발표는 31일(현지시간) 엔지켐생명과학과 삼진제약, 셀리버리부터 4월 1일 오스코텍, 영진약품, 2일 유틸렉스, 큐리언트 순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오스코텍‧엔지켐생명과학 주목 ‘기술수출’ 가능성?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EGFR 저해제)’의 원개발사로 2015년 8월 전임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수출(License Out)한 기업이다. 이는 2018년 11월 국내 1/2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약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오스코텍은 2018년 유한양행의 기술수출에 따른 기술료 수익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레이저티닙 3상 진행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과 2020년 한국에서의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 수익이 기대된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구개발(R&D) 성과로 창출된 수익이 다시 신규 파이프라인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바이오업체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AACR 초록에서는 오스코텍이 개발 중인 ‘SKI-G-801(FLT3 저해제)’의 새로운 적응증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AACR에서는 AML 동물모델에서 SKI-G-801의 뛰어난 항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보된 전임상 결과에서 이 후보물질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서의 신규 AXL 저해제로 가능성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3분기 중 비소세포폐암과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국내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이 추가로 신청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소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암학회(AACR2019)'에서 발표할 후보물질 요약본. 출처=AACR2019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1월 말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질환연구원(NIAID)로부터 정부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NIAID와 협력방법, 지원 규모 등이 합의 이며, 임상시험비용 100~150억원을 지원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급성방사성증후군(ARS) 치료제 ‘EC-180’의 작용기전과 임상개발 현황 등을 공유하고 있다. 또 생의학연구개발청(BARDA)가 별도로 요청한 방산으 피해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도 발표했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C-18은 경구용제제로 보관과 보급이 쉬워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 수단으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AACR 초록에 따르면 EC-18은 2017년 6월부터 시작한 호중구감소증 글로벌 임상 2상에 대한 중간결과가 발표된다. 이는 혈관에서 호중구의 유출을 조절하는 기전으로 검증된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C-18은 혈소판감소증과 혈소판증가증을 예방, 특히 적혈구 감소를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내용이다.

두 기업은 각각 기술수출 경험과 미국 정부기관과의 협력 등을 토대로 이번 AACR 미팅에서 기술수출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 이후 대규모 기술수출이 가능한 추가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고, 엔지켐생명과학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AACR에서 공개하는 데이터가 관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시험 결과 다수…중소 제약사도 신약 R&D 꾸준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과 최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암세포 표적치료제 개발 연구 협약을 체결한 영진약품도 AACR에서 역량을 내보인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진제약, 영진약품 등 중소제약사와 기타 다수의 바이오업체들이 참가하며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줄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이 발표할 ‘SJP1604’은 표준 치료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포함한 AML을 타깃하는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이다. 이는 동물시험 결과 AML, 골수이형성 증후군(MDS)을 타겟으로 둔 혁신신약(First-in-calss) 물질로 독성이 낮으며 내성까지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진약품이 개발 중인 ‘YPN005’는 Myc가 과발현된 암세포를 대상으로 항암활동을 나타내는 후보물질이다. 이는 경구용 CKD7 저해제로 동물시험에서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상으로 21일 동안 매일 복용했을 때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됨이 확인됐다. 영진약품은 YPN005를 통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선도물질 최적화, 약효평가, 임상이행 연구, 독성평가 등에 약 2년 동안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영진약품은 자체 개발 신약 ‘KL1333’을 스위스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이상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 뉴로바이브에 기술수출한 경험이 있어 이번 YPN005 연구 등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신약 파이프라인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암학회(AACR2019)'에서 발표할 후보물질에 대한 초록 내용 요약. 출처=AACR2019

바이오텍 약진…셀리버리, 유틸렉스, 큐리언트 AACR 참전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쉽을 구체화하는 목표를 둔 셀리버리는 췌장암 치료 후보물질 ‘iCP-SOCS3’의 최신 R&D 결과를 발표한다. 셀리버리는 성장성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분자량이 큰 약리 물질들을 세포 내로 침투시킬 수 있는 TSDT 플랫폼을 보유하고 파킨슨병, 췌장암, 고도비만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초록에 따르면 iCP-SOCS3은 암세포 발병 신호 전달 체계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을 나타낸다. 이는 췌장암 세포의 생존율을 정상 세포에 비해 획기적으로 감소한다고 알려져 이번에 공개되는 데이터가 주목된다.

유틸렉스는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인 ‘EU102’의 비임상결과를 발표한다. EU102는 면역 T세포의 유동성 공동자극인자 중 하나인 AITR을 타겟으로 개발된 항체치료제다. AITR은 암을 직접 죽이는 킬러T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킬러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에도 발현한다.

EU102는 연구결과 AITR과 결합, 킬러T세포를 더욱 활성‧증식시키는 역할과 조절T세포를 도움T세포로 전환, 킬러T세포를 도와 암을 공격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AITR을 타겟으로 둔 항체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으나 조절T세포를 도움T세포로 전환하는 기전은 확인된 사항이 없어 발표 데이터가 주목된다.

큐리언트가 공개할 ‘Q702’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AXL, Mer, CSF1R 트리플 억제제다. 이는 암 생성의 원인이자 결과물로 암세포 주변을 암 생성, 성장, 전이가 원활하게 만들고, 면역세포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환경인 종양미세환경을 만드는 단백질 Axl과 Mer, CSF1R을 저해, 면역 자극을 활성화하고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없애는 가능성이 있는 신약후보물질이다.

Q702는 동물실험에서 단독처방 효능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예상된다. 큐리언트는 이미 다제내성결핵치료제 ‘텔라세벡’과 아토피성피부염치료제 ‘Q3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으로, Q702 또한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암세포에서 Axl의 과발현은 환자의 부정 예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AML, EGFR TKI, 비소세포폐암 등의 모델에서 세포 독성 활성을 통해 이중 잠재성이 확인됐다”고 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