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있는 펀드가 좋은 펀드죠”

‘한국밸류 10년 주식 펀드’가 설정 후 수익률 1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결은.
다른 운용사보다 좋은 환경에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밖에는 장점이 없다.

이를 위해 10년을 싸워왔고 회사를 만들었다. 운용사를 설립할 때 팀원들이 한꺼번에 이동했는데 그때는 기업탐방, 리서치에서 강점이 많았다.

그동안 펀드를 운용하면서 지수가 50% 오를 때 400~500% 오를 때도 있었다. 이제는 리서치 규모가 더 큰 회사들도 많기 때문에 강점이 사라졌다.

물론 한국밸류보다 가치투자를 먼저 시작한 1세대들도 있고 운용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3년 묻어놓으면 크게 오를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해도 한 달 내내 수익률이 안 오르면 펀드매니저가 당장 교체되든지, 시장의 흐름을 쫓아가는 포트폴리오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펀드매니저가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는데 견뎌낼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우리도 3개월 동안 꼴등만 하던 때도 있었다.

당시 펀드매니저의 운용철학에 대한 경영진과 고객의 신뢰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가치주펀드기 때문에 시장보다 덜 오를 수 있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펀드는 장기투자를 권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은 잦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데.
펀드매니저가 한펀드를 장기간 운용하는 것이 펀드수익률에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펀드매니저가 바뀌면 모르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종목을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 때문에 펀드수익률을 깎아먹는 효과를 낳는다. 주식도 패션이 있기 때문에 펀드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고 시장을 못 쫓아갈 수도 있다.

펀드매니저가 소신을 가지고 운용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해서 교체하고 그동안 그가 갖춰놓았던 포트폴리오를 시류에 맞는 종목으로 갈아타게 한다면 떨어진 수익률은 만회할 수가 없다.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균형을 맞춰간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동안 하락했기 때문에 곧 오를 시기가 오는데 그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잦은 교체는 펀드수익률에 독이 된다.

펀드매니저 교체가 전체 펀드수익률을 균등하게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던데.
잘하는 펀드매니저를 꼴등 펀드로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꼴등 펀드는 자신의 이력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다들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펀드 수를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 펀드를 여러 개 만들어 인기 있는 펀드는 대형 펀드로 만들고 나머지는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수익률 나쁜 펀드가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자 그대로 방치하고 새로 간판 펀드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론칭을 안 하고 추가로 채널 확대도 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가입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일 브랜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면 어떡하든 간판 펀드를 살리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도 득이 된다. 이러한 방식이 운용사의 브랜드를 만들고 투자자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운용사 측은 스타 매니저의 탄생을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마 실명을 내걸고 운용하는 펀드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유일할 것이다. 1999년 이후로 실명펀드가 전부 실패했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당시 스타급 매니저들이 이름을 팔아 투자자를 모아놓고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래서 스타급 매니저가 탄생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이직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팀제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

펀드의 명성은 운용사의 명성으로 남아야지, 개인의 명성으로 남으면 회사에는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스타급 매니저들이 운용사를 떠나 자문사를 설립하는 경향이 많은데.
펀드매니저에게는 자신의 철학을 담은 펀드를 운용하는 게 꿈이다. 10년이 지나면 업계는 재편될 것이다.

앞으로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별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