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5G 로드맵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으로 불리던 화웨이가 최근 자신감있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 여론전을 주도하는 한편 미국의 화웨이 압박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날선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미국 국방수권법 위헌이다"
화웨이는 7일 미국 국방수권법(NDAA) 제 889조가 위헌이라고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텍사스주 플레이노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실제 액션에 돌입한 상태다. 미 정부가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설을 강조하며 장비 배제 방침을 확고하게 세운 대목을 두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압박의 논리적 근거로 삼는 국방수권법이 위헌이라며 맹공을 퍼붓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소장에 따르면 국방수권법 제889조는 그 어떤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모든 미 정부기관이 화웨이의 장비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화웨이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한 제 3자와도 계약 체결이나, 자금 지원 및 대출을 금지했다. 이는 미 헌법 중 사권박탈법 및 적법 절차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며 국회가 입법뿐 아니라 법 집행 및 판결까지 수행한 것은 미 헌법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 처사라는 주장이다.
 
궈 핑(Guo Ping) 화웨이 순환 회장은 “미 국회는 지금까지 화웨이 제품 제한을 위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법적조치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며 “해당 제한 조치는 위헌일 뿐 아니라 공정 경쟁에서 화웨이를 배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화웨이는 법원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 미국 국민과 화웨이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송 리우핑(Song Liuping) 화웨이 수석 부사장 겸 최고법률책임(Chief Legal Officer)도 “제889조는 많은 오류나 입증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 법안의 전제는 사실이 아니며, 화웨이는 중국 정부 소유가 아닐 뿐더러 정부의 통제도 받지 않으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특히, 화웨이는 탁월한 보안 성과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보안문제와 관련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존 서포크(John Suffolk) 화웨이 글로벌 사이버 보안 겸 프라이버시 총괄 책임(GSPO)도 “화웨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철저하게 조사를 받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 궈 핑 화웨이 순환 회장(왼쪽 다섯 번째), 닥터 송 리우핑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법률 책임(왼쪽 네 번째), 존 서포크 화웨이 글로벌 사이버 보안 겸 프라이버시 총괄 책임(왼쪽 세 번째), 글렌 디 네이거 존스데이社 화웨이 담당 대표 변호인(오른쪽 두 번째), 닥터 양 샤오빈 화웨이 5G 제품 라인 부문 사장(오른쪽 첫 번째), 리 다펑 감사회 임원 겸 ICT 인프라 관리 이사회 오피스 디렉터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는 국방수권법의 제한조치로 미국의 5G 상용화가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화웨이 배제는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궈 핑 순환 회장은 “이 법안이 철회되면 화웨이는 미국 고객을 위해 보다 선진화된 기술을 제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가장 뛰어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화웨이는 기꺼이 미 정부가 염려하는 보안문제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 해당 제한조치를 철회함으로써 미 정부는 화웨이와 함께 협력해 보안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유착설은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프리즘'을 통해 국가 차원의 도청 프로젝트를 운영한 전적이 있는 상태에서 화웨이의 확인되지 않은 중국 정부 유착설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5G 정국에서 미국이 화웨이를 배제하면 부정적인 후폭풍이 나올 것이라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미국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월풀의 건의를 받아 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를 대상으로 세이프 가드를 발동했으나, 오히려 자국민들의 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기술력이 상당하며, 미국이 화웨이의 손을 완전히 뿌리칠 경우 5G 정국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논리적 근거가 있다. 런 회장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5G를 가장 잘하는 회사도, 최신 마이크로 웨이브 기술을 가장 잘하는 회사도 화웨이다. 이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기업은 화웨이가 유일하며, 화웨이는 이 두 가지를 접목해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집약도 부문 세계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면서 "현재 8만7805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며 미국에서만 1만1152개의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화웨이는 360개 이상의 표준 단체에 적극 참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5만4000개 이상의 기술연구 관련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백도어가 실체가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화웨이라는 기업이 중국 정부와 긴밀한 유착관계에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는 비상장 기업인데다 직원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런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다.

▲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의 강공모드...왜?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 미국의 강한 견제를 받았다. 5G 패권을 중국에서 빼앗길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소, 미 연방수사국의 화웨이 미국 연구소 압수수색도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화웨이는 초반 몸을 낮췄다. 그러나 최근 조금씩 강공모드에 돌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런 회장은 1월에만 기자회견을 연이어 여는 한편 언론을 통해 미국의 화웨이 불가론에 대한 자기들의 입장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에서 화웨이 5G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자신감은 유럽을 중심으로 화웨이에 대한 구애의 손짓이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불만이 있는 유럽이 조금씩 화웨이와 손을 잡으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SCS)가 화웨이 장비에 위험이 있어도 이를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받기로 한 셈이다.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의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도 언론 기고를 통해 서방이 차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과 5G 네트워크 설계의 복잡성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정국에 휘말린 영국은 특히 화웨이에 전향적이다. 현재 영국은 외국기업의 투자 철회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해졌으며, 결국 화웨이의 손을 잡는 쪽으로 선회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와 영국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다. 화웨이는 2010년 영국에 사이버 보안센터를 열었고, 현재 현지 5G 시장 건설을 위해 20억파운드를 투자했다. 향후 추가로 30억파운드를 더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이 돌아서자 뉴질랜드, 독일도 꿈틀하고 있다. 미국 최대 우방국인 '파이브 아이즈' 중 하나인 뉴질랜드는 최근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독일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여전히 화웨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이러한 유럽의 지지를 바탕으로 더욱 힘있는 반격작전을 꾀하고 있다. 궈핑 회장은 MWC 2019 현장에서 "화웨이는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백도어를 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우리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대규모의 5G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구축한 회사”라며 "우리는 가장 단순하지만 성능은 뛰어난 기지국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엔지니어링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우리가 창출하는 가치도 더 많아지고 있다"며 "화웨이는 강력하고, 단순하며, 지능적인 5G 네트워크를 그 어떤 경쟁사보다도 빠르게 전 세계 이통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화웨이는 분명 5G 분야의 리더이지만, 보안 없이는 이 모든 혁신의 가치도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사이버 보안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표준, 사실 기반의 규정,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이통사들이 유럽의 검증 테스트 및 인증 체제를 합의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최근의 제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NESAS는 매우 좋은 예이며, 전세계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NESAS는 모바일 업계의 발전을 위해 3GPP와 GSMA가 공동 참여하고 있는 조직이다. 미국 정부의 보안 우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올라프 스완티(Olaf Swantee) 선라이즈 최고경영자가 첫 5G 상용화 파트너로 화웨이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는 스위스에서 첫 5G 상용화에 돌입하기도 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올라프 스완티(Olaf Swantee) 선라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선라이즈 5G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스위스의 첫 5G 선구자가 될 것"이라면서 “화웨이의 혁신적인 5G 솔루션과 실제 구축 경험에 힘입어, 선라이즈는 고객에게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 스위스 최고의 5G 서비스 제공기업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5G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직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유럽을 중심으로 화웨이의 손을 잡는 현상이 많아질수록 미국의 압박은 동력을 상실한 가능성이 높다. 7일에는 독일 연방통신청도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시사한 상태에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