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발표를 진행한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토론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재생에너지 사용이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애플, 구글 등 재생에너지 100%사용 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내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기업 전력구매계약(기업PPA)이 도입되어야 하고, 그 근거가 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가 공동주최 및 주관했다.

토론회는 단일 주제로 꾸려졌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국내 환경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제도설계 연구 : 녹색요금제도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을 중심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주최측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거래조건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RE100 참여 기업은 애플, 구글, BMW 등 총 166개다.

김성환 의원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현재 미미해 수출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요구까지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호 기자

기업PPA 장점은? 가격 변동 리스크 해소 가능

연구를 진행한 김승완 교수는 가장 실효성 있는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제도 중 하나로 기업 전력구매계약(기업PPA)를 꼽았다.

기업PPA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 등이 아닌 장외에서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해 합의된 고정 가격에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대체로 장기계약으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기업PPA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가격 변동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조건 등에 따른 발전량 편차가 있어 가격 변동도 다소 있는 편이다. 단순히 말해 태양광의 경우 날이 흐리면 전력생산량이 적어진다. 올해 재생에너지 가격은 킬로와트시(kWh) 당 65.4원~121.3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즉, 기업PPA가 도입된다면 구매자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고, 판매자도 매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PPA 비중은 현재 해외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중 24.5%를 PPA로 조달했다. 2017년 16%, 2015년 3.3%였다.

자가발전, 인증서 구매 등 기존에 이용된 재생에너지 공급제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자가발전 투자비용, 유지보수비용 등의 부담으로 자가발전을 선택하는 비중이 적다.

가장 활성화된 인증서 구매 방법의 경우 결국 REC 시장의 지속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소규모 REC 발전원이 기존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이른바 ‘계통 연계’가 자유롭지 않은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지속 성장에는 다소 의문이 붙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말해, 생산을 해도 공급을 장담할 수 없으니 시장 성장이 더딜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국내 기업PPA 관련 법안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구매에 대해서는 수전설비(일종의 변압기) 30MVA 이상을 갖춘 전기사용자 외에는 직접 전력구매를 할 수 없다고 전기사업법에 명시돼있다. 매매의 경우 1MW 이하의 소규모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만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소규모전력시장에서 중개사업자 등을 통해 판매하거나 한전과 PPA를 체결하여 판매할 수 있다. 사실상 한전의 PPA 독점 구조다.

김성환 의원은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고 싶어도 관련 근거 법규가 없다 보니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호 기자

“기업PPA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

물론 기업PPA 도입을 위한 문제점이 다소 존재한다. 우선 사기업 생산 전력이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공급하는 PPA보다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가격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장기계약과 현물시장 가격 간의 추가적인 리스크 헷징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경우 발전량 편차 등으로 현물시장 가격 변동도 다소 크기 때문이다. 즉, 장기계약가격이 현물시장보다 낮으면 판매자가 손해보고 반대로 높으면 구매자(기업)가 손해보는 상황을 모두 헷징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김승완 교수는 제반 문제를 적극 검토하며 대체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제혜택, 금융지원 등 가격 외적에서 프리미엄을 줘서 한전 공급 전기보다 메리트를 높일 수 있으며, 추가 리스크 헷징 역시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 지원을 통해 일부 차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기업PPA 정책이 단순한 정부보조금 지출 정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신규 재생가능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계 시 제도적 지원이 제공되는 형태의 구매제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자들 ‘현실적 조건 검토 필요해’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건설적인 지적들이 나왔다. 현실적인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강원 신재생에너지센터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정책기획팀 팀장은 “구매처를 한전에서 기업으로 바꿀 때 순증되는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결국 기업과 한전의 경쟁이 이뤄지려면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제반 검토가 핵심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김 팀장은 “기업이 발전사업을 할 경우 한전이 소유한 전력망 사용료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조영탁 한화솔라파워 그룹장은 “기업PPA가 해외에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영토가 넓어 특정 업체가 전력 인프라를 전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의 경우 한전이 전력연계를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그룹장은 “궁극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어져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위한 인허가가 복잡한 상황”이라며 “화력발전소처럼 일괄처리 가능한 핵심 법안이 없어 모든 계획법을 적용하다보면 결국 중단되는 프로젝트도 있어 달성률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력부 부장은 “제도 마련의 경우 적시성 문제가 있다”라며 “법이 개정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에 앞서 산업부 고시 등의 한 단계 낮은 기반 마련 검토 선행도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의 지적에 대해 김승완 교수는 “한전PPA를 뛰어넘는 메리트를 확보하려면 세제감면 등 계약가격 외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망 사용료는 현재 연구 중인 테마로 차후에 발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성환 의원은 “상반기 안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PPA 법안을 발의하겠다”라며 “법 제정 이전에 고시로라도 만들 수 있으면 서두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