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2018년 12월 첫 B2B 전용 5G 전파를 송출한 후 3월부터 본격적인 5G 상용화 로드맵이 진행되고 있다. 5G를 B2C의 영역으로 끌어오려면 가장 필수적인 것이 단말기며, 단말기의 대표주자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 모델을 4월,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 5G 버전은 5월 시장에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LG V50 씽큐 5G를 상반기 내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엑시노스처럼 자체 모바일 AP를 가지지 못한 LG전자는 스냅드래곤 855와 5G 모뎀인 X50이 올해 상반기에 출시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유동적인 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5G 상용화 전략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5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를 반려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5G 시대를 맞아 빠르게 대중화 전철을 밟으려는 통신사의 로드맵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 "5G 요금제 너무 비싸다"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요금으로 좁혀지고 있다.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5G 요금제마저 고가로 책정되면 자칫 폭리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이 합산되어 대리점에서 개통되는 트렌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체 요금이 올라가면 비판의 화살은 통신사에 쏠린다.

당장 단말기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통신사들이 자기들이 정할 수 있는 5G 요금제 수준을 두고 장고에 돌입한 배경이다.

통신사들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정부는 일찌감치 적정 5G 요금제를 압박했다. 이러한 기류는 2월 열린 MWC 2019에서도 확인됐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월 27일(현지시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매츠 그랜리드 GSMA 사무총장과 만나 5G 융합서비스 분야 상호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통신비는 주거비, 식비, 교육비, 교통비 다음"이라면서 "지속적으로 5G도 통신비 부담 줄여주는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3사 CEO들도 기본적으로는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5G 요금제를 두고 정부와 통신사의 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가운데 과기정통부는 5일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인가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이 5G 이용약관 인가를 지난달 27일 신청함에 따라 관련 규정에 의해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이날 오전 개최한 후 반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용약관자문위는 “이용약관인가 심사기준에 따라 요금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와 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면서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5G 요금제를 낮추라는 압박에 나서며 실제 액션플랜에도 돌입한 셈이다.  

통신업계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방침은 SK텔레콤은 물론 KT, LG유플러스 등 전체 통신 3사에게 보낸 '신호'다. 결국 통신 3사 모두 5G 요금제 로드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요금 인하 자체에 있다. 통신업계는 5G 시대를 맞아 대용량 데이터가 움직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고가 요금제 위주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 다양한 실감형 미디어를 5G에서 구현하면 방대한 데이터 이동이 필수다. 결국 5G 요금제도 대용량 데이터 중심으로 짜여져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요금 수준'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5G 도입으로 통신사들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텔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의 5G 관련 누적 하드웨어 투자액은 1조197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국내 이통3사 역시 최대 4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경험을 보장하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설정하고, 막대한 투자금도 회수하려면 역시 5G 요금제에 대한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5G가 새로운 ICT 플랫폼 혁명을 끌어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보장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정서도 읽힌다.

▲ 통신3사의 5G 요금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 각 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어떻게 풀릴까
지난해 상반기 리휠은 국내 데이터 요금제가 지나치게 대용량 고가 요금제 중심으로 구축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리휠에 따르면 국내 통신요금 중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11개국 중 가장 심한 편이다.

실제로 보편적인 요금제인 6만6000원대 요금제를 보면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 제공량은 최대 74GB에 달하지만, 3만3000원대 요금제는 300MB에 불과하다. 가격 차이는 2배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252배다. 데이터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통신사들이 최저 요금제 데이터 기준을 300MB로 고수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가입자들을 고가 요금제로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리휠의 데이터는 국내 사정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통신3사가 고가 요금제 중심의 전략을 짜는 것은 일정정도 사실이라는 것이 정론이다.

통신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을 선언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 위함이다.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제가 사실상 의미없어진 상황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 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이와 관련된 수익성을 담보하려는 포석도 깔렸다. 다만 통신사들의 고가 요금제 유혹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국내 모바일 트래픽이 상승한다는 것은 결국 고가 요금제에 대한 가입자들의 '니즈'가 있다는 뜻이며, 통신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5G 시대는 4G 시대 끝에서 시작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 트렌드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며, 이는 필수적인 5G 킬러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기회비용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적정수준의 5G요금제가 책정되어 통신사들이 현실적인 5G서비스를 단행해야 이와 관련된 유관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기정통부가 가계통신비 부담에만 매몰되어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두고 5G의 태생적 한계라는 말이 나온다.

1G와 2G, 3G는 이동통신과 문자 메시지,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차별성이 뚜렷하지만 4G는 사실상 없다. 4G는 3G와 비교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한다'는 의미만 가지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통신사들이 4G 시대의 강점을 대중에 어필하기 위해 속도와 대용량을 강조하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꺼내들었고, 이는 5G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4G와 5G의 차이도 냉정하게 말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한다'는 점에 국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속도의 차이가 너무 혁명적이라 실감현실 및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으나, 세밀하게 분석하면 5G도 그 자체의 킬러 콘텐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5G 시대에 통신사들이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속도에 국한되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 요금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