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LG화학이 기관 수요예측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최대 1조원 규모로 회사채 증액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조달자금 사용 용도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자금조달이 완성되면 에틸렌 생산과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재료가 되는 폴리올레핀(PO)계열 생산을 확대해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원재료액 비중을 낮춰 유가변동 등 사업리스크 감소와 마진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집중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발행 및 투자규모가 큰 만큼 재무안정성 저하 우려도 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회사채 증액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1조원 규모다. 발행자금 전액은 지난해 확정된 2조6000억원 규모의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확장 및 고부가가치 시설 증설 투자에 소요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NCC에 1조8460억원, 폴리에틸렌(PE) 종류 중 하나인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생산시설 확장에 6300억원 지출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오는 2022년 본격 가동된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330만톤 늘어난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폴리올레핀(PO) 계열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은 180만톤 규모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LG화학 PO사업에서 고부가가치 PO가 차지하는 비중도 50%에서 75%로 늘어나게 된다.

NCC를 통해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 생산을 대폭 늘리고, 이를 토대로 PO계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나프타에서 정제된 에틸렌을 중합해 폴리에틸렌(PE)을, 에틸렌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프로필렌을 중합해 폴리프로필렌(PP)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은 플라스틱 등의 재료가 되어 자동차, 가전제품 부품 등에 이용된다.

유가 변동 등의 리스크 축소 목적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배경은 외부로부터 오는 사업 리스크를 더욱 줄여나가기 위함에 있다. 부가가치 상승은 통상 다운스트림 진행 정도와 맥락을 같이한다. 폴리에틸렌의 경우 원유->나프타->에틸렌->폴리에틸렌의 다운스트림이 진행된 구조다.

PO계열 산업의 경우 기간산업이므로 대체로 경제성장률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수요율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단, 산업화가 진행 중인 국가의 경우 수요는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석유화학 산업인 만큼 유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수요와 공급 균형에 따른 스프레드 영향도 크다.

다운스트림이 진행될수록 판매가 대비 원재료비 비중이 적어져 유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NCC업체의 경우 나프타가 원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60% 내외에 이른다.

반면 고부가가치 상품은 마진이 더 좋다. 업계에 따르면 PO계열 제품은 프로필렌 등 중간재보다 영업이익률이 6~7%포인트 더 높다. 즉, 계획대로 된다면 리스크는 줄이고 마진율은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비중이 확대되면 중국의 에틸렌 계열 자급률 상승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현재 중국의 에틸렌 계열 자급률은 60% 수준이지만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생산능력은 지난 2016년 기준 2233만톤으로 2013년보다 27% 증가했다. 

현재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기초유분 생산능력 증가에 더욱 힘쓰고 있는 모양새다. 기술력 미진 등의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술력이 국내 업체에 비해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에 집중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은 국내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에틸렌 수입처는 국내로 지난 2017년 수입액은 8억187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위인 싱가포르보다 무려 6억4956만달러 높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중국의 에틸렌 계열 자급률 상승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 관계자는 “고부가 PO사업 확대에 필요한 에틸렌을 확보하는 한편 기초원료는 내재화하여 수익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방침”이라며 “고부가가치 비중이 확대되면 유가상승, 중국 공장증설 같은 외부 변수들에도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까이 있을수록 운임 등이 절감이 되기 때문에 중국에 공장이 있으면 유리하다”라며 “여수NCC에서 생산된 물량을 중국 공장 등에 공급해 다운스트림 일부를 수행한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LG화학은 중국에 기초소재 산업 4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코트라(KOTRA) 관계자도 “한국 에틸렌 및 에틸렌 파생 상품은 중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 여수NCC 전경. 사진=LG화학

국내 업계 유일 보유 기술 활용... "중국 PO 증설에도 자유로워"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계 촉매 기술을 이용하면 향후 중국이 고부가가치 자급률을 늘리더라도 그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도 있다고도 바라본다.

메탈로센계 촉매를 이용해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면 보다 강도가 높은 등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메탈로센 핵심 촉매 기술은 LG화학, 엑손모빌(ExxonMobil), 다우듀퐁(DowDupont), 미쯔이화학(Mitsui Chemicals) 등 일부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은 독자 개발한 메탈로센 촉매 및 공정 기술을 통하여 경쟁사 대비 다양한 영역의 메탈로센 폴리올레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의 PE/PP 증설에도 자유롭고 향후 수익성이 개선된 제품의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계 촉매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제품 설계 및 물성 구현 등이 가능해 범용 제품 대비 가격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면서 “관련 계열 제품군도 늘릴 수 있어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재무안정성 이상 없나? 신용평가사 “안정적 유지 전망”

한편 이번 회사채 발행 등 대규모 투자 지속에 따라 LG화학의 재무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조9000억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소요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마이너스(-) 1조18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기초소재, 전지 부문 중심으로 6조2000억원의 CAPEX가 예정되어 있다.

다만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현금성자산 등을 고려하면 대응은 무리 없을 전망이다. LG화학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은 3조457억원, 보유 현금성자산은 3조3000억원이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우수한 현금창출력, 풍부한 보유 유동성을 자금소요에 대응하면서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 내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투자 자금 소요의 집중으로 재무부담 확대가 예상되나 회사의 현금창출력 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