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실내에서 양초를 피우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는 풍문이 나오지만, 이는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5일 “양초를 켜면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한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산소고갈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양초는 불완전 연소하므로 그을음이 발생하기도 하고, 타지 않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상당량 있다. 환기가 되지 않는 실내에서 양초를 피우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초는 대개 파라핀 왁스나 우지 등과 같은 유기화합물로 만든다. 파라핀 일부분은 탄소와 수소로 구성됐다. 양초에 불을 붙이면 심지와 가까운 곳에서는 탄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해 일산화탄소가 생기고, 불꽃 바깥 부분에서는 일산화탄소가 산소 원자 1개를 더 받아들여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이덕환 교수는 “양초는 초 심지를 타고 파라핀이 올라가서 증발하는 방식”이라면서 “불 타지 않는, 즉 연소되지 않는 탄화수소 찌꺼기들이 돌아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초 심지가 길 때 불을 켜면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보이는 데 이마저도 초미세먼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명에 따르면 양초를 켜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연소되지 않은 탄화수소 찌꺼기들은 공기 중에 방출돼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역할을 한다. 이덕환 교수는 “미세먼지를 정화하기 위해 밀폐된 실내에서 양초를 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고, 화재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파라핀 양초는 정화 효과가 없지만, 밀랍 양초는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밀랍 양초는 파라핀 양초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밀랍은 파라핀보다 훨씬 더 복잡한 분자로 구성돼, 성분이 복잡하고 불순물이 많다”면서 “불에 타는 성분도 있지만 타지 않고 남는 성분들도 굉장히 많아 밀랍으로 된 초를 켜면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방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초를 피울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혈액에서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을 방해한다. 산소 전달이 어려우면 뇌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파라핀은 호흡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많은 양의 파라핀을 섭취하면 장폐색이 일어날 수 있고, 가열된 파라핀 왁스에서 나타나는 연기는 코와 목구멍에 경미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식품 등급 이외의 파라핀 왁스에는 유독하거나 유해할 수 있는 기름, 기타 불순물이 함유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양초로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는 풍문은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가 촛불에 의해 연소돼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과 향초의 향긋한 향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다보니 나올 수 있는 얘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초는 양초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합성향료가 첨가된 향초는 성분에 따라 벤젠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양초와 향초를 활용할 때 중요한 점은 환기를 해야하는 것이다. 사용 전 후 실내 공기를 충분히 환기하고, 잠들기 전에는 이를 끄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