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앞다퉈 유럽에 공격적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유럽지역에 배터리 공장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액수와 건설 지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주요 전기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유럽지역에서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유럽 공략 박차 가하는 배터리 업체들

LG화학 관계자는 “2020년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데 유럽지역 공장 신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유럽지역 배터리 공장 증설계획 확정했지만 신설계획은 공장 부지와 투자액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어 유럽에 제2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확정했다. 이 공장은 헝가리 코마롬시에 위치한 건설부지 내에 연면적 약 3만 5000평 규모로 건설되고 투자금액은 9452억원이다.

신설 공장은 올해 3월 착공해 내년 상반기 공장 준공 이후 2022년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과 공급이 목표다. 내년 초부터 양산 예정인 1공장에 이어 2공장까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공장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15G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까지 연간 55GWh의 생산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도 유럽 지역 배터리 공장에 투자를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약 5600억원 이상의 비용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목표는 2023년까지 120GWh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도 독일에 연간 생산 규모 100GWh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짓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티아스 젠트그라프 CATL유럽 지사장은 독일 매체 일렉트라이브에 “독일에는 많은 전기차 업체들이 있고, 2025년까지 연간 100GWh의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생산량 증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헝가리 공장 조감도. 출처=SK이노베이션

왜 유럽 공략에 적극적인가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유럽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40만 3403대를 기록했다. 이는 북미지역의 40만 4094대, 중국의 107만 8930대와 더불어 세계 3대 전기차 판매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내년 전망에서 유럽은 미국 시장을 조금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는 유럽서 50만 2000여대, 북미서는 49만 8000여대 정도의 전기차 판매가 예상된다. 얼핏 보면 북미지역 전기차 시장과 비슷한 규모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유럽시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지역보다 유럽지역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지역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전략이 북미지역 완성차 업체보다는 더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지역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실제로 플랜도 더 구체적인 것이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더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BMW, 다임러, 재규어, 볼보, 르노 등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를 생산 중이고, 더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은 2대 중 1대 꼴로 디젤기반 자동차가 많았는데 폭스바겐을 포함해 디젤에서 바로 친환경차로 넘어갈 수 있는 최적화된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라면서 “유럽 기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라인업 증가 속도가 북미지역보다 더 크다는 이유에서 배터리 제조사들도 유럽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배터리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을 한다는 가장 간단한 이유에서 세계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 공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전기차는 승용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가 대부분 최소 수백kg이상 무게가 나가는 만큼 물류 측면에서도 전기차 제조사 근처에 배터리 제조사도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유럽에서는 2021년부터 환경 규제도 대폭 강화되는데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대응하려면 최소한 3년 전부터 배터리를 포함한 부품 조달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LG화학 글로벌 배터리 생산거점. 출처=LG화학

전기차, 자동차 주류로 이동 중

연간 전체 유럽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EV세일즈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지역에서 연간 전기차 판매 비중은 올해 2.7%에서 2020년 3.4%, 2025년 1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도 올해 2.7%에서 2025년 11.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는 이제 자동차의 주류에 진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현재 전기자동차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배터리인 만큼 배터리 제조사들도 한번 더 도약을 위해 충분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EU(유럽연합)에는 50개 이상의 도시에 차량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있고, EU전체의 차량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안도 확정된 만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러브콜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연구위원은 이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속도로 향후 10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공급능력이 2.5년마다 2배씩 늘어야 한다”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증설을 크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삼성SDI 전기차용 배터리. 출처=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