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되면서 남북의 도로·철로 연결사업도 잠정 중단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적 효과가 큰 핵심 인프라사업인만큼 정부의 이행의지와 국민의 관심이 높아 ‘철마’ 재가동 기대감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국의 합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합의문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비핵화에 대한 정도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원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 비핵화를 위해서는 영변 외의 추가 핵시설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합의 결렬로 남북경협은 잠정 무산됐다. 남한과 북한은 그간 양국의 동반 경제성장을 기대하며 남북경협에 촉각을 세워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로 연결 사업에 주목했다.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 400km,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 800km를 공동조사하고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미국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합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철로 연결 관심 여전할듯... 경제효과 상당한 핵심 인프라사업 

합의가 무산됐지만, 국민들의 철로 연결 사업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27일 설문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남북경협 중 철도 연결 사업이 ‘우리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분야’라고 응답했다. 지역,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많았다.

양국의 추진 의지도 비교적 강력했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철도 공동조사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북측에 전달했고, 북측은 공사 진척을 위해 필요한 시공기준방안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핵심 인프라 사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과 철로가 연결되면 관광객이 육상운송수단을 이용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게 된다.

경제적 효과가 비교적 크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의 남북합계 누적성장효과는 94조2000억원으로 개성공단사업 다음으로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프라투자사업으로 사업 대상지역이 북한 내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어 북한 생산성 성장률에 영향을 보다 크게 미친다”라며 “건설사업 특성상 초기 10년간 자원 투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누적성장효과가 유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성장효과는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크다. 남한의 철도·도로 연결사업 연평균 성장효과는 1조6000억원이고, 나머지 92조6000억원은 북한 몫이다.

남북 철로가 연결되면 물류의 획기적인 개선도 예상된다. 국내 철도가 대륙철도망(TCR)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상경 산업은행 한반도신경제센터 연구원은 “경의선이 현대화할 경우 여객 수요 외에도 풍부한 중국 동북·화북지역의 화물수요 확보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단, 상당한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사를 했던 경의선 등의 구간은 단선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수송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노반, 궤도, 교량, 터널 등 철로 전반에 대한 개·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선로를 넓히기 위해 교량과 터널을 전반적으로 넓히는 공사도 필요한 것이다.

건설비용 추계는 각 연구기관마다 편차가 있는 중에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철도 도로연결사업 투자비가 전체 예상 사업비의 17.5%인 11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봉현 센터장은 “남북경협 투자비는 정부의 SOC 예산의 16% 정도로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비 대비 효과는 한국이 6배, 북한은 3.7배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효과 극대화 위해 북한의 개혁의지 필요"

향후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로 철로연결사업이 이뤄졌을 경우, 그 경제적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결국 북한의 적극적인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봉현 센터장은 “남북경협이 무조건 상생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개혁개방조치, 지속가능한 경협, 사업성 및 수익성 보장 등이 중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무조건적인 경협보다는 북한의 개혁, 개방과 경제통합과 이어질 수 있는 목적 지향적 경협을 추구해야한다”라며 “이를 위한 경협의 목적으로 북한의 체재이행 촉진, 북한 주민의 후생 증진 등이 제시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국제사회 등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경 연구원은 “북한의 요구수준은 상당할 것이므로 국제사회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합리적 방안 도출을 위한 남북간의 긴밀한 협의 등이 중요하다”면서 “국제금융기구와 공동으로 지원을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외 국민의 공감을 형성하는데 보다 용이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청와대는 북미 합의 결렬 직후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북미의 논의 단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이번 회담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여러 차원에서 활발한 대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