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노리카코리아 장 투불 대표이사.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위스키 업계의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접대와 음주 문화의 변화, 장기화된 경기 침체 그리고 김영란법 시행 등 대내외 상황의 변화는 국내 위스키 수요가 급감시켰다. 이에 위스키 업체들은 실속형 저도 위스키와 프리미엄 라인을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수입맥주를 유통하는 등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디아지오와 업계 1,2위를 다투던 페르노리카코리아(이하 페르노리카)는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페르노리카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수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현재의 대표이사인 장 투불 대표가 취임한 이후인 2016년부터다. 2016년 9월 취임한 장 투불 대표는 취임 기념행사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노사 간 갈등을 적극적인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르노리카의 노사 갈등은 약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회사의 상황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페르노리카는 대대적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의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았고 이에 강하게 반발한 페르노리카의 노조는 회사를 더욱 불신하게 됐다.       

이에 노조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페르노리카 조직 내부의 부조리들을 폭로하며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노조 측은 “그간 페르노리카의 임원들은 대한 임직원에 대한 성희롱, 폭언 그리고 갑질 등을 일삼아 왔다”면서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사건사고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페르노리카는 지난해 3월 자사의 주력 브랜드인 임페리얼 위스키 제품에서 지름 8㎜의 유리조각이 발견된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적발돼 영업정지 3일과 위험제품의 폐기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페르노리카는 영업정지 명령이 적용되는 첫날인 3월 15일에 제품 수입신고를 했다. 

▲ 페르노리카코리아가 판매권을 포기한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

이에 대해 식약처는 “영업정지 명령의 영업활동은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위반행위”라면서 “페르노리카의 브랜드 임페리얼은 영업 등록이 취소되거나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페르노리카는 이 일로 2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임페리얼 브랜드의 영업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페르노리카는 대내외 업황 악화와 부진한 실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사의 주력 브랜드 ‘임페리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 법인의 실적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페르노리카 두 법인의 합산 실적은 매출 3513억원, 영업이익 691억원 수준이었다. 이랬던 실적은 매년 감소해 2018년 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에는 합산 매출액 1858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지난 1월 페르노리카는 위스키 임페리얼의 판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2016년 취임 당시 장 투불 대표는 “(우리의) 많은 제품들 중 임페리얼·발렌타인·앱솔루트 등 브랜드들을 주력 상품으로 선정하고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이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 

여기에 조직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추가 인력감축에 대한 노조의 반발, 위스키 군납(軍納) 사업의 철수 등 악재가 겹치면서 페르노리카는 철저하게 가라앉고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페르노리카 측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서 소비자 중심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일관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페르노리카의 한국 사업 전면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페르노리카가 당장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위스키 업계 한 전문가는 “물론 주력 브랜드 중 하나였던 임페리얼의 판매권을 다른 기업으로 넘기긴 했지만 여전히 페르노리카는 로얄 살루트, 발렌타인 등 다수의 명품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한꺼번에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행보는 업황 자체의 상황 악화를 이겨내기 위한 일종의 다운사이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 이어 연달아 터지는 사건·사고로 페르노리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연 페르노리카가 말한 조직 효율화는 그들의 의도대로 잘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