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는 GE의 래리 컬프 새 CEO의 개혁 조치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보이고 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요즘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컴백 키드(comeback kid)는 126살 먹은 노인이다.

제네럴 일렉트릭(GE)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중순 6.45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67%나 급등했다.

이 같은 믿기지 않는 랠리는 GE의 위기 국면이 마침내 끝났다는 신호를 반영하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존 플래너리의 뒤를 이어 GE의 지휘봉을 잡은 래리 컬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물려받은 산더미 같은 빚을 갚기 위한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것이 투자자들을 감동시켰을지 모르겠다.

독립적인 투자 리서치 기관 CFRA의 짐 커리도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GE가 혁신 계획을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 들어서만도 27일(현지시간)까지 주가가 47%나 오른 GE의 주식은 2019년 S&P 500에서 네 번째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될 정도로 급락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컬프 CEO는 27일, 취임 후 처음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GE를 예전 같은 시장의 강자로 되돌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썼다.

전구에서부터 제트 엔진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었던 GE는, 과거에 기업을 비싸게 산 뒤 헐 값에 파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왔다. 기업을 비싸게 샀다가 (자금 압박으로) 산 값에도 미치지 못한 값에 처분한 사례가 여러 차례나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GE의 주가는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75%나 폭락했다.

그랬던 GE가 이제는 현명한 거래로 다시금 신뢰를 얻고 있다고 CNN이 27일 보도했다.

더 이상 헐값 처분은 없다

GE는 지난 25일 바이오제약 사업부를 미국 의료장비업체 다나허(Danaher)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가는 이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이는 기업공개(IPO) 같은 방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지 않겠다는 기존 계획을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다나허는 컬프 CEO가 GE에 오기 전에 몸담았던 곳이다. 이 매각 결정으로 GE는 바이오 제약사업부가 연간 거두는 매출의 약 7배에 해당하는 214억 달러(24조원)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그 정도면 ‘꽤 좋은 가격’이며 부채를 줄이려는 GE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고 평가했다.

CFRA의 커리도 애널리스트는 "GE는 회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창의적이고 지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오제약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한결 여유를 갖게 된 GE는, 앞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헬스케어 사업부의 IPO를 (평가액이 더 높아질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GE는 MRI 기계나 진단 장비 같은 의료 영상 장비를 만드는 사업은 계속 유지할 것이다.

컬프 CEO는 “바이오제약 사업부 매각으로 헬스케어 사업부를 위해 더 올바른 선택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자금사정이 나쁘다고 해서) 더 이상 헐 값 처분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금융서비스 회사 코웬(Cowen)의 고탐 칸나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GE가 헬스케어 사업부의 IPO를 보류함으로써, 적어도 현재로서는 현금전환성이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앞으로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룹 해체해 현금 확보 자구 노력

바이오제약 사업부의 매각은 컬프가 CEO로 취임한 이후 발표한 일련의 조치 중 가장 최근의 조치이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해 말에, GE가 그동안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해온 배당금 지급을 1페니로 삭감해 년간 40억 달러(4조 5000억원)를 절감한 결정일 것이다. 컬프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배당금 삭감은) 유감스럽지만 필요한 조치"라고 호소했다.

GE는 또 지난 2017년 인수 합병한 석유가스 대기업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의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매각이 성사되면 4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GE는 또 GE 캐피털의 의료 장비 임대 사업부를 매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으로써 15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GE는 또 이번 주에 100년이나 된 철도 사업부를 웹텍(Wabtec)으로 분리 독립시킴으로써 29억 달러의 현금을 조달했다. GE는 이미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이 새 회사의 지분 24%를 확보하고 있다.

1000억 달러 아래로 추락했지만

물론 최근의 주가 반등은 오랜 동안 고통을 받아온 이 회사의 주주들에게 위안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때 4000억 달러(450조원)로 평가되며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던 GE의 시가 총액은 현재 930억 달러(100조원)에 불과하다.

GE의 주가 반등이 올해 탄력을 받고 있는 주식 시장의 활황에 힘입은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원유, 정크 본드, 스냅(SNAP)을 포함해 GE는 여전히 위험자산이다.

그들은 최근의 반등으로 GE의 부활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스티브 튜사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GE는 다시 살아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말했다.

이미 수년 전에 GE에 대해 정확하게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튜사 애널리스트는 GE의 전력과 재무 부문은 여전히 문제가 심각해 회복하는데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GE의 예상 주가 전망치를 지금보다 40% 낮은 6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컬프 CEO는 오는 3월 14일 컨퍼러스 콜에서 GE의 전망을 밝히며 더 많은 숫자를 내 놓을 것이다. 그가 내놓을 2019년의 수치가 아름다울 리는 없다. 전력 부문은 여전히 엉망이고 GE 캐피털은 계속 회사의 현금을 고갈시키고 있다.

그러나 월가는 컬프 CEO가 적어도 GE를 벼랑 끝에서는 구해 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