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LG유플러스의 모바일 TV인 U+모바일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유료방송 업계의 인수합병과 합종연횡 분위기가 빨라지는 가운데 일종의 편 나누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지상파가 LG유플러스 모바일 TV에 콘텐츠 수급을 중단한다. 출처=갈무리

CPS 논란 커져...LG유플러스 ‘타격’

지상파 3사가 LG유플러스의 U+모바일에 콘텐츠 수급을 중단한 원인은 난관을 거듭하고 있는 CPS 협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접수신율이 낮은 지상파는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IPTV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CPS는 가구 당 280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지상파는 약 400원 수준의 인상을, IPTV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수급이 LG유플러스 U+모바일에만 중단되는 이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IPTV는 물론 케이블 방송사까지 모두 CPS 협상에 참여하는 가운데 IPTV 진영에서 유독 LG유플러스만 지상파 콘텐츠 수급 중단에 직면한 이유가 중요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다.

먼저 CPS의 유형이다. LG유플러스는 CPS 계약에 돌입하며 유독 기존 가구 당 CPS 산정을 고수하는 반면, 지상파는 TV 당 CPS 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정에서 2개 이상의 셋톱박스를 설치해 TV를 시청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으며, 지상파는 기존 가구 당 CPS 산정이 아닌 TV 당 CPS 산정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중”이라면서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들이 타 사 대비 1인 2개 이상 TV 셋톱박스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LG유플러스가 지상파의 TV 당 CPS 산정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 지상파 콘텐츠 수급 중단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KT도 기본적으로는 기존 가구 당 CPS 산정에 찬성하고 있으나, LG유플러스 수준의 맹공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가 지상파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가 지상파에 ‘미운털’이 박힌 또 다른 사연은 넷플릭스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말 넷플릭스와 전격적으로 협력, 일종의 공동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지상파는 즉각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상파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부당한 콘텐츠 산정 대가 협약을 맺었다는 점까지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플랫폼이며,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 일종의 한류 콘텐츠를 바탕으로 아시아 공략에 나선 상태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플랫폼 경쟁력 저하에 이어 콘텐츠 역량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SK텔레콤과 협력하며 진용을 갖추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를 견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상파는 올해 초 자체 OTT 플랫폼 푹과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동맹을 성사시켰다. 지상파와 SK텔레콤이 유료방송 시장 공략전에 나서는 한편,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합병 카드까지 던지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상파와 SK텔레콤 동맹은 CJ헬로 인수를 타진하며 기세를 올리는 LG유플러스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직접사용채널 화두로 부상할 듯

지상파가 SK텔레콤과 연합하고,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를 타진하는 한편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동맹을 맺고 CJ헬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또 다른 케이블 인수합병을 노리는 등 미디어 시장 자체가 요동치고 있다.

크게 지상파와 SK텔레콤 연합, 다양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 LG유플러스, 국내 1위 유료방송 사업자 KT의 삼파전으로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케이블의 직접사용채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직접사용채널은 케이블 MSO가 운영하는 일종의 자체 프로그램이며, 케이블의 지역 미디어 문화 패러다임의 정수다.

문제는 직접사용채널에서 방영되는 뉴스가 지역사회에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점이다. 지방선거가 시작되면 케이블 직접사용채널에서 후보자 토론회까지 열리는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그 영향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IPTV도 한 때 직접사용채널에 준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가지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TV들이 케이블을 인수합병하면 거대 통신사들이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접사용채널, 특히 지역뉴스 프로그램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가 인수합병과 진영 갈라치기로 격변기에 돌입한 가운데, 이 문제가 화두로 부상할 경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IPTV 관계자는 "IPTV가 케이블을 인수해도 그 방식이 합병은 아니기 때문에 케이블 자체적인 로드맵대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직접사용채널에 IPTV 사업자가 개입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