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 좌절은 편의점 업계의 경쟁 구도를 기존 그대로 유지하는 결과를 낳음과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엄청난 ‘눈치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점포 확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전과 같은 공격적 출점은 어려워졌다. 각 업체들에게는 현재의 가맹점주들을 지켜내 다른 브랜드로 최대한 넘겨주지 않으면서, 가능하다면 경쟁 브랜드에서 가맹 계약이 만료되는 점주들을 모셔오는 ‘내부 단속’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은 현재 어떤 방법으로 이 내부 단속을 하며 눈치게임을 하고 있을까.

CU “업계 1위 지켜야 하는데…”

국내 편의점 점포수를 기준으로 CU는 명실상부한 업계 1위(약 1만3000개, 2018년 기준) 업체다. 그만큼 많은 점주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업계에서의 영향력도 가장 강하다. 전국 단위의 강력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한 광범위한 범주의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가장 강력한 업체임에는 틀림없다. CU는 자사의 점주들을 지키기 위한 점주 친화적 운영을 내세운 ‘상생 협약안’을 발표했다. 이 협약안에는 개점 초기 안정화 지원, 상품 폐기 지원의 확대, 매출 부진 점포의 폐점 부담 최소화 그리고 24시간 운영 점포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 등 다양한 측면의 점주 지원 방안들이 포함돼있다. 일련의 지원을 위해 CU가 약속한 지원 예산의 규모는 향후 5년 동안 약 6000억원이었다.

해당 내용들은 이전의 가맹 계약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파격 제안이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점주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CU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1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편의점본부와 CU가맹점주협의회는 ‘CU편의점 저매출 점포 피해사례 보고 및 진정한 상생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CU의 가맹 본사인 BGF리테일의 운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가자회견에서 CU의 점주들은 현재의 지원방안은 각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CU가맹점주협의회는 “현재의 지원방안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평균 이하 점포들은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폐점 위약금 철폐 및 한시적 희망폐업 시행, 최저수익보장제 확대로 무분별한 출점 제한, 지원금을 명목으로 한 24시간 영업의 폐지, 최저임금 인상분 분담 등을 요청했으나, 가맹 본사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BGF리테일의 운영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CU가맹점주협의회는 국회에 중재를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농성 현장의 점주들과 대표이사 등 본사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CU 박재구 대표이사는 “본사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겠으니 지켜봐 달라”면서 상생 협력의 의지를 밝히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CU 점주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CU가맹점주협의회는 “현장 점주들도 모르는 상생안을 일방적으로 확정해 언론을 통해 알리는가 하면, 자율규약에 따른 근접출점 제한 강화(3월)를 앞두고 업계 간 지근거리에 편의점을 내는 난타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CU점주들과 가맹 본사의 갈등은 다시 점화됐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이렇다 할 대응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양 측의 이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자기 점포 수 지키기가 중요해진 각 브랜드의 상황을 고려할 때 CU는 다소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GS25 “업계 1위? 곧 따라잡는다”

가맹 점포수로는 CU가 국내 업계 1위지만, 점포 1곳당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GS25는 국내 1위 업체다. 점포수도 약 1만2900개로 CU와의 차이도 100여개 안팎으로 사실상 점포수 말고는 CU에 비해 뒤떨어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

GS25는 지난해 12월 26일 전국 경영주 협의회 회장단과 함께 한 간담회 자리에서 가맹점 수입배분율 확대, 근거리 출점의 금지, 희망폐업 실시 등이 포함된 상생방안 ‘New GS25’를 발표했다. GS25는 가맹점 수익 증대와 안정화를 위한 추가 상생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2019년 상반기 중 적용 예정인 가맹점 이익 배분율을 평균 8%p 높인 새로운(New) 타입의 개발, 자율규약을 통한 신중한 신규 출점, 안심운영제도(최저수입보조) 기한 2년으로 확대, 매출부진 점포 해약 수수료 감면하는 희망 폐업 제도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뉴타입 개발은 신규계약이나 재계약 시 가맹점주의 수익률을 평균 8% 올리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기존 계약에서 가맹점주와 본사가 70% 대 30%로 수익 배분의 계약을 맺었다면 뉴타입 개발이 적용되면 78%대 22%로 수익배분이 가능하다. 또 GS25는 가맹점주 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희망폐업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GS25는 5년간 총 5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여기에 GS25는 지난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2019년 상품 전시회’를 열고 전국 가맹점주들을 초청해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이 자리에서 GS리테일 박찬진 상품기획 지원팀장은 “상품 전시회는 트렌드와 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능과 함께 경영주와 본부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1인 가구 지속 증가, 52시간 근무제 시행, 혼밥 일상 생활화, 소확행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사회 정서적인 변화에 맞춘 상품 개발을 통해 가맹점 매출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GS25에서는 상생방안 적용 후 본사와 점주들 간의 갈등을 겪고 있는 CU와는 확실하게 대조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 가맹점 동반성장 지원 협약식. 출처=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점포 수 사수하라”

만약 세븐일레븐이 전국 약 2500개의 미니스톱을 인수했다면 약 9500개에 이르는 지점은 순식간에 1만2000개 선으로 올라서 1,2위인 CU와 GS25에게는 위협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아울러 현재 세븐일레븐에게 가장 문제인 순증 점포수의 감소로 인한 수익성의 감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미니스톱의 매각 주체인 이온그룹이 제시한(것으로 알려진) 4000억원이라는 큰 돈은 세븐일레븐에게 비용투입 대비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라는 고민을 안겼고, 결국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의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포기가 확정된 직후인 1월, 세븐일레븐은 가맹점 상생 방안을 내놨다. 가맹 본사와 점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점포 운영의 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가맹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세븐일레븐 상생방안의 골자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푸드(도시락, 삼각김밥, 김밥) 폐기 지원 규모를 기존 2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한 데 이어 현 적용 기준을 한층 완화해 더 많은 점포들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주요 신상품에 한해서는 최대 80%까지 폐기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아울러 1000억 규모 상생 펀드 운영, 저수익 점포 해지비용 50% 감면, 우수 경영주 자녀 채용 우대 및 장학금 지급 등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맹 경영주의 수익 증대를 기초로 한 새로운 가맹 형태 ‘안정투자형’ 모델을 신설했다. 안정투자형 모델은 기존 위탁가맹 운영 구조를 근간으로 경영주들의 안정적 점포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제도를 기존보다 강화한 방안이다. 이를 통해 경영주 수익 배분율을 기존 40%에서 45%로 올렸다. 최근 인건비 인상, 경쟁 심화 등 비용부담 증가로 점포 운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의 기본 수익 강화는 견고한 사업 기반 형성에 기초가 될 것이라는 것이 세븐일레븐의 판단이다.

또 가맹 계약기간은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해 단기 계약에 의한 사업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보다 안정적인 점포 운영 환경을 조성을 약속했다. 전기료(24시간 운영 시 50%), 폐기 지원 등 가맹점 지원 항목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에 대해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안정적 점포 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다양화하고 이를 유지 및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경영주들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방안은 점포 수 변동에 가장 민감한 세븐일레븐이 기존의 점주들을 지킴과 동시에 경쟁사 점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이마트24 “일단, 총알을 아꼈으니…”

이마트24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며 빠른 성장을 이뤄낸 편의점 브랜드다. 브랜드 개선 2년 만에 점포수 약 2500개인 미니스톱을 제치고 점포수 기준 업계 4위(3400개)로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성장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업계가 제안한 편의점 출점 자율규제안은 공격적 출점에 가속도를 붙여야 할 이마트24에게는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이마트24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3무(無)정책’으로 불리는 가맹계약 조건이 있었다. 3무란 24시간 영업의 강제, 로열티, 그리고 중도 계약해지 위약금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실한 가맹관리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면서 이마트24의 추가 출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도 계약해지 위약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항에 대한 해석 차이로 점주와 가맹 본사가 대립하는 등의 문제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면서, 이마트24는 곧 계약만료 기한이 다가오는 1세대 점주들을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다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상생 방안 혹은 계약조건 개선안을 이마트24는 내놓지 않은 것도 하나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이온그룹의 미니스톱 매각 철회로 이마트24는 약 3000억원의 비용을 아꼈으니 이 돈은 곧 전략적 상생방안에 투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마트24는 명문화된 계약조건 개선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 상품매장 공부회에서 발표중인 한국미니스톱 심관섭 대표이사. 출처= 한국미니스톱

미니스톱 “우리 힘으로 간다”

미니스톱은 한동안 국내 편의점 업계의 ‘태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니스톱 2500개 매장의 거취에 따라 업계의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매각 협상은 결렬됐고 미니스톱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련의 소동은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했고 더러는 매각 협상 소식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한국 미니스톱 심관섭 대표이사는 직접 나서서 점주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지난 1월 30일 미니스톱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9년 봄, 여름 상품매장공부회’라는 행사를 열고 점주들과 앞으로의 운영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관섭 대표이사는 그간 진행된 미니스톱의 매각에 대해 “회사를 믿고 지켜봐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점주들에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심관섭 대표이사는 물류센터 확장, 4차 포스시스템 전 점 구축으로 점포 효율화 지원, PB브랜드 ‘미니퍼스트’의 단계별 육성, 온-오프라인 교육을 통한 AT사원 오퍼레이션능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미니스톱의 영업 상생전략 방안을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는 “일본·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점포가 있는 미니스톱 그룹과 연계한 업무제휴를 통해 각 나라의 인기 상품들을 단독으로 수입할 것”이라면서 “고품질 독자상품 도입으로 미니스톱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논란을 뒤로 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미니스톱의 결의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요 상위 업체들과 크게 벌어진 격차는 여전히 부담감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