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한때 우리나라의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1인 가구 확대로 나타나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가장 최적화된 오프라인 유통 채널임과 동시에 편의점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이 따라갈 수 없는 전국적 입지와 24시간 영업이라는 고유의 장점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편의점들은 유통업계의 대세인 이커머스와의 적극 협력으로 점점 서비스 역량을 확장하면서 생존력을 높였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붉게 피는 꽃은 없다)이라고 했던가.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태들과 비교되는 편의점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업체들의 출점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공급의 과포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급기야는 업계가 나서 정부에 출점 제한을 역으로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국내 편의점 업계는 현재를 어떤 상황으로 인지하고 또 대비하고 있을까. <이코노믹리뷰>는 혼돈의 현재를 마주한 국내 주요 편의점 업계의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기로 한다.

10개 → 1만개 20년, 1만개 → 4만개 10년

편의점 업계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과포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편의점은 얼마나 많아졌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파악한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0~20%씩 늘어났다. 2007년 국내 편의점 수는 최초로 1만개를 돌파했고 이후 4년 만인 2011년 2만개를 넘었고, 다시 5년 만인 2016년에는 3만개를 넘었고 불과 2년 만인 2018년에는 결국 4만개를 넘었다.

1988년 말에 처음 등장해 80년대 말~90년대 초 국내에 채 10개가 안 됐던 편의점이 1만개가 되는 데는 약 20년이 걸렸다. 이것이 4배로 불어나는 데는 딱 그 절반인 10년이 걸린 것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최근 얼마나 많은 편의점이 생겨났는지를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편의점 브랜드 상위 6개사의 편의점 수는 3만4376개로 이 시기 우리나라 인구인 약 5125만명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편의점 1곳은 약 1491명의 고객을 상대하는 것과 같다. 편의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로 비교하면 인구 약 1억2500만명에 대한 일본 전국의 편의점 수는 약 5만6160개다. 비율로 계산하면 인구 2226명당 1곳의 편의점이 있는 것과 같다. 인구 대비 점포수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약 1.5배 많다. 일련의 비교에 대해 편의점 업계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편의점은 그 기능 혹은 사회적인 인식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절대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후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의 출점 수 감소폭을 보면 이 반박에는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

결국 편의점 업계는 현재의 과포화를 인정했고,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출점제한에 대한 자율규약안을 제출했다. 이는 편의점 브랜드들이 경쟁적 출점을 스스로 자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특정 산업에서 문제들이 심각해지면 정부가 나서 시장 균형을 위한 중재에 나서는 일반적인 경우를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편의점은 가맹사업체다. 일정 수준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가맹회원(점주)들이 늘어날수록 가맹본사를 포함한 업체 전체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편의점 출점의 자율적 제한으로 가맹 본사의 수익은 자연스럽게 점점 줄어들게 됐다. 이런 이유로 가장 위기를 느낀 롯데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일본의 유통기업 이온그룹이 시장에 내놓은 편의점 브랜드 ‘미니스톱’의 국내 약 2500개 매장 인수에 도전했으나, 막판의 조건 불일치로 끝내 이를 이루지 못했다.

아울러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오른 최저임금은 각 업체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됨에 따라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운영 부담 가중과 손익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과 편의점 본사 손익구조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다. 아르바이트 사원의 인건비는 개별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운영부담을 우려한 업체의 본사들이 점주 친화적 운영을 결정한 것은 손익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각 편의점 브랜드의 신규 점포 출점 추이를 보면 현재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1월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의 신규 출점 수를 살펴보면 BGF리테일의 CU는 23개(2018년 1월 기준 79개 이하 괄호도 동일 기준), GS리테일의 GS25는 42개(84개), 세븐일레븐은 3개(25개), 신세계의 이마트24는 48개(96개) 그리고 미니스톱은 1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