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개점을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 따이공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개인 단위 구매 대행업자인 따이공(代工)들의 거래활동에 대한 등록허가제 내용이 포함된 중국의 새로운 전자상거래법 <중화인민공화국 전자상무법(中华人民共和国电子商务法)>(이하 전상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따이공 구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업계는 수익의 감소를 우려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고 지난 1월 국내 면세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법이 따이공들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는 의견과 중국의 큰 명절인 ‘춘절(春節)’이 있는 2월 이후의 면세업계 실적까지 봐야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1월 국내 면세점 업계의 매출은 15억3000만달러(약 1조7207억원)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월별 최대 매출은 지난해 9월 기록한 1조700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는 약 10.5% 증가한 수치이며 원화 환산 기준으로는 약 16%의 증가세다.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객에 의해 발생한 매출도 79%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늘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 면세점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따이공들의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인 것을 감안하면 전상법의 시행이 국내 면세업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 출처= 한국면세점협회

면세업계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는 중국에서 전상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먼저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전상법의 개정을 추진한 이후, 같은 해 10월 중국 공항에서 대대적으로 실시된 따이공 일제단속으로 국내 면세업계는 긴장했다. 여기에 따이공들이 시내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한 면세품을 공항 출국장 탑승구에서 화물칸에 옮기는 행위를 중국 항공사들이 금지하는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한 증권사 연구원은 “따이공들의 면세품 구매 위축으로 올해 1월 국내 면세점의 매출은 20%에서 최대 30%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우선 국내 면세업계의 1월 실적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들이 많다. 삼성증권 박은경 연구원은 “국내 면세점의 1월 실적은 시장이 예상한 그 어떤 시나리오를 감안해도 기대 이상이었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성준원 연구원은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3사가 중국의 보따리상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이후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로 중국인 단체관광객까지 돌아오는 상황을 맞는다면 국내 면세점들은 최대 수혜회사가 될 것”이라면서 “1월 면세점시장 매출이 증가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은 매출 전망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1월과 2월의 면세점 매출은 어디까지나 새해와 명절 특수 기간의 매출이며 이 수준을 평균치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월에는 2018년 12월 30일(일요일)부터 2019년 1월 1일(화요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이 있고 2월에는 2월 4일(월요일)부터 최소 일주일 최대 2주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명절 ‘춘절(春節)’ 등 여행 특수기간이 있어 이 시기 개별 단위 여행객들의 구매가 증가한 것을 곧 따이공 매출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상법의 실제 영향은 연휴가 없는 3월 이후부터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 중국 1,2월 공휴일. 출처= 중국 중앙인민정부 국무원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분명 전자상거래법 실시 이전에 업계에서 우려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실적이 기록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불안요소는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면세업계의 매출 성장도 어느 순간에는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단은 모든 악재 속에서도 국내 면세점들은 분명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는 중국인 관광객 소비자들의 추가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린 것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전망은 나쁘지 않으며 올해로 예정돼있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의 추가도 국내 관광업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연 국내 면세점들은 명절 연휴 특수기간이 지난 3월 이후까지도 현재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업계의 변화 추이에 면세업계와 관광·여행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