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 IPTV의 케이블 쇼핑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케이블이 속속 매물로 나온 가운데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는 한편 SK텔레콤도 21일 티브로드 인수에 돌입하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 SKT가 티브로드 인수를 공식화했다. 출처=SKT

속도전 ‘돌입’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기민하게 활동한 쪽은 IPTV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다. 케이블까지 포함하면 4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협력을 선언하며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두 회사의 불공정 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나오기는 했으나 현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전략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인 <킹덤>을 성공시키며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도 국내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한류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고, 통신사 결제 플랫폼을 통한 원만한 생태계 확장에도 성공했다. 일찍이 딜라이브와 손을 잡았으나 큰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공략도 빨라졌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이후 모바일 TV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단장하는 한편 색다른 전용관을 공개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 하현회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모바일 영상 플랫폼 ‘U+비디오포털’의 명칭을 ‘U+모바일tv’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고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UI를 적용했다. 시청중인 콘텐츠 ‘이어보기’, ‘찜한 콘텐츠 찾기’ 등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메뉴를 첫 화면에 배치했다. U+모바일tv 앱을 실행하자마자 이전에 보던 영상을 바로 이어보거나 찜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 중 94%를 세로로 사용하는 고객 경험을 반영해 세로화면 재생 기능을 추가했으며 차세대 5G 상용화를 앞두고 대용량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에 적합한 스포츠 및 공연 미디어 서비스인 U+프로야구, U+골프, U+아이돌Live 를 특별관에 배치했다. 고객 맞춤 추천 기능도 대폭 강화했으며 IPTV 서비스 U+tv와의 연계성을 한층 높였다. U+tv 내 콘텐츠와의 구매 연동 및 상호 이어보기가 가능하며, 통일된 UI로 고객이 집 안팎에서 일관된 콘텐츠 시청 경험이 가능토록 했다.

5060 전용관도 마련했다. LG유플러스는 12일 건강에서 취미, 여행까지 50대 이상 세대가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쉽고 편하게 즐기는 미디어 서비스 ‘U+tv 브라보라이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서비스를 준비하며 5060 세대의 고객조사를 진행했으고, 그 결과 50대 이상 세대를 위해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건강에서 취미, 여행까지 필요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미디어 서비스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 LG유플러스 전용관이 보인다. 출처=LG유플러스

50대 이상 세대의 관심 주제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구성한 대목도 중요하다. ▲건강 ▲여행 ▲취미 ▲피플로 구성된 카테고리로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 중장년층의 시청을 돕기 위해 서비스 화면은 전체적으로 눈이 편안한 녹색을 사용해 눈의 피로감을 최소화한다. 또 기존 서비스 대비 30% 커진 글씨와 직관적 아이콘과 이미지를 활용해 답답함 없이 쉽게 콘텐츠를 탐색이 가능하다.

홈미디어상품담당 이건영 상무는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배우고 즐기고 참여하며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IPTV 서비스를 선보인다“며 “다양한 연령대 고객에게 다채로운 즐거움과 배움을 제공하는 ‘인생 최고의 IPTV 서비스’로 앞으로도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 발굴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타는 CJ헬로 인수다.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CJ ENM이 보유한 케이블 업체인 CJ헬로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CJ헬로 지분 53.92% 중 ‘50% + 1주’를 8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며 LG유플러스는 30일 이내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CJ헬로가 초고속인터넷과 알뜰폰 가입자를 대거 보유한 상태에서 LG유플러스는 당장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평가다. CJ헬로는 실제로 420만여명의 케이블TV 가입자, 78만여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79만여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방통융합 플랫폼 서비스를 가동하면서 모바일 TV 플랫폼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술적으로 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품으며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인허가는 비교적 쉽게 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LG유플러스는 과거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시도할 당시 공정한 미디어 환경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인수합병 시도가 무위로 그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품는 CJ헬로는 미디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시민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언론연대는 “재벌 대기업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유료방송시장이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케이블방송에 부여했던 지역성 구현 책무가 축소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지역채널 운영이 형해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만 미디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아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박정호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임하며 ICT와 미디어의 만남, 즉 방통융합 플랫폼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시작은 올해 초 지상파 OTT 서비스인 푹과의 동맹이다.

SK텔레콤과 푹을 서비스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지난 1월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방송 3사가 공동 출자해 푹 서비스를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 조직을 통합해 신설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며 통합법인은 국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공세 속에서 우리 문화와 국내 미디어 ∙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SKT가 푹과 만났다. 출처=SKT

SK텔레콤과 푹의 만남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SK텔레콤과 손을 잡는 지상파가 ‘과거의 나’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에 나설 당시 지상파도 KT와 LG유플러스처럼 강력하게 반대했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낮은 직접수신율로 사실상 플랫폼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태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의 인수는 시장 남용의 측면에서 용인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뉴스까지 동원해 SK텔레콤의 시도를 비판했다. SK텔레콤의 영역 확장을 두고는 "음반사와 제작사 싹쓸이"라는 표현으로 지적했고 SK그룹의 사내 유보금이 천문학적인 부분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로 글로벌 전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한 것을 두고는 SK텔레콤의 해외 자회사 11곳이 적자라는 점을 지적, 현실성이 없다고 폄하했으며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식이하에 가깝다는 날선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SK브로드밴드의 성인 콘텐츠 문제와 SK텔레콤의 통신 요금제도 문제삼았다. 그랬던 지상파 방송사가 뉴미디어 정국에서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셈이다. SK텔레콤의 통신 경쟁력이 미디어 시장으로 과도하게 넘어와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을 했던 지상파가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블랙 코미디며, 이는 SK텔레콤의 달라진 ICT 위상을 상징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후 SK텔레콤의 속도전은 상당히 빠르다. CES 2019 기간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 1분기 내 출범을 목표로 잡은 장면이 눈길을 끈다. 옥수수를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OTT 서비스 푹과 연합하는 한편 해외 방송사와 손잡고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디어 분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과 싱클레어는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전역의 1000여개 방송국들이 모두 ATSC 3.0 기반 솔루션, 장비를 앞다퉈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방송국에 선제적으로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당 협력은 미디어 자체로 보기는 어렵고, 일종의 솔루션 연합으로 봐야 한다.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공략전은 티브로드 인수로 이어진다.

SK텔레콤은 21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티브로드의 최대 주주인 태광산업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국내외 FI(Financial Investors, 재무적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인허가 결정이 날 경우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설명이다.

티브로드 가입자는 과기정통부 통계 기준 2018년 6월말 약 314만명이며 MSO 중 2위다.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기에 거점 인프라 구축에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T는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로 군림하면서 경쟁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만약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사라질 경우 공격적인 시장 장악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딜라이브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넷플릭스 쇼크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넷플릭스

5G와 미디어

통신사들은 지난해 12월 5G 첫 전파를 송출한 후 3월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돌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5G의 중요한 동력 중 하나로 미디어를 낙점하는 분위기다. 이는 추후 가상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실감형 미디어까지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각 통신사들이 유료방송의 맹주로 활동하며 케이블 쇼핑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단계적인 콘텐츠 시장 장악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매물로 나온 케이블을 인수해 순식간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 이를 중심으로 5G와 연동되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카트라이더에 집중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19일 게임사 넥슨과 5G VR 게임을 위한 인기 온라인 게임 3종의 IP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게임 3종은 넥슨을 대표하는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다. SK텔레콤은 조만간 카트라이더의 VR 게임 버전을 상반기에 출시하며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개발은 넥슨의 주요게임 담당 출신이 주축이 된 VR 게임 전문사인 픽셀핌스가 맡는다.

SK텔레콤의 5G 전략 청사진이 일부 나왔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5G라는 강력한 플랫폼에 미디어를 올려 글로벌 전략까지 전개하며,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실감형 콘텐츠 시장까지 노린다는 로드맵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탈 통신 전략과도 부합된다. SK텔레콤 양맹석 5GX MNO사업그룹장은 “국내 최고 통신사와 게임사가 손잡고 5G, VR게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의 의미가 크다”며, “5G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고객들에게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이 TV를 중심으로 하는 유료방송 장악력 확대를 꾀하는 한편, 모바일 TV 시대와 5G 플랫폼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장면에 더 집중할 필요도 있다. 모바일 TV 시대와 5G 네트워크의 시너지는 결국 5G 단말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한 갤럭시 폴드가 단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5G 전용으로 출시되는 가운데 ‘접었다 펼치는’ 사용가 경험은 미디어, 나아가 실감형 미디어 시장을 이끄는 5G 전성시대의 핵심 플랫폼이 될 개연성이 크다. 다이내믹 AMOLED 디스플레이와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음향 기술로 완성한 스테레오 스피커도 이러한 완성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MWC 2019에서 5G 단말기로 LG V50 씽큐를 준비하는 가운데, 멀티 미디어에 특화된 기술 노하우와 대화면, 배터리 기능에 시선이 집중된다. 즉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은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 탈 통신 전략을 구사하고 모바일 시대에서 초연결 시대로의 거점을 확보하고, 제조사들은 통신사와 기타 제작자들이 5G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하드웨어 그릇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융합을 일으킬 경우 통신사들은 단순 네트워크 사업자에서 탈피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제조사들은 진정한 5G 시대를 담아내는 플랫폼이 되어 그 이상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