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가스레인지에서 전기레인지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기업들도 전기레인지 제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레인지 판매 대수가 올해 100만대를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중요도가 커지며 기존 SK매직·쿠쿠·쿠첸 등 중견기업들이 주도하던 전기레인지 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도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했다. 

전기레인지는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방출되지 않아 환기로 인한 미세먼지 유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환경 요인과 가스누출 등의 사고 위험이 없다는 점, 주방에 좀더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등 요소가 맞물리며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SK매직·쿠쿠·쿠첸 삼 강 구도… 압도적 강자는 없어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지난 2012년 25만대 수준에서 2016년 30만대를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이 없었지만 그 이후 2017년 60만대, 2018년 80만대로 큰 폭의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엔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상 가전 업계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 팔리는 제품을 ‘필수가전’으로 분류하는 걸 감안하면 전기레인지 시장이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다만 전기레인지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직 없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레인지 시장은 SK매직과 쿠쿠, 쿠첸 등이 전체 국내 시장의 점유율 약 60%를 나눠 가지고 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 그 외 10%는 외산 전기레인지와 기타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기업은 SK매직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특성상 일정한 기준으로 통계를 내거나 발표하는 기관은 마땅히 없으며, 각 업체에서 집계하는 방식도 매출을 기준으로 하느냐,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하느냐, 1구 레인지를 포함하느냐, 휴대용을 포함하느냐 등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특정 기업이 압도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쿠쿠·쿠첸 전기밥솥 잘 만들던 회사, 전기레인지도 잘 만든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중견 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중 쿠쿠와 쿠첸 등 전기밥솥 회사가 눈에 띄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들 업체는 전기밥솥에 들어가는 기술인 IH(전자유도가열방식)를 전기레인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IH 기술은 열판 방식보다 더 강한 열을 낼 수 있고 열이 골고루 전달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IH는 전기밥솥 업체가 자부하는 기술인 만큼 전기레인지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실제로 쿠쿠는 전기레인지 판매 마케팅에 IH 인덕션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이미 1400만대 이상 팔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쿠쿠전자 전기레인지는 2016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해 2016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69.8% 늘며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7년엔 매출액이 32.5%, 2018년 72.5% 증가했다.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 쿠쿠전자 CIHR-HLT302FS 제품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쿠첸도 전기밥솥을 이을 주요 사업으로 전기레인지에 힘을 주고 있다. 쿠첸은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를 동시에 넣은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출시했다. 전체 매출에서 전기레인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2013년 1% 남짓하던 비중이 지난해엔 1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탈 서비스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생활가전 업체 SK매직의 전기레인지 역시 시장에서 인기다. SK매직은 지난해 판매 대수 10만대를 넘기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전기레인지 등 신제품을 내놓으며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전자제품매장에 가서 직접 봐도 전기레인지 품목은 SK매직, 쿠쿠, 쿠첸 정도가 가장 많이 진열돼 있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걸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해외 제품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전기레인지는 해외 생활 트렌드의 영향을 받았고 외산 제품이 넘어오기 시작하며 국내 시장 형성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국내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탓에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미래엔 ‘인덕션’이 승부처 될 듯

전기레인지는 크게 하이라이트, 인덕션, 하이브리드 세 종류가 있다. 하이라이트는 실제로 상판이 달궈져 뜨거워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용후 전원을 꺼도 잔열이 남는 특징이 있다. 인덕션은 조리 용기에만 직접 열을 가하는 유도 가열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전원을 켜도 상판이 전혀 뜨겁지 않다. 이 방식은 열효율이 높아 더욱 빠른 시간에 조리를 할 수 있다. 다만 인덕션 전용 용기를 이용해야 원활한 조리가 가능한 제약이 있다.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을 하나의 상판에 분리 배치한 게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다. 이용자는 필요에 따라 인덕션을 이용할 수도, 하이라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기레인지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매직, 쿠쿠, 쿠첸 등 주요 업체들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상품은 하이브리드 레인지다. 시장의 수요가 가장 높은 제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스레인지에서 전기레인지로 전환되는 흐름은 분명하지만, 온전히 인덕션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좀더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와 열효율이 좋은 인덕션을 함께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인덕션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덕션을 한번 써본 소비자들은 만족도가 높아 다음 구매부터는 인덕션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덕션은 열효율이 높아 조리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물을 끓인다고 가정하면 인덕션은 가스레인지보다 약 2.5배, 하이라이트보다 약 1.5배 물을 빨리 끓일 수 있다. 또한 상판이 가열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에도 덜 취약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이브리드 레인지가 하이라이트 2구, 인덕션 1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하이라이트를 1구, 인덕션을 2구로 출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업계에서도 시장의 흐름이 인덕션으로 가고 있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생활가전의 트렌드는 신혼부부가 혼수로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전기레인지에서 인덕션을 선택하는 부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인덕션 올플렉스( 모델명 NZ64R9787TG). 출처=삼성전자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프리미엄 인덕션 레인지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프리미엄 라인업인 ‘셰프컬렉션 인덕션’ 3모델을 포함한 총 8개 모델을 선보였다. 셰프컬렉션은 국내 최고 수준인 화력을 바탕으로 모든 화구를 동시에 사용해도 출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앞세웠다. 제품 상판에는 강화유리로 유명한 독일 쇼트(Schott)의 ‘세란 글라스’를 적용해 내구도를 높였다. 

LG전자는 ‘디오스 인덕션 전기레인지’가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제품에는 3중 고화력 부스터를 탑재해 높은 화력을 구현해 동급 가스레인지보다 조리속도를 최대 2.3배 빠르게 했다. 제품 상판은 독일 쇼트의 ‘미라듀어 글라스’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