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펀드의 주 출자자들이 손정의 소프트그룹 회장의 독단적 투자 의사 결정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Livemin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000억 달러 비전펀드의 최대 외부 투자기관 두 곳이, 펀드를 관리하는 소프트뱅크가 일부 기술 회사들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비전펀드의 다른 출자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IF)와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투자(Mubadala Investment Co.)는 비전펀드가 공약한 자본금의 3분의 2 가까이를 출자했다. 이들이 펀드에 불만을 가질 경우, 앞으로 손회장이 신규 자금을 마련하거나 신규 펀드를 시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손회장은 제2 비전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PIF와 무바달라는 이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투자기금이 일부 기술 기업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PIF는 또 소프트뱅크가 먼저 해당 기업에 투자했다가 나중에 비전 펀드에 지분을 이전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 경우 소프트뱅크가 매입한 가격보다 대개 더 높은 가격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출자자들도, 손회장이 투자 결정에 있어 비전펀드 임원들을 배제하고 막판에 이사회의 결정과 다른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겨 의사 결정 과정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사우디 측에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사우디 PIF와 무바달라는 비전펀드 930억 달러 중 600억 달러를 출자했다.  출처= financhill.com

비전펀드는 2017년 중반에 출범한 이후, 약 600억 달러의 투자와 지출을 공개했다. 특히 승차공유회사 우버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와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WeWork) 같은 스타트업들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소프트뱅크는 이 외에 회사 장부에 약 20건의 거래가 더 있다고 말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기금의 4분의 3이 투자됐으며, 수십억 원의 추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비전펀드는 1000억달러에서 70억 달러 정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50억 달러가 추가 출자되었다는 설도 있다).

소프트뱅크, 투자 대상 회사 가격 지나치게 높혀

비전펀드, PIF, 무바달라는 모두 그들의 관계가 좋다고 말한다. 출자자들은 펀드의 전략과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는 것이다.

손회장은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는 그동안 우리에게 따뜻한 지원을 해주고 많은 돈을 맡긴 훌륭한 출자자였다.”며 “다음에 어떤 조건으로 자금을 다시 조달할지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양측 모두 상황과 조건이 가변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전펀드와 출자자들 사이에, 그리고 소프트뱅크 내에서 까지도 긴장감이 도는 부분은, 위워크와 홍콩의 안면인식 회사 센스타임 그룹(SenseTime Group Ltd.) 등 몇몇 투자들에 과다한 지출(고평가 매입)을 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의 반발에 따라, 위워크에 대한 투자를 16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줄였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해 가을 센스타임에 수 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후 이 회사의 평가액은 무려 7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당시 이 회사의 잠재적 가치를 100억 달러로 평가하고 무바달라와 공동으로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바달라가 손을 빼면서 그 투자는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바달라가 목표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며 주저했다는 것이다.

비전펀드 직원들 조차도 센스타임의 평가 금액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센스타임의 경쟁사인 멕비 테크놀로지(Megvii Technology Inc.)라는 회사도 현재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35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센스타임과 무바달라는, 비전 펀드가 무바달라와 어떠한 공동 투자를 고려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센스타임도 자신의 회사가 100억 달러의 평가를 받은 적도, 1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무바달라는 18일, 아부다비 펀드가 설립한 자동차 회사에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기로 했다는 당초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 비전펀드 주요 투자처.    출처= Recode

소프트뱅크 선투자 후 비전펀드에 이전하는 관행도 불만

출자자들의 또 다른 불만은 소프트뱅크가 먼저 기업에 선투자한 뒤 나중에 지분을 비전펀드로 이전하는 관행이다.

중동 출자자들은 소프트뱅크가 PIF와 무바달라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의 신고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몇 년간 기술 회사에 투자하면서 249억 달러 어치의 지분을 매입했고, 이를 적어도 263억 달러에 비전펀드에 매각함으로써 최소한 14억 달러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소프트뱅크가 중국의 대표 차량공유기업 디디추싱(Didi Chuxing Technology Co.)의 지분을 59억 달러에 사들여 비전펀드에는 68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한 것과, 지난 2015년에 인도의 호텔 에약 사이트 오요 호텔(OYO Hotels) 지분을 1억 달러에 매입해 지난해 두 배 가격으로 비전 펀드에 이전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문제는 단지 소프트뱅크에게 투자 비용에 대한 프리미엄을 주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소프트뱅크가 중동 출자자의 이름을 이용해 높은 가격에 매입하고 그것을 더 높은 가격으로 비전펀드에 매각함으로써 (향후 매입한회사의 평가액이 떨어지면) 비전펀드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기금모금을 주도함으로써 투자 대상 회사의 평가액을 높이는데 오히려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의 오요의 경우, 소프트뱅크기 자금 조달 라운드를 주도해 최근 10억 달러 모금을 마감하면서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투자 데이터를 추적하는 회사인 다우존스 벤처스소스(Dow Jones VentureSource)에 따르면 이는 2015년 소프트뱅크가 처음 투자했을 때의 13배 수준이다(그 만큼 거품이 커져 나중에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는 이달 초 투자설명회에서, 비전펀드 투자는 2018년 말 현재 시점으로 독자적으로 평가되었으며, 펀드 주요 출자자들이 직접 채용한 독립 컨설턴트의 검토는 물론 감사까지 포함하는 다단계 평가 과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펀드의 투자 평가에 대한 우려는 투자 과정, 특히 손회장의 독단적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몇 주 동안만 해도 손회장은 중국 온라인 자동차 거래 플랫폼 체하오두오(车好多)그룹에 1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에 대한 소프트뱅크 내 파트너들의 반대를 일축했다.

체하오두오는 최근 경쟁자에 의해 사기 혐의로 피소된 적이 있다. 그러나 체하오두오의 대변인은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피소 사실을 부인했고, 손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가 자체 실사한 결과 고소는 사실 무근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이 회사의 가치를 85억 달러로 평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이 회사의 경쟁사 중 하나인 욱신(Uxin Ltd.)의 시가 총액은 11억 8000만 달러, 홍콩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또 다른 경쟁사 이신 그룹(Yixin)의 시가 총액은 17억 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