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15일 부산 중앙동 노티스에서 코스포 산하 부산지역협의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서울 일변도의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를 일신하고 지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코스포의 행보 자체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코스포 첫 발족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할 말은 한다"
코스포는 지난 2016년 9월 50여개 회원사로 출발해 꾸준히 몸집을 늘리며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의장이 되어 정식 출범했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현안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다.

코스포의 지향점은 설립 후 3개월이 지나 열린 2016년 12월 포럼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코스포의 이사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당시 "스타트업 스스로 대중과 정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외국처럼 대기업 혹은 스타트업 끼리의 상생과 협력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코스포의 나아갈 길이라는 뜻이다.

코스포는 2018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김봉진 대표는“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규제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코스포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실제로 코스포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를 대변하기 위한 주장들이 눈길을 끈다. 코스포는 카풀 스타트업과 택시업계의 충돌 당시 적극적으로 현안에 뛰어들었고 한국NFC와 대기업과의 분쟁에도 속도감있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나아가 법률 지원과 컨설팅, 심지어 스타트업 업계 복지를 위해 달리기도 했다. 코스포는 2018년 7월 스타트업 직원의 복지를 위해 복지분과를 신설, 스타트업 직원들이 건강검진과 그 외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바쁘게 업무가 진행되는 곳이며, 대표는 소용돌이같은 업무의 한 중간에서 사실상 24시간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이 코스포라는 조직을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내고 긍정적인 방향 설정에 나서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말이 나온다.

15일 공개된 코스포 부산지역협의회 출범도 큰 의미가 있다. 부산지역협의회에는 코스포 회원사 중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벤디츠, 플라시스템, 마이스부산, 코스웬콘텐츠, 미스터멘션, 모두싸인, 스마트소셜, 잔다, 로하, 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 등 약 100여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며 이들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진출 등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코스포 최성진 대표는 “부산지역협의회 출범을 기점으로 서울에 집중된 창업생태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부산협의회 구성원들과 논의해 지역에 필요한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코스포의 새로운 시작이 예고되고 있다. 출처=코스포

아쉬운 점은..
코스포의 등장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역사를 장식하는 의미있는 이정표지만, 다소 아쉬운 구석도 있다. 먼저 출발부터 인터넷 대기업들의 연합체, 인터넷 기업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지원을 받은 대목이다.

인기협과 코스포의 만남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지 않다. 특별한 기반이 없는 코스포 입장에서 인기협의 지원을 받아 첫 발을 뗀 장면은 현실적인 선택인데다, 무엇보다 ICT 업계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ICT 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 스타트업의 분쟁도 일어나기 때문에, 코스포의 홀로서기 시도는 더욱 빨라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코스포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진 대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출신이다.

회원사들의 분쟁 등 내부 잡음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포 자체가 많은 스타트업의 집합체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이 과정에서 코스포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야놀자와 여기어때처럼 업계 내부에서 첨예한 경쟁을 벌였던 스타트업의 경우 그 신경전이 코스포 내부로 전이되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두 스타트업의 전현직 대표들은 각자의 이유로 모두 코스포 임원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코스포의 외연 확장이 생각보다 더디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현재의 외연 확장도 대단한 성과지만, 아직 더 많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품어내지 못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친목도모의 성격이 강했던 스타트업 별도 네트워킹 행사에 코스포 회원사를 훨씬 상회하는 이들이 몰린 일이 있었고, 그 영향력에 주목한 코스포가 해당 네트워킹 행사 주최와 접촉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일각에서는 코스포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조금 더 외연을 확장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코스포는 업계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포럼을 통해 엄중한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단순한 친목도모와는 차별성이 크지만, 외연 확장 측면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