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판매허가신청(New Drug Application, NDA) 심사가 개시된 데 이어,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확정 계약금 1억달러(약 1125억원) 총 계약금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SK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바이오팜은 14일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Arvelle Therapeutics, 아벨)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 금액은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로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중 최대 규모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계약을 통해 반환조건이 없는 확정 계약금 1억 달러를 받고, 향후 시판허가 등 목표 달성 시 계약금 총액 중 나머지 금액인 4억3000만달러(약 4840억원)를 받는다. 판매가 시작되면 매출 규모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은 아벨 신주 상당량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 이후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아벨은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판매를 위해 미국 노바퀘스트 캐피탈 메니지먼트(NovaQuest Capital Management)와 유럽 LSP(Life Science Partners) 등 헬스케어 분야 유력 투자사들이 합작해 설립됐다.

아벨은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전문인력과 자금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 SK바이오팜이 보유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유럽의약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EMA 시판 허가 시 세노바메이트는 제약바이오 강국인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32개국에 판매된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 성장세가 견고한데다 유럽 내 난치성 환자 대상 약물 수요도 증가해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상업화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62억달러(약 6조8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에는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럽시장 기술수출은 지역별 특성에 최적화된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는 임상 모든 과정부터 NDA까지 신약 독자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럽에서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현지에 거점을 둔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럽시장 기술수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 시판 시 수익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말 미국 FDA에 NDA 제출을 완료했으며 최근 FDA가 심사 개시를 공식화함에 따라 올해 11월 세노바메이트의 시판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판 허가 시 SK바이오팜은 2020년 미국 내 판매를 시작으로 유럽을 거쳐 향후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세노바메이트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개발에 주력해온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가치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아벨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유럽 시장에 가능한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