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SD엔진은 지난 2005년 두산에 편입되면서 두산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6월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2.7%를 국내 사모펀드 소시어스-웰투시에 넘기면서 HSD엔진으로 다시 사명을 바꿨다. 사진=HSD엔진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현대重-대우조선 ‘빅딜’이 성사되면,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엔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엔진 95%를 공급하던 HSD엔진(옛 두산엔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대우조선 이탈 효과가 내년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중에, HSD엔진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양 사는 사업영역을 공유하게 된다. 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HSD엔진을 구매하는 대신, 현대중공업이 제작하는 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HSD엔진의 ‘대우 이탈’ 피해가 예상되는 이유다. HSD의 지난해 3분기 매출 중 대우조선해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31.9%에 이른다. 지난 5년(2014~2018) 평균 매출액이 733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2339억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HSD엔진을 사용할 당위가 없다. 현대중공업 엔진과 성능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HSD엔진과 현대중공업 엔진 사업부는 주로 대형선박에 탑재되는 저속엔진과 중속엔진을 생산한다. 저속엔진은 선박의 주 추진기관으로 이용되고, 중속엔진은 저속엔진의 발전기 역할 등을 맡는다.

▲ HSD엔진이 제작하는 중속엔진 사진. 출처=HSD엔진

저속엔진의 경우 양 사 간의 큰 성능 차이가 없다. 같은 업체 기술을 빌려와 엔진을 만들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만 디젤 터보 에너지 만 에너지 솔루션(MAN Energy Solution), 스위스의 빈터투어 가스&디젤(Winterthur Gas & Diesel)과 기술계약을 체결 중이다.

반면, 중속엔진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엔진 ‘힘센엔진’ 모델을 앞세워 세계 중형엔진 시장점유율 1위(22%)를 유지하고 있다.

HSD엔진은 만 에너지와 일본의 미쯔이 엔지니어링(Mitsui Engineering)의 기술을 빌려 중속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대우 이탈 효과 2020년부터 적용될 듯... 업황 개선 기다리는 HSD엔진

대우조선해양 이탈 영향은 오는 2020년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수주량 차감이 내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통상 수주와 매출 인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조선사로의 엔진 인도 시점과 엔진 제작 소요기간 등을 고려하면 통상 12~18개월가량 시차가 난다.

문제는 HSD엔진이 대우 이탈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HSD엔진의 실적 방어는 전체 수주량 증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인수합병으로 이탈될 물량을 다른 업체와의 거래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수주잔고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넉넉하다고보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HSD엔진 수주잔고는 총액 1조2000억원으로 1년 반 정도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즉, 올해 수주실적이 좋지 않다면 영업이익 적자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HSD엔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2017년 수주 급감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353억원이다. 물론 여기에는 실적 방어를 위한 저가수주 영향도 있다. 지난해 원가율은 99.6%로 전년보다 6.8%포인트나 높았기 때문이다.

▲ HSD엔진 2018년도 손익계산서. 출처=HSD엔진

결국 HSD엔진 미래 실적은 조선업 업황 개선에 달려있는 셈이다. HSD엔진은 올해 업황이 회복될 것이고, 그 수혜로 중국발 발주가 늘어나 대우 이탈 충격이 상쇄될 것이라 바라본다. HSD엔진 지난해 수주액 중 26%가 중국에서 비롯됐다.

HSD엔진 측은 “영국 해운산업 분석 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라며 “중국 현지 엔진메이커를 제외하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같은 시장개선 수혜를 반영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의한 충격은 상쇄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대우조선해양 발주물량이 감소해도 연간 수주에 미치는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일 것”이라며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수주는 약 1조원까지 증가가 확실하다”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HSD 측은 현대重-대우조선 빅딜 성사가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HSD측은 “향후 시장에서 예상하는 조선 빅2 체제에 따른 선박 수주 경쟁의 완화와 이에 따른 선가 및 엔진 가격의 상승은 회사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라며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던 HSD엔진 전환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엄경아 애널리스트도 “빅딜이 진행될 경우 저가수주 경쟁이 완화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의 발주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 전세계 선박 발주량 추이 및 전망. 출처=메리츠종금증권

올해 실적은 대폭 개선 전망... 지난해 수주량 증가 영향

HSD엔진의 올해 실적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주실적이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수주액 87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0% 상승했다. 이 중 대우/삼성중공업 합산 수주량은 약 67%다.

김현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엔진 수주 급증이 올해 매출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확실히 볼 수 있다”라며 “올해 매출액은 75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올해 HSD엔진 영업실적은 큰 폭의 개선이 기대된다”라며 “매출실적은 747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SD엔진의 지난해 매출액은 5113억원이었다.

한편, 신용평가사들은 빅딜 성사 전인 지난 1월 HSD엔진의 신용등급을 1단계 내렸다. 매출 감소 및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 및 이익창출력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SD엔진의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담보부사채 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