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가 법적 분쟁 끝에 유럽에서 빅백(Big Mac) 상표권을 상실했다.   출처= MS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맥도날드가 유럽 연합에서 빅맥(Big Mac) 상표권을 상실하자 경쟁사인 버거킹이 재빨리 스웨덴에서 빅맥과 자사 제품을 비교하는 메뉴판을 선보였다.

버거킹의 스웨덴 매장에는 2월 초부터 “빅맥과 비슷하지만 육즙이 더 많고 더 맛있는 버거” “빅맥스럽지만 직화로 구운 버거”등, 빅맥과 비교하는 문구가 들어간 메뉴가 등장했다. 또 다른 문구들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빅맥이 정말 되고 싶었던 버거", "결코 빅맥이 아닌 버거", “빅맥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버거” 등.  

맥도날드는 아일랜드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슈퍼맥(Supermac’s)과의 법적 분쟁 끝에 빅맥 상표권을 상실했다. 원래 이 이름은 대학 게일릭 풋볼(Gaelic football,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투기·럭비·축구가 혼합된 형태의 운동) 선수인 팻 맥도나의 전성기 시절 별명이었다. 맥도나는 1978년에 슈퍼맥을 설립했는데, 빅맥과 재료의 상당 부분이 비슷한 마이티맥(Mighty Mac) 같은 버거 메뉴를 선보이면서 메뉴 이름을 놓고 맥도날드와 여러 차례 부딪쳤다. 맥도날드는 이름이 비슷해 고객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슈퍼맥은 맥도날드와의 법적 분쟁 때문에 슈퍼맥이 아일랜드 밖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특허청(EUIPO)은 지난 1월, 맥도널드가 EU에서 빅맥 상표의 ‘진정 사용’(genuine use)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빅맥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슈퍼맥은 영국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유명 회사가 상대방이 자신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표권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이른 바 상표권 횡포(trademark bullying)의 전형적 사례라고 설명하며 환호했다.

"매우 기쁩니다. 맥도날드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니까요. 이것은 모든 중소기업의 승리입니다. 이번 판결로 대기업들이 상표권을 사용할 의사도 없으면서 상표를 점유하고 있는 행위를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맥도날드가 빅맥 상표권을 상실하자 버거킹은 2월 초에 재빨리 자사 제품을 빅맥과 비교하는 광고와 메뉴를 선보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빅맥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버거", "빅맥이 정말 되고 싶었던 버거", "빅맥스럽지만 직화로 구운 버거", "결코 빅맥이 아닌 버거", "빅맥과 비슷하지만 육즙이 더 많고 더 맛있는 버거"  출처= Twitter

가디언은 또, 맥도날드의 글로벌 경쟁업체인 버거킹의 스웨덴 현지법인장 이우 자코우스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맥도날드가 훨씬 더 작은 선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가 빅맥의 상표권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사건이군요”

미국의 로펌 윈드롭 앤 와인스타인(Winthrop & Weinstine)의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 카일 크롤은 “상표를 사용하는 대상과 명칭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은 상표권 횡포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도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상표권 횡포에 대한 고발은 대개 법적 중요성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슈퍼맥은 EUIPO 심의에 대응하면서, 이 상표권 횡포 사건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중소기업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지요.”

맥도날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제시한 성명서에서 EUIPO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EUIPO의 결정에 실망했으며, 이번 결정은 우리가 유럽 전역에서 빅맥 상표 표시를 사용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실질적인 증거를 EUIPO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며, EUIPO 항소위원회에서 반드시 번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이어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는 유럽 전역에서 '빅맥'이라는 상표 표시에 대한 완전하고 강제적인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거킹의 스페인 매장 마케팅 캠페인은 스톡홀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광고회사 INGO가 제작했다.  INGO는 새로운 메뉴를 집요하게 탐색하는 고객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이 광고 캠페인을 발표했다.

이것은 버거킹과 맥도날드사이의 일련의 짖궂은 줄다리기의 일부분이다. 버거킹은 지난 12월에도 맥도널드 주차장에서 버거킹 앱을 통해 버거킹 제품을 주문하면 와퍼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을 내놓은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