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우리나라 이커머스(e-commerce) 업계의 연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 쇼핑 거래 연간 누적액은 11월에 101조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12월까지 합산하면 1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7년 대비 약 20% 성장한 수치다. 일련의 성장세를 감안해 업계는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8% 성장한 13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이커머스의 성장에는 어떤 변화들이 수반될까.

올해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크게 3가지 측면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첫 번째는 오픈마켓 비즈니스의 진화, 두 번째는 상품 차별화를 위한 상품기획자 역량 강화, 그리고 마지막은 차별화된 멤버쉽 서비스의 등장이다.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비즈니스는 판매자들에게 단순히 온라인의 판매 공간만 제공하던 전통적인 오픈마켓 비즈니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 대기업의 이커머스 시장 참여와 포털사이트의 이커머스 역량 강화, SNS의 이커머스의 강화로 각 플랫폼들의 중개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에 따라 각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판매자들의 유치를 위해 다양한 부가서비스 형태를 내세운 비즈니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의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있다. 쿠팡은 올해 경기도 고양시에 초대형 물류센터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쿠팡의 이커머스를 지원하는 오프라인 인프라가 돼 쿠팡에 입점하는 상품 판매자들에게 물류 입고와 출고를 관리해주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이미 자사의 플랫폼에 입점하는 판매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에게 입점 수수료 대신 결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네이버페이 이용 수수료를 받고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 판매자 지원 서비스. 출처= 네이버  

올해에는 상품 차별화를 위한 이커머스 상품기획자들의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기반 유통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다양한 상품의 확보 그리고 그와 연결된 다양한 프로모션의 구성이다. 이를 구성하는 것은 모두 상품기획자(MD)의 몫이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시장 참여로 업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상품기획자들의 역량은 곧 업체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련의 변화는 오픈마켓의 중개 서비스보다는 상품기획자들의 관여도가 높은 소셜커머스 혹은 직매입 비즈니스의 강화로 구현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각 기업의 정체성이 담긴 유료 멤버쉽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보여준 유료회원제 멤버쉽 ‘아마존 프라임’의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 이커머스 업계가 추구하는 변화들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력 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장기 충성고객의 확보다. 이는 안정적인 유입자 수(트래픽)을 보장하며 안정적인 트래픽은 플랫폼에게 광고 수익 등 부가적인 수익 요소를 발생하게 된다.

많은 온라인 기업들은 이미 각자의 유료 멤버쉽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료 멤버쉽은 할인쿠폰이나 적립금 제공, 무료 배송 서비스 등으로 그 형태가 유사하다.

향후 강화될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은 배송 서비스 차별화, 콘텐츠 제공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에게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 충성고객 확보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는 유통과 비유통계열사를 모두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다른 온라인 기업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멤버십 서비스로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적 성장과 동시에 시장 재편이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최근에는 그간 시장점유율 상위에 있던 주요 업체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업자는 온라인 패션 편집샵 무신사와 식품 배송 서비스 업체 마켓컬리다. 무신사는 상품기획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수많은 충성고객들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2001년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 한 무신사는 현재 3500여개의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된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편집샵으로 성장했다. 2015년 창업된 마켓컬리는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 출처=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대우 김명주 연구원은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파편화는 심화될 것이며 온라인 시장 내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한 쿠팡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트래픽 경쟁력을 가진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등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상향평준화된 국내 이커머스 판에서 결국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업계의 경쟁은 각 기업의 경쟁력이 될 ‘차별화’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