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지난해부터 IPO(기업공개)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던 호반건설에 경고등이 켜졌다. 건설 산업 전망이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도 상장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세 경영승계 작업이 증여세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탓으로 보인다. ‘소음’ 없는 2세 경영승계 작업을 위해 IPO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달 상장 주관사단과 정기적인 실사에 돌입한다. 상반기 실적 결산을 한 후 하반기 IPO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주택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IPO가 연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의 특성상 건설사는 도급 형태로 수주를 받은 후 현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업계 전반 수주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내년에도 수주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업계 수주 가뭄에 건설사들 몸집 줄이기

수주 가뭄에 건설사들은 몸집 줄이기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플랜트사업 본부 임원 전부가 경영악화를 책임지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3년간 인력을 감축해오면서 2016년 7000여명에 달했던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 2000여명 가까이 감소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도 희망퇴직을 통해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에 돌입했다.

건설사들의 대대적인 인원감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주택 규제 정책으로 사업 환경이 나빠진 데다 해외 수주 실적 역시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 연도별 건설수주액 추이 (단위: 조원) 출처=대한건설협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2019년 건설경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2018년 대비 7.9% 감소한 137조원으로 전망된다.

건설수주는 2017년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18년 들어 감소세가 확대됐다.

2018년 3분기까지 건설수주는 10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7년 건설수주액은 160조4000억원으로 전년 164억9000억원 대비 2% 감소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5.5%포인트가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감소폭과 속도가 확대되고 있어 건설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5~2017년까지 건설수주의 증가가 민간부문과 건축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주 요인이었던 만큼 이들 부문의 수주 감소가 전체 건설수주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공종별 건설수주액 추이 (단위: 억원, %) 출처=대한건설협회

수주물량 증가세 이끌었던 주거용 건축부문 수주 급격히 감소

건축부문 수주물량은 2014년 21.7%, 2015년 50.5%, 2016년 12.6%의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 2017년 –6.7%, 2018년 9월 기준 –13.3%의 하락을 나타냈다. 이 중 주거용 건축부문의 수주감소는 더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12.21%까지 증가했던 건축 물량은 이후 9.4% 감소한 데 이어 2018년 9월 43.98%가 떨어졌다. 무려 절반 가까이 수주 물량이 감소한 것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워낙 민간 주택 수주물량 감소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예측이 있다면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겠지만 수주가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역량이나 사업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택수주 금액 및 증가율 추이 (단위: 조원, %). 출처=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 산업 전망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호반건설 측 역시 향후 상장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대출규제로 건설주가 주식시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심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지금 분위기나 업황을 봐서는 좋은 가치로 상장하기가 어려워 상장주관사에서도 올해보다는 내년도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 연내 상장 어려워도 이득인 이유...2세 승계 마무리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업계는 호반건설의 상장이 연기돼도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상장을 위해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을 하면서 2세 경영 승계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 호반건설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 변동.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현재 호반건설의 최대 주주는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부사장이다. 김대헌 부사장은 합병으로 호반건설 지분을 54.7%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12월 10일 호반건설이 계열사인 ㈜호반을 흡수합병하면서 당시 ㈜호반 지분을 85.7%(25만7105주) 보유한 김 부사장이 호반건설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호반과 호반건설의 합병비율은 1대 5.88이었다. 김 부사장은 호반 1주당 약 5.9주씩 151만3706주를 배정받았다. 김 부사장의 호반건설 주식 취득 사유는 합병으로 인한 주식 교환이다. 상속 증여세 부담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한마디로 호반건설 주식을 151만주 이상을 취득하면서 세금은 1원조차 내지 않은 것이다. 상속증여세법상 평가 주식가치는 금액에 따라 상속가액이 높으면 최고 50%의 높은 세율로 과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엄청난 절세 전략이기도 한 셈이다.

국내 건설사 고위급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2세 승계 작업을 하면서 지분양도를 세금 없이 실현했다”라면서 “경영진에서는 이 부분이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해 상장을 위해서 합병을 했다는 명분을 들고 가야 하는 만큼 상장 이슈는 계속 가져가겠지만 실제 상장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 호반건설 회사합병결정문. 출처=전자공시시스템

김대헌 부사장, 최대 주주 만든 합병비율 산출근거 객관성 논란

한편 2세 승계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일각에서는 호반건설과 ㈜호반 간의 합병비율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법인 간 합병이 진행될 때는 상장된 주식가격이 없기 때문에 객관성을 높이고자 외부 평가기관의 의견 첨가서가 들어간다. 일례로 지난 2014년 합병을 진행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모두 비상장법인이지만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합병가액과 합병비율 산정 및 산출근거를 모두 게재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주요사항보고서 일부 발췌.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호반건설과 ㈜호반은 합병을 하면서 합병비율 산출방식과 외부 평가기관의 의견 첨가서가 없다. 의무 공시사항은 아니지만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호반건설은 공시를 통해 “비상장법인 간의 합병에 따른 주식가치의 평가방법에 대해서 별도로 정하고 있는 법률이나 규정은 없지만,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제정한 가치평가 수행기준에 따랐다”라면서 “자산가치 평가방법, 수익가치 평가방법, 시장가치 평가방법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평가의 원칙) 및 동법 시행령 제49조(평가의 원칙)와 상증법 제63조(유가증권 등의 평가) 및 동법 시행령 제54조(비상장주식의 평가) 규정을 참고해 평가한 가액을 모두 고려해 합병당사법인이 상호협의한 가액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부자관계상의 두 회사 최대주주가 합병을 진행하면서 상호협의한 가액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셈이다.

최병철 파인트리 컨설팅 대표는 “합병비율이 어떻게 산정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비상장기업의 합병비율은 상장기업보다 추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합병비율 산출 근거를 밝히거나 혹은 외부 평가기관의 의견 첨가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반건설은 설명도 없이 합병직전에 이사회를 통해서 1대 4.5였던 비율을 호반에 좀 더 유리한 합병비율로 내놨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외부평가기관 보고서를 첨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병비율 객관성이 결여된 것은 아니고 공시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첨부하지 않았다”며 “단기간 내 합병비율 변경은 기존(첫 공시 시점)에 미결산된 자회사들의 공정가치가 ㈜호반에 반영(정정공시)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