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래에셋벤처투자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몸값도 낮아졌지만 상장 의지는 확고하다.

모회사 지원 등을 감안하면 굳이 싼 값에 IPO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를 고려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VC업계의 경쟁심화를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는다’는 ‘사소취대’(捨小取大) 전략으로 풀이된다.

▲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오는 27~28일 이틀간 상장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모물량은 450만주이며 100% 신주로 발행한다.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3700~4500원으로 총 공모가액은 167억~203억원이다.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담당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3년 전부터 IPO를 준비했다. 목표 시기는 작년이었지만 공모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미뤄졌다.

시장이 온기를 되찾은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당 가액 산정을 위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가 적용됐다. 지난해 상장한 린드먼아시아(36배), SV인베스트먼트(32.2배), 나우아이비캐피탈(26.5배), 아주IB투자(21.5배)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할인율(29.6~42.1%)도 최대 40%가 넘는다. 린드먼아시아와 SV인베스트먼트는 최대 20%대, 나우아이비캐피탈과 아주IB투자는 최대 30%대가 적용됐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몸값이 낮아진 이유로는 증시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꼽힌다. 업계 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경쟁심화가 더 큰 요인이다.

우선 VC 출범을 위한 자본금 요건이 20억원으로 축소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제도 도입도 위협요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BDC 운영주체는 증권사와 운용사로 제한돼 있다. VC 참여 가능성도 있지만 확신할 순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반에 관한 우려도 있지만 업계 경쟁심화 등이 더 우려된다”며 “상장을 위해서는 몸값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요주주 구성을 보면 FI의 ‘엑시트’ 압박도 없다. 미래에셋벤처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대우(77.53%)다. 지난 2001년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9.88%를 확보한 이후 유무상증자, 구주매입 등을 실시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든든한 대주주의 지원과 투자조합 결성·회수, 사모펀드(PEF)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 출처:벤처캐피탈협회

지난해부터 VC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진 이유는 ‘무이자’ 자금조달이다. 투자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에셋벤처투자도 예외라 할 수 없다. 다만, 과도하게 몸값을 낮추면서 IPO를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VC 업계는 희비가 갈릴 것”이라며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연기금 등 LP(유한책임사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모회사를 등에 업고 있어도 LP를 구하는 것은 비슷한 상황”이라며 “업계 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VC들은 투자조합 결성 시, 펀드 총모집액의 최소 2%를 조합에 납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모집하면 2억원을 출자하는 것이다. 펀드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이번에 모집하는 공모규모를 ‘납입’측면에서 보면 약 8000억원(=160억원/2%) 규모의 펀드결성이 가능하다.

다른 VC관계자는 “벤처투자 규모가 과거 몇 십억 수준에서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상당한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투자가 상장에 나서는 것은 업계 경쟁심화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저가 신주발행을 통해 투자자를 만족시키고 더 큰 이익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