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서초구 일대는 거래 절벽은 물론 매물 자체가 희귀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1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매수 실종 현상이 계속되면서 하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래 건수가 드문데 잠깐 이뤄진 거래가가 단지와 동네 전체의 가격대를 대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반포동의 호가는 실제로 낮춰졌지만 거래가 없었고, 삼성동은 호가조차 하락하지 않았다. 잠실은 2억 하락한 급매물이 여전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4주 강남 4구의 하락률은 1월 3주 –0.19%에서 –0.35%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12년 9월 넷째 주 –0.41% 이후 330주, 6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한 수치다. 각 자치구 별로 서초구는 –0.26%, 강남구 –0.59%, 송파구 –0.17%, 강동구 –0.31%다.

전세가격 하락은 이보다 더 커서 서초구의 경우 1월 3주 기록의 두 배를 넘는 –0.49%를 보였다. 강남구는 –0.78%, 송파구는 –0.44%, 강동구는 –0.61%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률이 무색하게 거래되는 부동산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9년 1월 서울 전체의 거래건수는 1877건으로, 9.13대책이 발표된 이후 시점인 10월 1만0117건이 거래된 것에 비하면 거의 1/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강남구 등 동남권역의 거래건수는 여타 지역에 비하면 덜 줄어들었지만 100건 이하인 것은 매한가지다.

강남구의 10월과 1월 거래건수는 각각 571건, 86건이었다. 서초구는 449건에서 64건으로, 송파구 836건에서 82건으로, 강동구 역시 584건에서 94건으로 눈에 띄게 하락했다.

▲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0월에 10% 정도로 줄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이처럼 거래 자체가 매우 드물어지면서 급매물이 출현해도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의 일선 중개사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자체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매물도 매수도 실종인 상태에서 한두 건의 거래가 시세로 연결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포동 C공인중개사는 “매수자 입장에서 자금 확보가 어려운데 대출이 막혀있고, 자금을 모으더라도 금리가 인상해 부담이 올라간 시점”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또한 “서울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강남권역은 예전보다 신규 입주할 수 있는 공급량이 많아져 수요를 역전했다”면서 “이 때문에 전세가격 하락폭이 크니 갭투자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가격 하락이 결국 매매가 하락 또한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중개사들은 현재의 하락국면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집값 거래량이 수반되면서 점진적으로 상승한 지난 시기와 달리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자들이 집값을 부추긴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7년 8.2 대책부터 적용된 임대사업자 등록과 보유·거주기간 요건 강화로 풀릴 만한 매물 자체가 적은 게 현재 상황의 씨앗이라는 생각이다. 가령 한 단지 내에 동일 평형이 50개 있다고 가정할 때, 49개의 주택은 8.2 대책으로 묶여있는 반면 남은 하나의 매물이 9.13 이후 폭등한 셈이라고 중개사는 설명했다. 단 하나의 매물이 나머지 동일평형의 가격대까지 올리면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반포동 T공인중개사는 “반포동은 학군과 교통을 보고 진입한 수요자는 전세로, 초기 개발 당시에 진입한 수요자가 소유자로 있는 곳”이라면서 “소유자 다수가 은퇴할 정도로 연령층이 높은데, 소득도 없는 상황에서 보유세를 내는 게 부담되는 1주택자들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르는 걸 반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포동의 재건축 단지들은 2년 전과 비교해 약 10억원 가까이 오른 곳도 있지만, 다시 해당 주택이 약 4억 하락한 가격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 하락한 것으로 잡히지 않았나 중개사들은 추측했다.

H공인중개사는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 운을 뗐지만 “매도자가 급한 상황이 아니고,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상승이 계속된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 강남서초는 당분간 관망세와 교착 상태가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 신반포 2차 아파트는 지난해 폭등기보다 약 2억원 떨어진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어플리케이션

해당 중개사에 따르면 신반포 2차와 4차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9월에 비해 약 10% 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신반포 2차 아파트 전용면적 137.66㎡의 시세는 2017년 11월 20억5000만원에서 2018년 8월 27억까지 오른 후 1월 현재 25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즉 6억5000만원이 상승한 뒤 약 2억원이 하락한 정도다. 해당 가격 이후에 시장에 풀린 급매물을 두고 H중개사는 “아직 호가에서 떨어진 것”이라면서 대표성을 부정했다. 중개사는 “7월 폭등기 당시에 진입한 수요자의 거래가격과 비슷한 상황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떨어지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매수자를 고려하면 관망세도 언젠가 끝나 하락시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는 “소유주들의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부채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매수자를 급히 찾는 경우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동 신반포 4차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반면 전세가격은 매매가의 약 30%가 안 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D중개사에 따르면 매매가 약 15억원 짜리 주택의 전세가격은 현재 3억5000만원 수준이다. 중개사는 그 이유를 두고 “학군을 보고 온 가족들은 대부분 6년에서 10년 정도 거주하기 때문에 전세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또한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주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반포동으로 이주할 전세수요자도 드물다”고 말했다.

신반포 2차 아파트와 4차 아파트는 반포동에 마지막 남은 구축 대단지 아파트로 현재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신반포 4차 아파트는 1년 반 내에 재건축조합을 설립한다는 목표로 지난해 12월 추진위를 세우고 위원장을 선출했다. 신반포 2차 아파트의 경우 10년 전 와해된 조합을 대신해 다시 외부 인력을 고용해 조합추진설립의 전 단계에 와 있지만, 역시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염려한 탓이다.

▲ 한 중개사는 삼성동은 실거주자가 많아 하락세 분위기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삼성동, “강남 실거주자는 영향 덜 해”

삼성2동 역시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호가가 오르기도 했다. 압구정동을 제외하고 강남구 북측 지역의 유일한 아파트 단지 군락인 삼성2동은 1월 단 한 건의 거래만 신고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31일 현대힐스테이트 2차 아파트가 거래된 전후로 1월의 거래는 전무하다. 2018년 4분기의 거래 역시 10월부터 25건만 거래됐다.

삼성2동 래미안 삼성 2차의 경우 전용면적 84.92㎡은 지난해 2월 15억원에서 4월 17억원으로 올랐지만 9.13 대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채 10월 말까지 해당 가격이 유지됐다. 11월엔 시세가 오히려 18억3000만원으로 상승했고 2월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중개사들은 삼성동은 실거주자가 많은 곳이라면서, 서울지역의 하락세에도 이미 오른 가격의 방어선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동 래미안삼성2차 아파트의 시세.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어플리케이션

Y공인중개사는 “삼성동은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급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1000만원 단위로 떨어질 뿐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매수인들은 그 정도 떨어진 것은 하락으로 치지 않기 때문에 거래가 얼어붙어있다”고 전했다.

학동로 건너편의 청담동 B공인중개사는 “2년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청담동은 삼성동과는 또 다르게 호가조차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동 T공인중개사는 “역, 관청, 학교 등을 찾아오는 신혼부부가 주 수요층인데 요즘 문의가 없다”면서 “34평형이 10억원대 초중반에서 18억원으로 뛰었고, 전세가도 1억원 정도 올랐다”면서 “매물가격이 오르내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워낙 경색국면이다 보니 설 이후에는 대출 규제 등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동 R공인중개사는 삼성동의 거래절벽 현상을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원하는 가격이 약 1억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면서 “매수자는 현 시세보다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매도자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다보니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보통 설 연휴 전후 시점은 한 해 부동산 시장의 가늠쇠가 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른 상황이라 매수 적절 시점 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4월 보유세 인상이 예고돼 있지만 아직 체감하지 못 하는 수준이라, 막상 닥쳤을 때의 충격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R중개사는 “보통 시장가격의 등락은 매수자가 붙냐 아니냐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만 매수 자체가 실종되니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다른 지역은 아무래도 약세 전망이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동의 경우는 삼릉초등학교, 언주중학교, 언북고등학교 등 잘 갖춰진 학군을 보고 들어오는 실거주자가 많고, 대부분 버틸 여력이 있다고 Y중개사는 평가했다. 중개사는 “사업이 잘 안 되는 사람이 투매를 하지 않고는 시세를 떨어뜨릴 요인이 없다”면서 “재건축 이슈도 없고, 추가 호재도 없어 강남 가운데선 평균에 속하지 않을까”라고 입지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