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지속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실적 우려가 선반영 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달러 강세압력은 낮아지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강세 기조 속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도 반등하는 모습이다. 패시브 중심의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저가 매수에서 실적이 견고한 기업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1월 업종별 수익률 [출처:미래에셋대우]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에 전 거래일 대비 1.52% 하락한 201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만에 2200선을 뛰어넘으며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경기둔화, 금리인상과 함께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지수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도하게 저평가 됐다는 지적은 줄곧 이어져왔다. 시장 불안을 좀처럼 떨쳐내진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 셧다운 우려의 일시적 해소 등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통상 시장 불안이 완화되면 달러는 약세,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매수가 지수가 상승한 여파도 있지만 그 배경에는 ‘환율’이 있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지수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철강, 기계, 자동차 등이다. 중국 정책과 주주환원 기대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시장의 강한 반등이 향후에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저평가 메리트’가 다소 희석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0월 증시 급락 전 수준까지 지수가 상승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 코스피 지수와 기업 실적 컨센서스 추이 [출처:미래에셋대우]

통상 지수 전반 상승 이후에는 업종별로 차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산업 전반 동향 변화와 실적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은 탓이다.

모멘텀으로 보면 2차 전지 섹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세대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3세대 전기차를 출시한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더디다. 미국의 중국 첨단산업 견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보조금은 지속 축소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디어업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초 이후 미디어 업종의 주가는 3.6% 올라 지수 상승률 대비 낮았다. 스튜디오드래곤 등 시가총액 상위 미디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 업황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반기 디즈니+의 론칭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글로벌 OTT업체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이용료를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했다. 이용료 증가분은 콘텐츠 투자에 쓰일 것이란 주장이다. OTT기업들의 콘텐츠 투자 확대는 단연 콘텐츠 제작 업체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주주행동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그 목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가치 증대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는 과거 기업과의 대립구도에서 경쟁구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과 기업 재편에도 일조하고 있다.

올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 된다. 현재 76개 기관투자자가 가입을 했고, 35개 기관투자자가 추가로 가입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행위 또한 지수 상승의 큰 축이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