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연이어 의약품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위 제약사 R&D 투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500여개가 넘는 등 활력을 찾은 제약바이오업계가 미래 산업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발 중 신약 573개…화학‧바이오의약품 각각 225, 260개로 균형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약 파이프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은 573개다. 유형별로는 바이오신약이 260개로 가장 많았다. 화학합성신약은 225개, 천연물‧개량신약은 88개다.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는 생물학적 의약품이 157개로 가장 많았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는 각각 65개, 34개다. 바이오의약품은 경구 투여용 약인 합성의약품보다 개발하기 어렵고, 비용이 비싸지만,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우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임상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희귀‧난치‧만성 질환의 치료가 가능하다.

▲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조사한 국내 제약사 100곳이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수.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제약산업 조사기업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 규모는 7810억달러다.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1790억달러로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암,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등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질환 치료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6년부터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시장규모는 2780억달러다. 임두빈 삼정KPMG 연구원은 “한국 수출 주력분야 중 하나인 메모리반도체의 2015년 글로벌 시장규모가 784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이 앞으로의 의약품 시장에서 주력 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화학합성의약품의 파이프라인 도 225개라는 것이 주목된다. 이는 기존 화학합성의약품으로 치료되지 않는 의료 미충족 수요가 높아진 것이 영향을 줬다. 

화학합성의약품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과 관련한 예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과 JW중외제약의 아토피 치료제 ‘JW1601’,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합성신약 개발 기반 기술 ‘레고케미스트리’와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 ‘ConjuAll’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이 지속해서 나와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미충족 수요가 있다”면서 “바이오신약보다 상대적으로 화학합성신약이 개발이 수월하고, 새로운 의약품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상위 제약사, R&D 비용 지속 확대…미국 진출 가속화

방대한 파이프라인 숫자가 방증하듯이 국내 제약사들은 R&D 투자비용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1위인 미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 상위 제약사 연구개발(R&D) 투자비용(단위 억원). 출처=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 업계 전망

한미약품은 지난해 1895억원을 R&D 비용으로 활용했다. 이는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비율이고, 전년에 비해 11% 증가한 액수다. 올해에는 1895억원에서 약 11% 늘어난 2103억원으로 R&D 투자비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약 107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액수다. 업계에서는 올해 15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은 신약개발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R&D에 약 1100억원을 활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1% 늘어난 액수다. 올해에는 약 1310억원을 R&D 투자에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의 주력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 발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은 ‘CKD-506(관절염 치료제)’ 임상 2상을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CKD-702(c-Met‧EGFR 이중항체)’는 전임상을 완료해 올해 임상 1상 개시를 목표로 뒀다.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1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다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매출의 약 1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2월 초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가 획득 시 올해 상반기 말부터 미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에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과 기술 수출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순규 중앙연구소 소장을 최근 유한USA 상근 법인장으로 발령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USA 최순규 법인장 발령은 앞으로 유한양행이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유한USA에 무게를 싣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R&D 투자비용 확대에 따른 국내 제약사들의 사업은 글로벌 제약산업 변화에 맞춰 체질을 변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바이오경제센터는 “최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바이오의약 산업 진출과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수출 등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산업 창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