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전자 ICT 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두고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나쁘지 않은 곳도 4분기에는 여지없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 ICT 업계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자 ICT 업계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로드맵이 무색해질 정도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이럴수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 7700억원, 영업이익 58조 8900억원, 당기순이익 44조 3400억원을 달성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7년 대비 매출은 1.75%, 영업이익은 9.7% 늘어났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다. 매출 59조27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8%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28.7%나 떨어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성장을 견인한 반도체가 위험하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매출은 18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전 분기 대비 각각 43%, 24% 폭락했다. 갤럭시 신화의 IM부문도 처음으로 2조원대 영업이익에서 밀려 1조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LG전자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61조3417억원, 영업이익 2조7033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내려갔으나 영업이익은 9.5% 증가했다. 그러나 역시 지난해 4분기가 문제다. 매출 15조7723억 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 전분기 대비 2.2% 증가하는데 그쳤다.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조원대를 넘겼으나 지난해 4분기 다소 스텝이 꼬였다. H&A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준수하지만 HE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 줄었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무려 32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휘청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 연간 실적은 좋지만, 4분기에는 여지없이 타격을 받았다. LG전자는 주력인 가전에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고 MC사업본부의 타격이 컸다. 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며 후자는 스마트폰 브랜드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에 밀려 2위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네이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우려스럽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3사도 '우울'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5조8629억원, 영업이익 942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성장했으나 문제는 4분기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전 분기 대비 8.5%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7%, 전 분기 대비 3.8%나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을 보면 비즈니스 플랫폼이 6585억원으로 43%를 기록했고 쇼핑검색광고와 검색형 상품의 성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전분기 대비 7.4% 증가했다. 라인 및 기타 플랫폼은 5653억원을 기록했으며 비중은 37%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8%, 전 분기 대비 7.9% 증가했다. 광고는 1551억원으로 10%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 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IT 플랫폼이 1056억원으로 7%, 콘텐츠 서비스가 320억원으로 3%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실적 추이가 예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동영상을 중심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린다는 각오다.

카카오는 14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연간 매출을 2조4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큰 폭의 하락세가 예상된다.

통신3사도 지난해 4분기가 우울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6조8740억원, 영업이익 1조201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4분기다. 매출은 4조3517억원, 영업이익은 2253억원에 기록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옥수수와 푹의 결합인 미디어 산업, ADT캡스의 보안 산업 등 다양한 비통신 로드맵을 구축해 활로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KT는 12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5조9000억원의 매출과 1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연간 실적으로는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4분기에 이르러 하락세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도 동일하다. 지난해 매출 12조1251억원, 영업이익 730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1725억원과 1041억원을 기록해 저조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전기 대비 무려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4분기를 자세히 조명할 필요가 있다. 매출 3조1725억원, 영업이익 1041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매출은 전기 대비 6.0%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무려 54.4%, 전년 동기 대비 48.3% 쪼그라들었다. LG유플러스 CFO(최고재무책임자) 이혁주 부사장은 “5G 서비스에서 네트워크, 서비스, 마케팅 측면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유플러스 5G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올해는 최고의 5G 인프라와 고객가치 제안으로 수익을 확대하고 경영목표 달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국내 전자 ICT 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락하는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투명성이 커지며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