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최근 이용자의 디바이스에 접근, 일상을 분석해 옷과 액세서리 등을 추천하는 기술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의 일상을 분석해 나도 추상적으로 알고있는 나의 스타일'을 제안하는 방식이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다양한 전략의 전개를 전제로 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논란이 눈길을 끌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임은 틀림이 없다.

아마존이 모든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을 장악, 이를 중심으로 촘촘한 가두리 양식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대목에서 아마존의 새로운 도전은 이용자의 습관적인 구매를 끌어내는 대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마존의 코디, 그리고 아마존의 증강현실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 아마존의 초기 증강현실 특허. 출처=갈무리

아마존의 증강현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 저렴한 비용으로 거실에서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화면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인식해 이를 제어하는 기술과 프로젝터 하나로 거실과 같은 하나의 공간을 가상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아마존이 증강현실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은 2020년까지 약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점에서 아마존이 증강현실로 거실을 꾸미기를 원한다는 것은, 결국 파이어폰과 대시 및 에코를 통해 얻고자 하는 생태계 전반의 확장을 더욱 극적으로 구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은 있다. 과연 이용자들이 원할 것인가? 정밀한 콘트롤이 가능한가? 개인정보는? 특히 개인정보의 경우 에코의 불안요소와 비슷한 구석이 보인다. 아마존은 에코를 스피커 형태로 구성해 음성을 기반으로 거실의 중앙에 뒀다. 이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플랫폼 전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온도조절 및 보안 등이 스마트홈의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아마존이 거실을 통째로 자신들의 생태계로 구축하려 시도하는 것은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등과 관련된 의외의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해도 아마존의 증강현실은 곧 생태계 강화의측면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증강현실을 통해 생태계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의 도전으로 돌아오면, 해당 기술은 이용자의 패션을 디자인하며 증강현실의 방식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높다. 즉 단순한 코디가 아닌, 증강현실을 이용한 생생한 코디에 방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사실 패션과 증강현실의 만남은 낯선 장면이 아니다.

국내 기업인 에프엑스기어는 에프엑스메이크업이라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 및 추적해 가상으로 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솔루션이다. 얼굴 움직임을 정확히 인식하는 정교한 트래킹 기술과 사실적인 3D 렌더링 기술로 피부상의 화장품 발색과 질감, 두께감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최근 중국 텐센트의 텐페이와 만나기도 했다.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위챗페이에 가상 메이크업 솔루션을 공급하게 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에프엑스메이크업이 공개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달성한 첫 계약 성과다.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는 “3D 가상 메이크업 솔루션 에프엑스메이크업은 사용자의 피부색과 피부결에 제품 자체의 색상, 질감 등을 광전송 이론에 기반하여 합성한 자연스러운 발색이 장점으로 사용자의 개별적인 특성 반영 없이 단순히 2D 이미지와 합성하는 타 서비스와는 다른 차별성 및, 위챗페이와의 연동성 등 모바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공개한 지 3개월 만에 글로벌 IT 대기업인 텐센트 텐페이와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위챗페이의 월간 실사용자가 8억명에 달하고 가맹점 수가 100만개를 넘어선 만큼 이번 계약이 에프엑스기어가 중국 모바일 가상 메이크업 솔루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의류 그 자체에 집중한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가상, 증강현실 피팅이다. 에프엑스기어의 모바일 가상피팅 솔루션 ‘핏앤샵(FIT’N SHOP)’이 눈길을 끈다. 모바일 앱에서 키, 몸무게, 가슴 둘레, 허리 둘레, 엉덩이 둘레 등의 치수를 입력해 자신의 체형과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어 간편하게 다양한 의상을 입혀보며 해당 의상을 구입할 수 있다. 자기 얼굴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아바타의 얼굴을 교체하거나,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선택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하여 더욱 실감나는 가상피팅도 경험할 수 있다.

▲ 에프엑스기어와 징둥이 만났다. 출처=에프엑스기어

핏앤샵은 중국의 징둥과도 협력한 바 있다. 당시 최 대표는  "이번 협업은 징동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징동 솔루션 공급을 통한 매출과 성과를 발판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망설임과 실패 없는 쇼핑을 돕고, 기업들의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는 보다 실감나는 가상피팅 기술을 통해 글로벌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쇼핑 자체에 증강현실을 덧대려는 시도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퀄컴 4G 5G홍콩 서밋 당시 필립 톰슨 아마존 테크 리더는 증강현실 쇼핑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현장에서 증강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 사용자 경험을 동영상으로 시연하며 “이 모든 기술의 중심에 5G가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을 구현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 아마존 에코룩이 보인다. 출처=아마존

아마존의 코디
패션과 증강현실의 교집합이 많은 상태에서, 증강현실은 아마존 제국의 스펙트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아마존 입장에서 증강현실은 고차원의 가두리 양식장을 구축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패션의 코디 그 자체에도 관심이 있다. 아마존은 2017년 에코룩이라는 별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그 야망을 잘 보여줬다. 심도 인식 기능과 함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한 전신 셀카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까지 지원한다. 나아가 에코룩은 아마존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코룩의 기본적인 기능은 카메라 촬영 시 4개의 LED를 밝혀 조명을 지원하며, 음성으로 전신 이미지나 앞뒤 360도로 의상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 촬영도 가능하다. 360도 이미지의 경우 화면을 좌우로 움직여 확인을 하는 형태다.

또 촬영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전용 앱에 업로드해 자신만의 룩북(lookbook)을 만들 수 있으며, 룩북에서 선택한 이미지를 지인과 공유하거나 신규 서비스인 스타일 체크에 업로드해 인공지능과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에코룩은 전신 사진을 촬영한 후 전용 앱을 통해 의상을 확인하고 유사한 스타일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메라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단말+스크린(앱)을 통해 스마트 거울의 일부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향후 카메라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 추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증강현실 생태계 강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디지에코의 분석이다.

아마존이 온디맨드 의류 생산 시스템 특허를 취득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에 디지에코는 향후 아마존이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이용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신체 치수에 기초해 의상을 제작하고 바로 배송을 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을 통해 의류 주문을 받으면, 연결되어 있는 생산 공장에 제작 주문이 전달되고 로봇이 의류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 아마존의 온디맨드 의류 제작 개념도. 출처=갈무리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패션과 증강현실의 만남으로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우는 한편 제약과 의학의 영역으로 나아갔던 행보를 살려 무차별적 비즈니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해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생태계가 커지면 다시 플랫폼이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노리고 있다. 아마존이 패션의 영역에서 증강현실을 덧대고 온디맨드 의류 생산 시스템까지 가져가는 장면이 이러한 행보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